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동력 잃은 국정교과서, 끝난 게 아닙니다"

임재근 2017. 4. 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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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그리고 미래⑤] 역사 지킴이 홍경표, 송치수, 최한성

[오마이뉴스 글:임재근, 편집:최은경]

촛불시민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 촛불의 바다 속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을 넘어 '적폐청산'을 외쳤고, 이제 탄생할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그 일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듣는 '릴레이인터뷰-적폐청산 그리고 미래'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지난 촛불집회 내내 촛불광장에 내걸렸던 적폐청산 과제 현수막. 박근혜 퇴진 대전운동본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적폐척산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국정화 중단을 요구했다.
ⓒ 이상호
촛불집회 적폐청산 과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의 요구도 포함되었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추진 동력을 잃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완전히 폐기된 것이 아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촛불광장뿐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2015년부터 꾸준히 국정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던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5년도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대전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사무국장은 "박근혜 정부의 몰역사적 태도에 분개하여 저항한 지혜로운 국민들과 교육현장의 슬기로운 선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추진동력을 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추진 의지가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다시는 시도되지 않도록 법제화시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난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전환 예고를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정화 저지 불복종행동에 나섰다. 당시 으능정이거리에서 불복종 운동에 나선 대전시민들이 국정교과서 모형 현수막을 밟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 임재근
고등학교 역사교사이기도 한 전교조대전지부 송치수 지부장은 "역사 교육은 학생교육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실현시켜서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데 굉장히 영향을 주는 교과"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목을 걸고 자신의 기득권을 연장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국정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하는 그는 "역사 교사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아이들이 근현대사를 통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세대"고 말하기도 했다.

최한성 '역사 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 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역사교육은 학생과 교사와 더불어 시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행동이 필요하고, 건전한 사회단체의 조직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6-2017년 촛불집회는 "역사에서 사상적 큰 흐름을 바꾸어 놓은 사건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인터뷰①] 홍경표(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사무국장)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홍경표 사무국장. 지난 20일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임재근
- 2015년 10월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1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국정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몰역사적 태도에 분개하여 저항한 지혜로운 국민들과 교육현장의 슬기로운 선택으로 추진 동력을 잃었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역사는 어느 특정집단이나 개인이 독점하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정의로운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였죠. 특히, 한목소리를 내어 준 깨어있는 국민들이 있었고,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라는 전국적인 연대조직이 대다수 국민들의 간절한 요청을 담아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 촛불집회 적폐청산 과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박근혜 파면 결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동력을 잃었는데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봐도 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현장에서는 경산 문명고 1개교만 연구학교로 신청하였고, 이마저도 학내외 반발로 지정 철회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추진 의지가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볼 수는 없죠.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서 주교재 선택이 극히 저조하자 보조교재로 신청하는 방식을 통해 교육현장에 배포를 시도하고 있어요. 대전지역도 일부 중학교에서 학교장 등에 의해 '도서관 비치 또는 연구용'이라는 꼼수로 학생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완전히 종결시키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역사에 대한 시각은 다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나 정권에 의해 해석되는 편향된 시각의 역사적 사실을 배우게 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육현장에서 다시는 시도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배우는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제화시켜야 하죠."

- 대전지역에도 왜곡된 역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부분이 있나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국가나 정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일부 단체와 개인에 의해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조작, 왜곡되는 일이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해 대전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알려졌던 '대전 출신 김태원'이 그 후손에 의해 다른 지역 출신 동명의 독립운동가 공적을 가로챘던 사실이 밝혀져 유족등록이 취소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 지역의 독립만세운동으로 잘 알려진 '인동장터 만세운동'도 최근에 일부 대학교수, 저명인사의 증언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조작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더구나 1992년에 발행된 대전시사(大田市史)에서 시작된 '인동장터 만세운동' 역사적 사실의 왜곡은 확대재생산 되어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요.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는데요, 조만간 그 실상을 밝히려고 합니다."

