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기업하기 좋은 나라' 각론엔 이견

2017. 4. 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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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대한상의 초청 대선후보 강연회, 5명 모두 “규제 철폐” 한 목소리

지난 14일을 끝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마련한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이 마무리됐다. 이 행사는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17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법정 기업단체인 대한상의가 대선 때 실시하는 행사다. 각 대선후보들의 기업관이나 경제공약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 5명의 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재계의 높은 관심을 나타내듯 강연마다 300개의 관람석이 만석을 이뤘다.

대한상의는 중견·중소기업이 주요 회원사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경영자 측의 이익단체다. 이 때문에 회원 상당수가 상법 개정안 도입, 비정규직 철폐,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같은 경제개혁 이슈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5명의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규제를 철폐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면서도 각 사안별로는 입장차이를 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한상공회의소가 마련한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기업 및 경제관련 공약을 밝히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문 후보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문재인 후보는 “아직도 제가 반기업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참여정부 때를 생각해보라”며 “선거와 정치자금 깨끗하게 만들고 정권이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으니 오히려 기업하기가 더 좋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문 후보는 “노동이 멈추면 성장의 바퀴도 멈추게 된다”며 “노동을 성장의 파트너, 동반자로 인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노동 존중’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극심한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경제의 지속성장도 가로막아 기업에도 해가 된다”며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숨에 원칙 적용이 쉽지 않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적어도 80% 정도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그동안 정부가 휴일노동은 별개인 것으로 해석을 해오면서 주 68시간처럼 운영돼 왔지만 법에 규정된 주당 근무시간은 52시간이 되는 게 맞다”며 “원칙에 맞게 근무시간을 줄여나가되 단계적인 단축 방안이나 근무시간 감소로 인한 생산성 하락, 임금 하락 등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밖에 상법 개정안을 통한 재벌개혁,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공약으로 소개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업과 민간부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은 기업과 민간의 몫이라는 것이 경제공약에 대한 제 확실한 철학”이라며 이 같은 기반 조성을 위해 교육개혁, 과학기술력 확보, 공정사회 실현을 3대 과제로 꼽았다.

안 후보 “연구개발비 예산 통합 관리”

교육개혁에 대해 안 후보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10년 장기 교육정책을 합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겠다”며 “학제 개편, 평생교육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력 확보방안으로 안 후보는 “연간 19조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도 결과가 안 나오는 건 순전히 정부 탓”이라며 “각 부처가 움켜쥔 관련 예산을 다 빼앗아 한 부처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면 역동적으로 국가 전체를 위해 예산이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저도 22년 전 창업을 해봐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나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잘 안다”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어서 개인이 자수성가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중소기업이 실력만으로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저는 기본적으로 규제는 개혁하되 감시는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며 “국회에 있는 규제프리존법도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명 ‘창업드림랜드’ 같은 방식으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대한민국에 실업자가 늘고 청년실업이 만연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전적으로 강성 귀족노조와 좌파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권하게 되면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 단체에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해 주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채용할 이유가 없다”며 “집권하면 공무원 및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통해 청년을 위한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과 상법 개정안 도입에는 부정적이었다. 홍 후보는 “부자들 것을 뺏어서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홍길동이 하는 짓이지 자유민주주의의 경제질서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제가 당선되면 법인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유주의적 경제질서 실현이 원칙이고 경제민주화는 보조적 조항”이라며 “보충적인 규정이 원칙을 뒤엎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 초청 특별강연에서 강연 중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 순서대로) / 대한상공회의소

유승민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 경제계, 특히 중소기업 운영하시는 분들과 아주 자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서 의견도 듣고 여러 가지 타협책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선 “집권하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소위 ‘레드라인’을 설정하겠다”며 “이것을 넘는 재벌은 가차없이 엄중하게 다스리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국세청, 검·경, 국정원,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들이 기업들과 국민들을 못살게 굴고 갑질하는 것은 반드시 고치겠다”며 “권력기관의 작동원리를 제도적으로 뜯어고치되 개혁을 해서 필요하다면 인력을 대폭 외부에서 수혈하고 기존 인력을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중요한 경제정책 문제는 경제주체들과 반드시 깊이 있는 소통과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겠다”며 “이를 통해 경제주체와 시장이 움직인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국가 발전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모두가 고통을 감당해야만 하는 문제”라며 “다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 등이 이 비용을 감당하긴 어렵고 대기업과 원청업체들이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최저임금 문제도 소득 상위 1% 이내에 있는 기업인들이나 공직자들이 월급을 많이 받아가려면 최저임금도 같이 연동해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세자영업자들이나 소수 인력이 고용된 업체에는 현재 17조원인 정부의 일자리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서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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