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의 인물탐구]녹색당 운영위원장 김주온 '지구적 사고와 지역적 행동'을 통해 희망의 정치를!

2017. 4. 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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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9 대통령선거에 무려 1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무슨 활동을 했는지 처음 들어보는 정당에서 후보를 내기도 했고, 아예 무소속 후보도 있다. 그러나 정당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고(기존 정당 중 당명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게다가 국제적 연대를 가진 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했다. 대선이라는 ‘최고의’ 정치적 행사에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들추는 것은 아픈 상처에 겨자 바르는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자성의 기회이며, 미래를 위한 축적의 시간이기도 하고, 오히려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세계 90개국 녹색당과 국경 초월 연대

바로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해 공동체적인 삶과 생명·환경·교육·의료·주거 등 사회 정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생활정치를 지향해 왔다. 게다가 녹색당은 세계적 이슈를 지구적 시민의 입장에서 다룬다. 그래서 세계 90개국 녹색당과 국경을 초월해 연대를 가지고 있다. 그 녹색당 대표격인 김주온 운영위원장(26)을 만났다.

녹색당이라는 ‘세계 최대 정치공동체’가 대선후보를 내지 못했다.

“우리 실력이 못 미친 탓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탁금(3억원)과 공보물 제작과 발송에 굉장히 돈이 많이 든다. 순전히 당원의 당비로 운영되는 녹색당은 재정적으로 그렇다.(약하다)”

그래도 대선은 당 홍보를 위해 좋은 기회인데 공당이 3억원이 없어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그렇다.

“3억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드는 돈이다. 15명이 후보등록을 했지만 5명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는 모르지 않나. 사실 대선에 후보를 낼 계획이었는데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이 치러지면서 혼선이 생겼다.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 대선만 치르고 산화할 것이 아니라면 풀뿌리 정치를 지향하는 측면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매진키로 한 것이다.”

녹색당은 2011년 10월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어 2012년 3월 정식 창당됐다. 그 해 4월 총선 정당투표에서 0.48%밖에 얻지 못해 등록이 취소됐다. 10월 재창당 대회를 열고 재등록하려 했으나 당시 정당 등록취소 후 동일 당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정당법에 저촉돼 ‘녹색당(+)’로 등록했다. 그리고 정당법에 명시된 동일 당명 사용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아 녹색당 당명을 다시 찾았다.

녹색당은 2014년 지방선거에 11명의 지역구 후보와 12곳에서 광역 비례후보를 냈지만 한 곳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비례후보 5명, 지역후보 5명을 냈지만 정당투표에서 0.76%의 지지로 역시 당선자가 없었다. 하지만 세 번의 선거를 통해 ‘생명정치’ ‘생활정치’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김 위원장은 “지난 총선 때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결과 당원 1만명이 넘었다”면서 “이 중 매달 3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7000~80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다른 정당과 조금 다른 조직을 가지고 있다. 대표격인 운영위원장이 있고(남녀 공동위원장이지만, 남자는 현재 공석이다) 정책을 중요시해 정책위원장이 남녀 1명씩 있다. 그러나 유명·원로인사를 나열하는 고문단도 없고, 정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변인도 없다. 정당 조직이 주로 지역 풀뿌리 위주로, 중앙당의 규모는 작다. 외국의 경우 위원장이 없고, 대변인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번 촛불시위에 녹색당 당기가 별로 안 보였다.

“(하~하~) …우리들이 쪽수(숫자)로 좀 밀린다. 우리 당원들은 풀뿌리에 산재해 있다. 지역에서는 이번 촛불혁명에 크게 기여했다. 당원이 광화문에 집결한 적도 있지만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녹색당에 비해 민중연합당은 당원 결집력도 강하고, 또 시위의 선두에서 매우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그들(민중연합당), 정말 깃발(당기) 잘 흔들더라. 깃발도 엄청 크고. 우리는 그것 못 따라 가겠더라.”

그것이 당기 크기 탓일까, 당원들의 의지·열정 탓 아닐까.(하~하)

“우리 당에 관심이 없어 우리 당기를 못본 것 아닐까.(하~하~) 우리 당기가 국민의당 초록색과 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국민의당 교육개편안과 정의당 직업교육 공약을 비판했다. 대선에 직접 후보를 내지는 않지만, 기성 정당과 연대하고 있나.

“최근까지 그에 대한 토론을 계속했다. 내린 결론은 특정후보나 특정정당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하자는 입장이다. 우리는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지만 누구도 비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작은 이념·진보정당은 기성 거대정당과 정책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일반적 아닌가.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에 연정을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다양한 정당이 많아 연정을 하지 않으면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녹색당은 의석이 많지 않아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연정에 참여한다. 우리의 경우 승자독식하는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 300명 중 비례대표 47석으로 오히려 줄였다. 독일처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로 정치참여 규칙을 바꿔야 한다.”

