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체형 ICBM 개발하나

2017. 4. 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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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 장식한 대륙간탄도미사일들

김일성 전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인 4월15일을 맞아 북한 군인들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이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태양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이날의 주요 관심사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장 여부였다. 북한은 2012년 4월 100주년 태양절 때는 KN-08로 명명된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린 ICBM급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는 KN-08과는 외형이 다른 ICBM급 탄도미사일을 동일한 발사 차량에 실어 나왔다. 이 미사일엔 KN-14란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북한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열병식의 마지막을 새로운 ICBM들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코리아 패싱’ 열병식

이번 열병식의 시작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차출된 병력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90도로 차올리며 걷는 이른바 ‘구스 스텝’(goose step)으로 행진했다. 이어 전차와 자주포, 방사포, 지대공/지대함 미사일 같은 재래식 무기의 행렬이 이어졌다. 예전에 등장했던 구질구질한 구형 무기를 제외한 점이 눈에 띄었다. 양보다 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달라진 열병식 모습이다.

최근 두 차례 진행된 북한 열병식의 마지막 순서는 탄도미사일이었다. 통상 사거리가 짧은 순서대로 탄도미사일들을 내보낸다. 전술단거리(CRBM) KN-02, 단거리(SRBM) ‘스커드’, 준중거리(MRBM) ‘노동’, 중거리(IRBM) ‘무수단’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14로 대미를 장식해왔다. 이번에도 사거리순 형식은 유사했으나 내용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이번 열병식에서 한반도를 사정권으로 하는 KN-02, 스커드-B/C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탄도미사일 행진의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이었다. 작전 배치 20년이 넘은 구형 노동미사일도 나오지 않았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지난해 9월 3발, 올해 3월 4발을 연이어 쏘아올린 스커드-ER였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1천km 넘게 쏘아올리며 주일미군 부대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다음으로 SLBM인 북극성 1형을 육상 발사형으로 개량한 고체연료 엔진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이 등장했다. 이 미사일은 지난 2월12일 시험 발사돼 500km를 비행했고, 사거리가 2천km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8차례 발사 시도에서 7차례 실패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사거리 3천km 이상으로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화성10호)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3종의 ICBM이 연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남쪽을 사정거리에 둔 미사일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열병식은 대남보다는 대미 무력시위와 위협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한국은 빼고 미국과 일본만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열병식이었다는 점에서 고마워해야 할지 씁쓸하기만 하다.

북한은 열병식 끝부분에 서로 다른 유형의 ICBM급 탄도미사일을 3개씩이나 과시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운반 차량도 바퀴축이 6·7·8개인 미사일이 제각각 순서대로 나왔다. 이 가운데 실제 미사일의 외형이 식별된 것은 무수단과 동일한 6축 차량에 탑재된 1개뿐이었다. 나머지 2개는 원통형 발사관만 보일 뿐 실제 미사일은 확인되지 않았다.

새로운 ICBM을 3개씩이나?

무수단과 동일한 운반 차량에 실려나온 미사일은 2012년 처음 나왔던 KN-08과 유사해 보이나 상당히 개량됐거나 다른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 차량 바퀴를 덮개로 감추고 있지만 무수단(화성10호)과 동일한 바퀴 6축의 이동형 발사 차량에 탑재했다는 점에서 8축 차량을 이용한 KN-08과 다르다.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KN-08이 3단으로 구성된 반면 이번 것도 액체연료 엔진으로 보이나 2단이면서 길이도 기존 KN-08(전장 19~20m)보다 짧은 17~18m다. 탄두 부분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미사일의 탄두는 지난해 3월 김정은이 핵 기폭장치를 공개할 때 확인할 수 있었던 핵탄두 도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KN-08이 1만km 이상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로 추정됐다는 점에서 보면, 이 미사일은 열병식에서 무수단 다음에 등장한 것으로 보아 사거리가 7천km 내외로 하와이를 목표로 한 새로운 ICBM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바퀴축 7개 트레일러 형태의 차량과 기존 KN-08/14를 운반한 8축 대형특장차량에 싣고 나온 두 가지 미사일이다. 둘 모두 실제 미사일이 아니라 발사관을 차량에 실어서 가지고 나왔다는 점이 특이하다. 발사관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ICBM을 ‘콜드런치’(발사관 내부에 가스압력을 만들어 위로 띄워올린 뒤 공중에서 점화해 비상하게 하는 미사일 발사법. 발사관을 재활용할 수 있다)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북극성 계열을 개발하면서 콜드런치 기술을 확보해 ICBM 개발 과정에도 이 기술을 전면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등장한 두 가지 발사관의 내용물이 같은 종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등장한 미사일이 하와이를 목표로 한다면 나머지는 각각 미국 서부(9천km)와 동부(1만2천km)로 구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거리 차이보다는 각기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두 가지 미사일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가짜인가 진짜인가

