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선정위원 선정은 공정했나?

2017. 4. 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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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보수단체 편법지원 논란 행자부 민간위원 명단 분석해보니

“극우입니다. 극우. 말이 보수지, 입에 쌍욕이 밴 사람들이에요. 대화가 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지난주 <주간경향>이 밝힌 올해 행정자치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보수단체’들과 관련, 전화를 걸어온 한 ‘보수단체 인사’의 말이다.

이 보수단체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행자부 비영리 민간단체 사업 지원에 응모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지원사업이 돌아가는 행태를 보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사업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치사해서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시민사회를 깔아뭉개고 극우만 지원한 거 아닙니까. 보수단체라고 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단체들은 덥석 덥석 바로 바로 원하는 일을 해주는 데 맛을 들인 겁니다.”

4월 13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17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실무교육'에서 올해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단체 관계자들이 행자부 민간협력과 사무고나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새로울 것 없는 행자부 해명

<주간경향> 기사에 대해 행자부가 내놓은 2쪽짜리 설명자료의 일부다. ‘행정자치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매년 민간단체의 공익사업에 대하여 사업단위별로 보조금을 지원할 뿐, 단체의 성향에 따라 지원하는 것은 아님’, ‘지원사업 결정은 전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서 3차에 걸친 공정한 심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행자부는 설명자료에서 ‘행정자치부는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기가 끝난 공익사업 선정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제도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박연병 행자부 민간협력과 과장은 “과거 선정위원 명단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는 것은 아니며 요청하면 보내드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은 임기가 끝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공익사업선정위원 명단을 민간협력과에 요청해 건네받았다.(표 참조)

그런데 행자부가 건넨 명단에는 이름과 임기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 소속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성명: 황전원, 직업(위촉 시 기준): 시민단체 임원, 임기: 2011~2013”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개일까. 행자부 민간협력과 담당사무관은 “직함까지 개인정보인 게 맞다”며 과거 선정위원이 어떤 단체 소속이고, 어느 대학 교수인지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사업 수행능력에도 의구심이 들며, 매년 바뀌지 않은 사업내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극우단체들이 매해 꾸준히 정부 보조금 지원사업을 따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정위원들의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사업을 신청한 단체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서류상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이 타당한지, 집행이나 운영비 지출 등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검토한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 공익사업 선정위원 ㄱ씨의 말이다.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교수님들이야 이전에 다른 자리에서 뵌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시민단체 사람이라는 분들은 일면식이 없던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체 사람들끼리는 서로 안면 있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고….” 역시 교수 출신으로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ㄴ씨는 담당공무원들의 ‘고충’을 거론했다. “엄청 시달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액수가 아닌데도 별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온다. 특히 국회로부터 민원이 많다. 자기 지역에 있는 단체를 선정해달라는 민원에서부터,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왜 선정되지 않았나 으름장을 놓는 민원까지 들어온다고 들었다.” 비록 구체적인 직함은 나와 있지 않았지만 <주간경향>은 크로스체킹을 통해 상당수의 공익사업 선정위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행자부는 설명자료에서 “선정위원은 전원 민간 전문가”라고 밝혔지만, 2013년까지는 아니었다. 고위공무원으로 박동훈 행자부 지방행정국장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민간협력과는 지방행정국 산하다. 박 전 국장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을 거친 뒤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 뒤 공기업평가원장, 국가기록원장을 역임했다.

선정위원 면면을 보면 유난히 당시(2013년)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이 눈에 많이 띈다. 시민단체 임원으로 역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선정위원을 역임한 박윤옥 전 의원은 ‘한자녀더갖기연합 회장’이라는 단체 활동경력으로 선정위원이 됐다. 박 전 의원은 2014년 1월 현영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뒤 비례대표직을 승계했다. 황전원 선정위원은 박근혜 사조직 포럼동서남북 경남지부장 활동경력 등으로 선정위원으로 추천됐다. 그는 이후 세월호 특조위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대통령 7시간 조사 반대’ 등의 주장을 펴다 총선 예비후보 활동으로 면직됐다. 결국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한 뒤 다시 여당 몫 부위원장으로 돌아와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인천지역에서 사회복지단체를 운영 중이며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을 지낸 조대흥 선정위원(2013~2015년)은 새누리당 인천시당 복지위원장을 맡았었다.

새누리당·보수성향 치우친 선정위원들

또 눈에 띄는 것은 특정 보수단체 연대체 관련, 선정위원들의 공통된 경력이다. 시민단체 임원으로만 적혀 있는 김갑재·오세훈 위원 등 3명은 선정위원 임기 동안 결성된 범사련(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라는 단체의 멤버였다. 단체의 활동기록을 보면 지난 2013년 재·보선에서 김무성 현 바른정당 의원을 좋은 후보로 선정하는 등 김무성 의원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범사련 활동을 하다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한 보수단체 인사는 “김 의원뿐 아니라 특정 종교단체 쪽과 너무 가까워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철민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선정작업의 공정성 등을 감안하면 현재 진행하는 선정사업과 관련된 위원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지원사업을 선정하는 선정위원을 구성단계에서부터 치우치지 않게 해야 하는데, 현행 위원 선정 방식은 전문성을 검증할 수 없게 불투명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10명에서 15명에 이르는 공익사업 선정위원은 국회 추천 3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행자부에 등록한 민간단체의 추천에 의해 행자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시민사회 대표성이 아닌 정권이나 관료의 입맛에 맞게 위원들이 구성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선정위원들의 소속이나 직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옳은 것일까. 서울시 정보공개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서울시의 경우 장애등급 판정 의사 명단과 같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만 비공개하고 있고,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미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에서 소속이나 직책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못 박고 있기 때문에 국민권익위 등에 행정심판만 제기해도 공개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공익활동의 지원사업 자체가 관료나 정부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가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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