청춘, '하루하루 밥벌이'에 갇히다

박용하 기자 입력 2017. 4. 26. 22:23 수정 2017. 4.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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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취업난 속 단순노무직 종사 청년층 3년반 새 26% 증가
ㆍ고용 불안정한 요식업 취업 늘어…실업 악순환 되풀이

전문대를 졸업하고 3년 넘게 취업문을 두드린 ㄱ씨(24)는 요즘 시간이 갈수록 이력서를 쓰는 데 고단함을 느낀다. 졸업 뒤 시간은 계속 가지만 이력서에 넣을 경력은 여전히 빈곤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전공에 맞춰 보육교사 일을 했지만,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그만둔 뒤 정착할 일을 찾지 못했다. 취업할 때까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찾은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임시직이었다. 의류상가 판매직부터 패스트푸드점 주방보조 등 일을 가리지 않고 했지만, 미약한 돈벌이 이상의 경력은 얻을 수 없었다. ㄱ씨는 “취업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밥벌이만 하는 느낌”이라며 “갈수록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초조해진다”고 토로했다.

청년 세대들에게 ㄱ씨의 사례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6일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2013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패스트푸드 점원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15~29세 청년층은 6만명 늘어나 26%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3년 반 동안 늘어난 청년 취업자 수 25만명의 약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전문직과 사무직 청년 취업자는 각각 2만1000명(2%), 2만6000명(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단순노무직은 높은 학력이 필요 없고 주로 육체적인 노동이 요구되는 직종이다. 지난 3년 반 동안 늘어난 청년 단순노무직 6만명 중 절반인 3만명은 ‘가사·음식·판매 관련 단순노무직’이었다. 보육교사 보조와 패스트푸드점 점원, 주유소 점원, 전단지 배포원 등이다. 이 분야에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 대부분은 정규직보다는 아르바이트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에 생계는 유지할 수 있어도 취업을 위한 경력쌓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청년층 단순노무직 증가의 배경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이 자리 잡고 있다. 김종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화되고 취업 준비기간도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임시직 쪽으로 몰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임시직을 전전하며 장기간 유지하는 젊은층도 늘어나고 있어 전체 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단순노무직뿐 아니라, 고용이 불안정한 다른 직군에도 대규모로 취업하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청년층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직군은 ‘조리 및 음식서비스직’으로 약 12만1000명 증가했다. 청년층의 매장 판매직도 4만6000명 늘었다.

음식 관련 직종이 늘어난 것은 대중매체가 셰프와 요식업종을 부각하고, 음식이나 주점에 젊은이들이 취업하기 쉽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 직군은 고용 불안정성이 심하다. 향후 언제든지 실업에 빠질 수 있는 청년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원은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면 취업자로 분류된 이들이 불과 1~2년 안에 다시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와 취업난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고용 불안정은 혼인 감소와 저출산의 원인이 되며, 또한 청년층의 잦은 이직은 숙련기술을 익히기 어렵게 해 미래세대의 인적자본 축적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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