선거법은 상위 권력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비례대표를 지역대표보다 우선해 뽑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는 대개 다당제를 낳고 결국 연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임기가 없는 내각은 연정이 깨지면 쉽게 바뀐다. 그러나 임기가 명시되고 승자독식인 대통령제는 양당제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것이 민주적인지는 그 나라의 정치문화에 따라 다르다. 최근 기형적 탄핵정국으로 4당(다당)이 되자, ‘다당제가 대세’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정치구조를 모르는 사람이다.

매달 당비 내는 진성당원 7000~8000명

녹색당이 지난 총선 때부터 의제화한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 기본소득은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치단체 차원에서 처음 도입했지만, 이를 정치권에 도입한 사람이 바로 김 위원장이다. 그는 “대학 때부터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녹색당에 들어와 이 작업을 계속해 2015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청년에 대한 기본소득 말고도 노인·장애인·농민에게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당의 주요 의제는 역시 환경·생활이다. 특히 원전에서 벗어나는 ‘탈핵’은 가장 중요한 의제이다. 김 위원장은 “탈핵과 미세먼지 대책, 특히 요즘 언론은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진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한반도 평화문제로 사드문제도 미국 녹색당과 함께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당장 원전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2030년까지 원전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것이 대안전력 시나리오 2030이다. 지금 예비전력도 많으니 일단 노후되고 위험한 원전을 끄고, 새로 짓기로 계획된 원전 건설을 중단하자. 가동 중인 원전도 점진적으로 중단하자. 대신 재생에너지 효율을 늘리자. 실제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이 놀랍다. 단가도 떨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나오는 화력발전도 줄이자. 그런데 우리는 정책도 없고, 그동안 주던 보전도 없앴다. 현 정부는 지금 ‘전기 더 많이 써라’는 정책을 펼 뿐 전기 과소비 산업군도 정비를 하지 않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야당도 공감해 정의당은 2040년까지, 민주당은 2060년까지 탈핵을 공약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제4차 세계 녹색당 총회 폐회식에서 한국 녹색당 김주온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 녹색당 제공

녹색당 활동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지역의 많은 생활협동조합(생협) 등과 목적과 활동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이들 시민단체와 연대만 잘하면 지역에서 당세를 크게 키울 수 있다. 진보정당이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하듯이 말이다. 김 위원장은 “녹색당과 시민·생활단체와 활동이 많이 겹치고 교류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시민단체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시민단체 대표는 당적을 갖지 않는 것이 관례라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1991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화순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에 관심을 가졌으나 정보를 얻기 어려워 참여하지는 않았다. 2010년 서강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당적을 가지려 했지만 공교롭게 통합진보당이 내분으로 분당되는 시기였다. 대학 때 총학생회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생활도서관 운동과 기본소득 운동, 마포 철거농성장에서 1년 반 정도 투쟁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성인이 된 시민이라면 정당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침 그때 녹색당이 창당돼 당의 강령만 보고 입당했다”고 말했다. 한때 고 조영래 변호사를 인생의 모델로 생각해 변호사가 될 생각도 했지만 로스쿨에 들어가 공부할 바에야 아예 지금부터 현장에서 뛰자고 생각해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당선자 배출 목표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만들기 위해 전국투어를 하면서 많은 당원들과 만나고, 특히 2016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전국 유세를 다니며 당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총선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해 침체된 당 분위기에서 그는 깃발을 들었다. 그는 “비록 원내 진입은 못했지만 녹색당이 희망을 얘기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면서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기세를 몰아 2018년 지방선거에서 꼭 당선자를 내자는 희망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당원들은 그의 이런 주장에 공감했고, 지난해 10월 비록 경선은 아니지만 운영위원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제4차 세계 녹색당 총회에 참석했다. 5년마다 열리는 이 총회에는 세계 90개 녹색당 대표가 참석해 이른바 리버풀 선언을 채택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도전과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등 민주주의 위기와 혐오가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영감을 얻었다”면서 “두려움과 혐오의 정치가 아닌 희망의 정치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세계 녹색당은 ‘지구적 사고와 지역적 행동’이라는 고유의 플랫폼을 강조한다. 그는 또 “외국에는 정치를 청년·여성들이 주도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당장 대선후보가 없어 침체된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내야 하는 중요한 책무를 안고 있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해 서울·경기는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사람(후보)을 찾고 바람을 일으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돈 안들이고 인지도 높이는 방법이 뭔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기자가 “정치는 시민운동과 달리 투쟁적인 면도 있어야 한다”면서 “옛날 진보당 당수는 사형당하는 등 생명을 건 탄압도 각오했고, 그렇게 절실해야 유권자도 표를 준다”고 은근히 ‘겁주는’ 조언을 했다. 이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응수했다.

“그건 오해다. 녹색당 당원들은 눈물 없이는 못볼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싸운다. 지난 총선 때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한반도 핵 위협에서 사드 반대·밀양 송전탑 투쟁을 했다. 단식·삭발투쟁 방법은 물론 절박함 때문이겠지만 이젠 그런 투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즐겁게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도 반성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내가 단식하면 기사 써줄 건가?”(하~하~)

<글·사진 원희복 선임기자·이상훈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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