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숨이 안 쉬어져'](33) 하늘에 있는 아내 효정아 사랑한다
효. 정. 아. 당신 이름을 부르니까 정말 보고 싶어진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을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서울 구로구에 사는 최승영씨(45)는 결혼해 2005년과 2007년에 딸 둘을 낳았다. 그런데 8년 전인 2009년 2월에 아내 문효정씨를 잃었다. 아이들이 네 살, 두 살이었을 때였다. 기침을 조금 하고 감기에 걸리는 일이 있었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2008년 6월에는 가족사진도 멋지게 찍었었다.
그러다 2009년 1월 갑자기 아내가 숨쉬기가 어렵다며 쓰러졌다. 병원에 실려갔는데 한 달 만인 2009년 2월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 황망한 시간이 그렇게 지났다. 아이들은 본가 어머니가 와서 돌봐주셨고 여동생도 수시로 들러주었다. 승영씨는 직장일을 계속하지 못했다. 이일 저일 하다가 보험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다.
2016년 12월 31일 광화문 촛불집회 자유발언무대에서 옥시싹싹 사습기 살균제 피해로 부인을 잃은 최승영씨가 아내 문효정씨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는 동안 가족사진이 대형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
병원에 실려간 지 한 달 만에 사망
그러다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인미상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숨진 산모들의 사망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보도였다. 그리고는 얼마 있다가 모든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말라는 보도가 나왔다. TV뉴스에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도 보였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 집에서도 몇 년간 썼던 바로 그 옥시싹싹이었다. 2004년 겨울부터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었다. 집 근처의 홈플러스에서 장을 볼 때마다 하나씩 샀던 걸로 기억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아내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그렇게 됐던 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알아보니 아내 말고도 비슷한 피해자가 엄청 많았다. 피해자로 신고했다. 이것 저것 병원 서류를 떼서 냈다. 2013년 7월 어느날 정부의 조사관이 집으로 찾아왔다. 시시콜콜 자세히 물었다. 그 조사관은 나중에 알고 보니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백서를 제작한 편집자였고 <빼앗긴 숨>이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기록한 책의 저자인 안종주 박사였다. 안 박사는 정부 공식 조사의 환경노출분야 조사관으로 전국을 다니며 피해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4년 4월 아내의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관련성 확실’이라고 했다.
2016년 12월 17일 광화문 촛불집회장에서 최승영씨가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의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 스티커는 대구의 한 시민이 만들어서 촛불집회장에서 배포해주고 있었다. 승영씨 뒤로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 구명조끼가 보인다. / 필자 제공 |
2년 전부터 가끔씩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활동에 나갔다. 국회에도 가보고,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도 가봤다. 피해대책은 지지부진했다. 작년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정중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상당수 피해자들은 병원비와 장례비도 못받고 있는 처지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걸 봤는데 제조사 사람들이나 공무원들이나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광화문 촛불집회서 아내에게 편지 낭독
작년 하반기에 촛불집회가 시작되었지만 나가볼 엄두를 못냈는데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에서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했다. 12월 초에 한 번 나가 봤다. 그런데 작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촛불집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무대에서 말할 시간이 생겼다며 아내 이야기를 해보라고 그런다.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사실 지난 8년간 아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지도 못한 채 정신없이 살았다. 아이들은 벌써 철이 들었는지 엄마를 찾지 않는다. 학교에서 발표도 잘 안하고 말도 잘 안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용기를 주고 밝게 해주고 싶긴 했다. 편지를 썼다. 수많은 사람들 앞이라 떨려서 그냥 읽기로 했다.
다음은 최승영씨가 2016년 12월 31일 광화문 촛불집회의 무대 위에서 읽은 편지글 전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유족으로 구로에 사는 최승영입니다. 하늘에 있는 제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나왔습니다. 아내에게 부치고 싶은 편지를 읽겠습니다. 아내가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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