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경환 의원, '중진공 특혜 채용' 이전에 아들도 '채용 청탁' 있었다

조기호 기자 2017. 4. 26. 12: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 의원 아들, "아버지가 그 회사 추천하셨다"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인턴 직원 황 모 씨를 채용하라고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얼마 전 최경환 의원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압력 행사 시점은 지난 2013년 8월 초입니다. 실제 황 씨는 그달 말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36명 모집에 4천여 명이 몰린 채용 시험에서 2천239등을 했는데 말이죠.

이 소식을 접한 취재진은 지난 2014년 여름 최 의원을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는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때였습니다. 많은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그에 대한 인사 검증에 매달린 때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의혹 중에 최 의원 아들의 '민간 기업 특혜 채용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때는 '중진공 특혜 채용 청탁 시점'보다 3년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기도 용인의 첨단 신소재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 회사가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천 5백억 원. 2010년까지 누적 매출액만 보더라도 1조 원 안팎의 건실한 중소기업입니다. 2010년 1월 이곳에 최 의원의 아들이 입사를 합니다. 재직 기간은 1년 정도. 겉으로만 보면 당시 내로라하는 거물 정치인의 아들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아름다운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의심쩍은 게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사장은 최 의원의 고교 2년 후배로 모임도 함께 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들 최 모 씨가 입사한 시점을 전후해서 이 회사가 지식경제부에서 받은 국고보조금 액수는 확 달라졌습니다. 2008년 16억 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 46억 원으로 뛰더니 2010년 1월에는 다시 배가 넘는 96억 원을 지원 받았습니다. 2009년에서 2010년 당시 지경부 장관은 최 의원이었습니다. 최 의원 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아들의 채용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고 공식 해명했었죠. 이 회사 측도 "국고보조금이 늘어난 건 LCD 관련 기술력이 세계 1위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에 대한 중간 평가 결과는 '지원 중단'을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6명의 평가위원 가운데 최고점(90점)과 최저점(66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평균 점수가 71.75점에 그쳤던 겁니다. 물론 70점을 넘으면 국고보조금을 계속 받을 기본 요건은 됩니다. 하지만 '턱걸이 점수'를 받은 회사에 보조금이 배가 넘게 지원된 건 뭔가 석연치 않아보입니다.

취재진이 만났던 이 회사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최 씨가 최 의원의 아들이라는 것도 면접 과정에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조차 합격 결정을 위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2010년 당시 최 씨는 미국 대학을 수료하지 못하고 국내 대학에 편입했다가 이마저도 중퇴한 상태였죠. 다시 말해 최종 학력은 고졸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반드시 대졸이어야 입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국어를 잘 했고, 차분한 성격에 성실한 친구"라는 등 최 씨에 대한 칭찬도 늘어놨습니다. 퇴사한 지 3년이 넘은 최 씨를 너무 또렷이 기억해서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미로에 빠졌던 '중진공 특혜 채용 의혹'이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의 입을 통해 출구를 찾은 것처럼, 최 의원 아들의 '민간 기업 채용 청탁 의혹'도 한 사람의 입을 빌려 실마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바로 최 의원의 아들, 최 씨의 입을 통해서입니다. 취재진이 당시 최 씨와 나눈 대화를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취재진: 논란이 된 부분은 (아버지) 동문 회사에 아버지의 추천으로 들어갔느냐는 겁니다.
최 씨: 제가요? 글쎄요. 괜히 통화를 오래 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처음에 최 씨는 망설였고, 전화를 빨리 끊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가장 확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요하게 설득했고 결국 진실에 가까운 얘기가 나왔습니다.

취재진: 그래도 정리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 씨: 저는 아버님한테 이런 회사가 있다는 걸 추천받았고 당시 저는 토익 만점이고 이제 고졸 상태였는데…. 처음에는 그 회사 시급으로 다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어요.
취재진: 최 의원님이 이런 회사가 있다, 이런 정도로 추천을 해주신 정도라는 말씀이시죠?
최 씨: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렇습니다.

2014년 경제부총리 시절 최경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가혹하고 혹독해야 합니다. 전 국민에게 그들의 신상이 털리는 일이니만큼 언론의 검증 과정 역시 탄탄한 팩트에 기반을 둬야 합니다. 의혹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때까지 '진실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쉽게 돌아와 '견문록'을 써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당시 취재진은 이 같은 검증 결과물에도 마지막 확신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진공 특혜 채용'을 지켜보면서 최 의원에 대해 품고 있던 의혹의 퍼즐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최 의원과 동문 후배의 회사. 대학 중퇴 학력으로 이곳에 입사한 아들. 시급을 받는 인턴직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 같은 시기 이 회사의 국고보조금 지원액의 급격한 증가. 기막힌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적어도 아들의 입이 열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친구 사이에, 고향 동문 선후배 사이에 자식의 취업을 부탁하는 건 우리 정서 상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탁을 하는 쪽이 받는 쪽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공직자라면 그건 '부탁'이 아니라 '청탁'으로 읽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번 취재와 관련해 최 의원 측은 지난 21일 "국가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당시 아들에게 중소기업에 취직해보라는 말을 했을 뿐, 특정 중소기업을 추천한 적이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그의 소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진실은 너무나 게을러서 누군가 깨워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이죠. '중진공 특혜 채용' 의혹은 박 전 이사장에 의해 3년여 만에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아들의 채용 청탁' 의혹 역시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아들에 의해 7년 만에 이제 서서히 잠에서 깨고 있습니다.     

조기호 기자cjkh@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