[인터뷰②] 송치수(전교조대전지부 지부장, 고등학교 역사교사)

 그림 고등학교 역사교사이기도 한 송치수 전교조대전지부 지부장을 21일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임재근
- 역사 교사로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요?
"단호히 반대합니다. 역사란 과거의 사실 중 역사가가 사실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 정리하여 기록한 산물입니다. 따라서 과거에 일어난 사실들을 역사가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연구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기록됩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서로 다양한 기록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국가가 일방적으로 과거사실과 특정사건에 대해서 하나의 입장을 강요하다 보면, 왜곡된 사관을 주입시키거나 국가에 순응하는 국민들을 만들어내는 목적이 내포되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 어떤 반응이었나요?
"스마트폰 세대인 학생들은 굳이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하게 취득합니다. 굳이 선생님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스스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제기된 찬반의 주장을 확인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지켜봤을 때 학생들은 대체로 국정화에 반대했습니다."

- 교육 당사자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교육청의 입장도 중요할 텐데요, 대전시교육청과 교육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인가요?
"대전시교육청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닌 상당히 미온적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입장이었죠. 설동호 교육감도 소신없이 이중적 태도를 취했어요. 교육감 자신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징계하였습니다. 이율배반적 태도죠."

- 촛불집회에 청소년들의 참여도 폭발적이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역사에서 볼 때 실제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영향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고대사나 중세사보다는 광복 이후 현대사의 진행 과정이죠.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사교과서가 검인정교과서로 전환되고, 근현대사 교육이 신설되어 현대사를 학습하면서 현재의 체제나 제도 같은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문제인식을 갖게 되고, 자각을 하면서 자발성이 발현된 거 같아요.

역사 교사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아이들이 근현대사를 통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2016-2017년의 촛불시민 혁명만 주목하면 안 되요. 2008년 광우병 시위 때에도 학생들이 엄청 나왔지 않습니까? 그때 학생들이 내건 슬로건이 처음에는 '미친소 너나 먹어' 하다가 '잠좀 자자', '밥좀 먹자' 등 자기들 문제로 가잖아요. 역사 교육은 학생교육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실현시켜서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데 굉장히 영향을 주는 교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목을 걸고 자신의 기득권을 연장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국정화를 시도했다고 봅니다."

[인터뷰③] 최한성('역사 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 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역사 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 시민운동본부’ 최한성 상임대표를 지난 20일 대전촛불 사진전이 진행중인 계룡문고에서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다.
ⓒ 임재근
- '역사 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 시민운동본부'는 어떤 단체인가요?
"'역사 왜곡 교과서 저지 대전 시민운동본부'는 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양심과 이성을 지켜 우리 사회가 평화롭고 자유로운 정당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목표와 가치를 담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시민단체에요. 단체의 궁극적인 입장은 헌법에서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보장되며 언론과 출판 및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발행제와 다양한 교과서 발행체제가 시행되는 것이 최종적인 희망입니다. "

- '역사교육' 문제는 학생과 부모, 교사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데요, 시민들의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독일 수상 브란트가 폴란드 아우슈비츠에서 진정한 마음으로 무릎 꿇고 사죄한 것은 오히려 이를 통하여 독일 전후 세대에게 평화와 정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심어 주었어요.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행동이 필요하고, 건전한 사회단체의 조직과 육성이 필요합니다. 역사교육은 학생과 교사와 더불어 시민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 우리 사회는 '현대사' 관련된 역사 왜곡이 큽니다.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나요?
"일단, 친일 매국 세력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산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분단과 군사 독재 세력의 장기적 집권, 천박한 자본주의적 경제구조가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역사 왜곡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 2016-2017년 촛불집회의 역사성은 매우 큽니다. 이번 촛불집회가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되기를 바라시나요?
"역사에서 사상적 큰 흐름을 바꾸어 놓은 사건과 비교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해요. 동학혁명에 이은 촛불혁명으로 불릴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의 한국 사회와 앞으로의 한국 사회의 일대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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