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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동성애 반대? "웃기고 있네!"

"동성애 반대" 발언에 지식인 등 SNS 비판 봇물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에 대해 26일 SNS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동성애 반대…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주로 지식인과 작가들이 공개 비판을 내놨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문학)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동성애는 좋아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동성애 차별에 반대합니다'와 '동성애를 싫어하지만 동성애 차별에 반대합니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후자는 그냥 패러독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문 후보는 '저는 동성애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저는 전라도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차별받는 건 반대합니다'라는 말과 같다"며 "동성애자가 아닌 것과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건 다른 범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든든한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다운 나라'에 동성애자는 살 수 없는 모양"이라고 문 후보의 슬로건을 들어 비판하며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대통령 후보를 '진보 대표'라고 부르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통탄했다. 그는 "문 후보의 워딩(발언)은 정확하게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동성애를 불법화하겠다는 것인가? 이 발언과 관련해서 문 후보는 명확하게 사과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협조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그게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의 동성애 관련 발언은 아무리 '울트라 초 선의'로 해석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고, 표 계산 어쩌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고 분노를 표시하며 "한두 번도 아니고 이 정도면 실수도 아니고,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 분야 전문가인 홍 교수는 "아무리 부담스러운 이슈라고 해도, 제가 만약 참모라면 '동성애는 찬성·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어떠한 차별에도 반대한다', '차별금지법은 집권 후에 다시 검토하겠다'는 세 문장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무슨 질문을 해도 이 세 문장만 반복하라고 조언하겠다"며 "인권 변호사 출신 문 후보가 이 정도 얘기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 당장 뭔가 말하기 어려우면 여지라도 남겨둬야지, 쐐기를 박아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홍 교수는 문 후보의 발언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에 주목했다. 그는 "게다가 이건 TV토론회 자리"라며 "유럽 같았으면 이 정도 발언이면 혐오표현(hate speech)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일반인이 거리에서 떠드는 건 내버려 둬도, '영향력 있는 인사'가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발언하는 건 그 수위와 무관하게 기소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너무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김영하 씨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래전에 우디 앨런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죽음에 반대합니다"라고 말해 사람들을 웃겼다. 2010년 칸 영화제에서 다시 그 질문을 받자 "아직도 격하게 죽음에 반대한다"고 답해 사람들을 또 웃겼다. 죽음은 너무도 확고하기에 그 누구도 찬성, 반대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

지난 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존재를 부정당해 고통과 분노로 밤을 지샜을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고령의 영화 감독이 죽음에 반대한다는 것은 시니컬한 농담으로 웃고 넘길 수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지도자가 엄존하는 성소수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 동성애나 성소수자를 좋아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찬성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니며 그 어떤 차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가 지금 문명화된 세계가 합의한 최소한의 윤리라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작가 손아람 씨는 "문재인은 홍준표에게 말려들지 않았다. (…) 문재인은 완벽하게 준비된 채로 기다렸다.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하기 위해서. 연습한 대로"라며 "그의 답변은 기독교 단체들과의 여러 차례 접촉 과정에서 예견된 대로다. 성소수자 생존권을 버리고 권좌를 택한 건 문재인 승인 하의 캠프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손 씨는 "그의 태도는 명확한 득표 전략이다. '성'소수자가 성'소수자'임에 입각한. 이 전략은 그가 내세운 모든 공약을 압도하는 위험이다. 이 세상에 여성이 열 명이라면? 전라도 주민이 백 명이라면? 비정규직이 천 명이라면? 청년 세대가 만 명이라면? 세월호 구조에 부정적인 여론이 95%였다면?"이라고 물으며 "그는 오늘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가치의 이론적 경계를 지웠다. 그가 여태 말한 모든 가치 위에 '집권'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인권에 반대할 수 있다면, 모든 인권에 반대할 수 있다"며 "나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에 반대한다"고까지 했다.

인권운동가이자 사회학자인 엄기호 박사는 "'동성결혼'도 아니고 무려 '동성애'에 반대하는 21세기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탄식하며 "문재인의 동성애 발언은 그 사람의 인권 감수성과 인권 변호사로서의 삶에 대해 회의적이 되게 하는 것을 넘어 '정치력'에 대해서도 심각한 회의를 가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엄 박사는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같은 문제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얼마 전까지의 태도였는데 오늘은 이조차도 없이 '반대한다'.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건 원칙도 없고 견해도 없지만 나아가 '정치적 역량'이 없다는 것"이라며 "노무현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절대 저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은 '사람 문제'에서는 확실하던 사람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서거 이후 한국의 '자유주의' 정치는 확실히 자유주의로부터도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들의 발언도 잇달았다.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패션 디자이너 김재웅 씨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동성애 찬성·반대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인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나라가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이냐"고 비판했다. 김 씨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이른바 '커밍아웃'을 했었다.

역시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인권 변호사였던 사람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라고 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한채윤 씨는 "문재인이 반대해도 동성애자로서 나는 내가 인간으로 존엄성이 있음을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다. '웃기고 있네!' 한 마디를 날린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다수의 일반인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문 후보의 발언을 놓고 비판과 옹호가 나오기도 했다. 문 후보 지지자 등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다만 비판 의견 가운데, 앞서 나온 홍성수 교수의 지적처럼 문 후보가 수많은 열성적 지지자들을 거느린 지지율 1위 후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사회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트위터 이용자 'park***'는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님을 아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사람들 입 다물게 만든 것도 문재인이다"라고 했고, 다른 이용자 'jade***'는 "문재인이 동성애 반대한다고 하니까 지지자들도 슬슬 '혐오할 자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게 정치인이 혐오를 찬성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Fairy***'는 "문 후보 당신은 당신의 지지자들과 수많은 호모포비아들에게 '나는 동성애 반대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을 주셨다"고 했고, 'Vajr***'는 "사실 문재인이 '동성애 지지한다'고 했어도 저 지지자들은 그럼 또 맞는 말이라고 거품 물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사태에 대한 문재인의 과오가 이리도 크다. 이제 지지자들이 동성애를 대충 차별해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다.

문 후보의 발언을 계기로, 다른 대선후보들 또는 그 측근들이 내놓은 동성애 관련 발언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트위터 이용자 'arte***'는 "그런데 문재인 동성애 반대 발언 비판 글을 안철수 지지자가 신나게 리트윗(공유)하는 것은 웃긴다. 안 후보 입장이나 확인해 보시지"라고 비꼬았다.

기독교 성향이 강한 <국민일보>의 지난 20·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신문사 사옥에서 열린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에서는 유력 대선주자들을 대리해 나온 정치인들이 거의 혐오발언 수준의 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측 김진표 의원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나가되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민법상 동성혼은 허용되어 있지 않으며 동성애·동성혼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고,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동성애·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률 조례 규칙이 제정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 측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동성애·동성결혼 법제화를 절대 반대하며 '성평등'이라는 표현은 앞으로 '양성평등'으로 바꾸고 한 치의 오해도 없도록 하겠다"며 "헌법·법률·조례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동성애·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은 모두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측 안상수 의원은 "동성애 자체를 반대한다"고 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 이혜훈 의원은 "헌법상 혼인은 양성 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며 "에이즈나 각종 성병 등 질병으로 고통 받는 동성애자들의 치유와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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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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