4월15일 태양절에 김일성광장에서 이뤄진 북한군 열병식에는 그동안 등장하지 않은 3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나왔다. 이 가운데 바퀴축이 8개인 신형 ICBM은 KN-08을 개량한 KN-14를 다시 한번 개량한 액체연료 로켓으로 추정된다. REUTERS 연합뉴스

바퀴축이 7개인 트레일러에 견인되는 형태의 ICBM은 처음 나온 것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한 콜드런치 방식의 ICBM, 이른바 ‘북극성 3형’ 개발 라인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둥펑(DF)-31A ICBM과 매우 유사하다. DF-31A는 3단 고체연료 미사일로 사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1만2km로 추정된다. 길이는 13m, 직경 2.25m로 16개 바퀴를 장착한 트레일러에 탑재된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 공개한 신형 ICBM 탑재 차량은 14개 바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DF-31A보다 사거리는 다소 짧은 고체연료 신형 ICBM이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16개 바퀴가 달린 대형 특장차량에 탑재된 ICBM은 KN-08을 개량한 KN-14를 다시 한번 개량한 액체연료 로켓으로 추정된다. 바퀴축이 8개(즉, 16개 바퀴)인 차량이 기존에 개발하던 액체연료 방식의 ICBM인 KN-08/14를 탑재했던 중국제 WS 15200라는 점에서 KN-14를 개량한 ICBM의 콜드런치 방식의 개발 라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외관상 러시아의 토폴-M과 비슷하다. 토폴-M은 고체연료 엔진 미사일이나 길이가 22m에 달하는 3단 미사일로 사거리 역시 1만km가 넘고 콜드런치 방식을 사용한다. 마지막에 등장한 만큼 사거리가 가장 길 가능성이 높다.

과거 KN-08/14의 진위 논란 때처럼 이번 것들 역시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발사관이 비었을 수 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중 고체연료 엔진이라면 아직 ICBM을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다(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할 수 있어 발사의 탐지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 대신 액체연료에 견줘 개발이 어렵다). 발사관의 모호성을 앞세운 기만 전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액체연료 엔진일 경우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북한이 최근 몇 차례의 지상 엔진 실험을 한 것으로 봐, 이날 공개된 ICBM 중 어느 것이 언제 날아오를지 단정할 수 없으나 ICBM이 공중에 뜰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열병식이 있은 다음날인 4월16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에 가지고 나온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열병식에서 보여주고 그걸 바로 다음날 발사해서 실패하면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몇 가지 단서로 무엇을 발사했는지 추리해볼 수 있다. 일단 신포에서 발사됐다는 점(신포에는 북한의 잠수함 기지가 있다)에서 잠수함과 관련됐거나, 북극성 계열인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하는 미사일 개발과 연관됐을 수 있다. 또 이동발사 차량이 아닌 고정형 육상 발사대에서 발사됐고, 내륙이 아닌 바닷가에서 해상 쪽으로 발사했다는 점에서 작전 배치됐거나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돼 안정성이 검증된 미사일이라기보다 개발 초기 단계의 미사일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쪽에선 이 미사일이 북극성이 아니라 스커드 ER 계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아마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인공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 외형이 스커드와 비슷한 소형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럼 ICBM급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까지 단서를 종합해보면 신포에서 발사된 것은 스커드나 노동과 같은 단거리 또는 준중거리 미사일에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소형 고체연료 미사일, 그다음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2월 고체연료 신형 미사일인 북극성 2형의 발사에 성공했고, 이후 북한의 미사일을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전환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점에서 ICBM이 먼저가 아니라 오래된 액체연료형 스커드 B/C와 노동이 우선 교체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중거리 북극성 계열이 있으니 그보다 작은 단거리 소형의 개발은 더 용이할 수 있다. 소형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고체연료형 ICBM일 수 있는 북극형 3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1단 추진체를 작은 고체연료 엔진을 클러스터링(여러 개 엔진을 한데 묶어 더 큰 추진력을 얻는다는 의미)해 구성하고 2·3단 모두 고체연료 엔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1단을 고체연료 2개나 4개, 2단은 북극성 엔진, 3단은 이미 광명성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했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젠 고체연료 엔진을 가진 북한의 ICBM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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