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준표 "동성애가 국방 전력을 약화시킨다"

구경하 2017. 4. 26. 18: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일 JTBC·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군 동성애가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군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면서 말문을 연 뒤,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군 동성애 금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문재인 후보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홍 후보의 주장에 동조했다.

동성애가 국방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팩트 체크

동성애가 국방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세가지 측면에서 제기됐다. 첫째 동성애자는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군 복무에 적합한 능력이 떨어지고, 둘째 군대 내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에 대해 혐오감과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군의 작전능력과 단합을 저해하게 되고, 셋째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와 함께 생활하는 이성애자들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당한다는 것이 동성애가 군기를 해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다.

이러한 논리가 명문화된 법 조항이 군 형법 제92조다. 1962년 제정된 이 조항은 "항문성교나 그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군인 간 합의된 동성애까지 포함해 군대 내 모든 동성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기준이 자의적이고 광범위하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이 지금까지 세 차례 헌법재판소에서 올라갔다. 2002년, 2011년, 2016년에 열린 심판에서 헌재는 모두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가장 최근 내려진 2016년 7월 결정에서, 헌재는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해 동성 군인에 대해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결정에서 내린 이 조항의 입법 목적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의 확립'이라는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군대 내 동성애 처벌이 합헌이라는 결정이 거듭되고 있지만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재판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2002년에는 재판관 6대2로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2011년에는 합헌 5, 위헌 3, 한정위헌 1로 결정됐고 지난해에는 합헌 5, 위헌 4로 의견이 나뉘었다. 합헌이라는 판단이 우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헌이라는 입장이 늘고 있다. 인천지법은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 1년이 채 안된 지난 4월, 이 조항에 대해 네번째 위헌심판을 제청한 상태다.

이 조항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듭되는 까닭은 실제로 동성애가 군기나 전투력을 저하시킨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라 처벌받은 국내 사례 6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행위자들은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지휘관이나 주변사람들로부터 성실함과 업무수행능력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았다. 또, 합의된 동성간 성적 행위로 인해 부대 업무나 명령 체계, 기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는 없었다.(이경환, '군대 내 동성애 행위 처벌에 대하여', <공익과 인권> 5(1), 2008).

지난해 11월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행사에 동성 반려자와 함께 참석한 태미 스미스 미8군 부사령관.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https://goo.gl/buQwbw

해외 연구도 비슷한 조항을 없앤 영국과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의 군 전문가 6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동성애자의 군 복무가 실제 군 전투력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캐나다와 호주는 1992년 동성애자 군 복무를 제한하는 정책을 폐지했고, 이스라엘은 1993년, 영국은 2000년 동성애자들이 평등하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규범을 개정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공화국, 우루과이 등 25개국이다.

미국은 2011년 동성애자임을 공표한 군인을 강제 전역시키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을 폐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5년 동성애자인 에릭 패닝을 육군장관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주한 미군 최초의 여성 지휘관인 주한 미8군 부사령관 태미 스미스 준장 역시 동성애자이다.

팩트 체크 결과

홍준표 후보는 "군 동성애가 국방 전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군 동성애를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홍 후보와 같은 논리로 현행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군 동성애와 군 기강 사이의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실증적인 증거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아 유럽 등 일부 국가들에서는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추세다.

구경하기자 (isegoria@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