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일 감독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송희일 감독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7년 11월 28일 한겨레에서 진행한 대선 후보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후보들이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 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고 말했고, 김대중 후보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성애도 이성애와 같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단느 점에서 무조건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인제 후보는 “중요한 것은 영화 <필라델피아>에 나타난 것처럼 동성애자를 하나의 신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라고 전했고, 권영길 후보는 “나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었고, 당국 역시 이러한 사회 조류에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송희일 감독은 “무려 20년 전 대선 풍경”이라며 “후보들 중 그 누구도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 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87년 체제와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무려’ 촛불시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후보는 그렇게 단호하게 동성애 반대를 공중파에서 단언한 것일까”라며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말을 이어갔다.

이송희일 감독은 “그 사이 기독교의 ‘반동성애 영업’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그것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며 “득표수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내고 평등의 가치를 얼마큼 정치화해내냐에 따라 진보가 아닌지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폭력적인 단서를 붙임으로써 참여정부의 차별금지법 정책으로부터도 더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이 시민으로서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도 왜 우리는 그렇게 씹다 만 껌처럼 버려져야 하는가”라며 “문재인 캠프는 이 상처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대선후보 4차 TV토론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물음에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토론 막바지에 홍 후보가 다시 동성애 입장을 묻자 “동성애를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 다음은 이송희일 감독이 남긴 글 전문

‘무려’ 20년 전 대선 풍경이다. 후보들 중 그 누구도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지 않는다. 87년 민주화운동의 여진이 10년 후에도 여전히 미치고 있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87년 체제와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무려‘ 촛불시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후보는 그렇게 단호하게 동성애 반대를 공중파에서 단언한 것일까.

그 사이 기독교의 ‘반동성애 영업’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그것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당시에는 ‘종북’이라는 더 강력한 적대 프레임이 있었지만 김대중은 햇볕정책으로 돌파해냈다. 득표수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내고 평등의 가치를 얼마큼 정치화해내냐에 따라 진보가 아닌지 결정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성소수자 문제는 어느덧 민주주의를 향한 ‘구호’가 되었다. 다른 무수한 소수자들의 차별 문제에 대한 상징적 구호 말이다. 대선 한복판에서, 그것도 공중파에서 ‘동성애 반대’를 천명한 문재인은 진보 타이틀을 붙일 자격을 그렇게 상실해버렸다. 무지개색으로 형언했던 광장과 촛불시위를 참칭할 자격도 없다. ‘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폭력적 단서를 붙임으로써 참여정부의 차별금지법 정책으로부터도 더 후퇴했다.

무엇보다 군대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파시즘적 광기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나라에서 대권에 가장 가까운 후보가 국방력 약화를 이야기하며 동성애 반대를 외친 것은 그 정치적 보수화 물결에 박수를 쳐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그 정도면 확신범이다.

어제 밤, 잠을 도통 이루지 못했다. 저번 총선 때 기독자유당의 ‘3% 대란’ 만큼이나 걱정스럽고 서글펐다. 아마 다른 수많은 성소수자들도 그랬을 터다. 상처 받은 새벽이었다.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이 시민으로써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도 왜 우리는 그렇게 씹다 만 껌처럼 버려져야 하는가. 문재인 캠프는 이 상처에 대한 책임이 있다. 깊은 사과와 전략 수정만이 이 상처에 대한 응답이 될 것이다.

(아닌 밤 중에 땀 후려맞은 사람한테 와서 때린 사람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어쩐다 훈계를 늘어놓는 문재인 지지자들, 참 양심도 없다. 상처 입은 사람한테 와서 할 짓인가. 제정신이라면 가해자에게 ’때리지 말라‘고 외쳐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