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한 주]숨 쉬기도 미안한 4월

2017. 4. 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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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1962~ )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2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다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 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대선후보 토론이 열린 다음날,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대선토론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 시간 변함없이, 세월호 광장 분향소에는 참배객이 이어진다. 여전히 ‘숨 쉬기 미안한’ 4월이다. 미안하다.

〈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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