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의 선택] 세대불문 '가짜뉴스' 우려 커.."알면서 속아"
20대 "장년층에 영향" vs 50대 "우리는 안속아"
[편집자 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표심의 최대 승부처가 20, 50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1은 바닥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평범한 2050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지지후보와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매우 달랐다.
(서울=뉴스1) 사건팀 = 경찰과 검찰이 5월9일 장미대선과 관련해 이른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방침을 밝혔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가짜뉴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유권자들은 '가짜뉴스'를 어떻게 바라볼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세대로 꼽힌 20대와 50대가 보는 가짜뉴스 영향력에 대해 살펴봤다.
◇유력후보답게 문재인·안철수 관련 가짜뉴스 꼽아 이번 장미대선에서 20대, 50대들이 꼽은 기억에 남는 가짜뉴스는 무엇이었을까.
유력 후보답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겨냥하는 가짜뉴스를 많이 봤고 '기억에 남는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대학원생 박진혁씨(29)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상한 종교를 신봉한다는 뉴스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신천지재단에서 지지한다는 뉴스"라고 답했다. 박씨는 "종교적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기독교인을 자극하려는 것 같다"라며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한모씨(55·자영업)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후보들에 대한 메시지가 많다"라며 "그런데 주변에서 오는 메시지를 보면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뉴스가 많다"라고 밝혔다.
회사원 이모씨(56·여)는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가서 김정은을 만났다는 뉴스가 있었다"라며 "문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에 다 퍼줄 것이라는 뉴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이슬기씨(27·여·금융업)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가짜뉴스를 봤다"고 답했다. 시민 백모씨(25·여)는 "문재인 후보 치매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회사원 권모씨(29)는 "안철수 후보가 조폭에 연루됐다는 사진이 한때 떠들썩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평택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씨(29)도 "안철수 후보의 조폭 연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이밖에도 문 후보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거나 엄청난 양의 금괴를 소유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의 영향력에 대해선 각각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대, 50대 응답자들은 대부분 이번 대선에서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대는 50대 이상 장년층이 가짜뉴스에 속을 것으로 보고 있었고, 50대는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걱정하면서도 자신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생 김모씨(23)는 "중도층이나 정치적 식견이 없는 유권자들에게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조모씨(23)는 "생각보다 대중은 쉽게 흔들린다"라며 "한국인의 특성상 특정인물에 대한 네거티브나 가짜뉴스가 나오면 물고 놔주질 않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회사원 박모씨(59)는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조직적으로 뉴스를 퍼 나른다면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의견이 비슷한 사람 사이에서 그런 뉴스가 돌면 진짜로 믿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남 창원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56·여)는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느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설마 그럴까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고 답했다.
이같은 가짜뉴스 영향력에 대한 생각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20대와 50대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활동가 이모씨(29)는 "어른들의 경우 메신저 등을 통해 접하는 가짜뉴스에 휩쓸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라며 "어머니 단체채팅방만 봐도 그런 것을 진실로 믿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젊은이들은 정보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어른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라며 "이같은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박씨는 "우리 부모님만 하더라도 메신저를 통해 오는 정보를 다 믿는다"라고 답했다.
이에 반발하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68·여)는 "어차피 문재인, 안철수의 양자대결인데 사람들이 그런 거짓말에 속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가정주부 이모씨(58·여)도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관련해서 국민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아 가짜뉴스의 영향이 있을까 모르겠다"라며 "선거마다 네거티브 전략이 많으니 별로 신경을 안 쓸 것 같다"고 답했다.
충남 홍성에 사는 정상돈씨(59)는 "어차피 지금쯤이면 사람마다 미는 후보들이 있을 것이고 그와 관련된 뉴스들만 선별해서 볼 것"이라며 가짜뉴스 영향력에 대해 일축했다.
◇"가짜뉴스? 모르겠다" "가짜뉴스 존재가 위험" "언론이 제 역할해야"
가짜뉴스에 대해 "극성 지지층이나 언론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크게 관심 없다는 의견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사회활동가 이모씨(23·여)는 "가짜뉴스가 나온다 한들 서로 반박하는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홍모씨(52)는 "결국 뉴스와 정보 선택을 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라며 "가짜뉴스에 선동당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시민의식'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원 강모씨(57)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은 정보창구가 많아 가짜뉴스를 많이 접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는 방송이나 신문 등 검증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접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최영성씨(63·자영업)는 "너무 허황된 거짓말이라면 사람들도 생각이 있으니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지만 교묘하게 조작된 뉴스라면 분명 혼란을 줘 잘못된 선택을 유도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국가적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신아영씨(34·여)는 "이번 최순실게이트를 겪으며 국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며 "평소 같으면 당연히 아니라고 주장할 만한 뉴스도 지금은 쉽사리 말을 하지 못한다"라고 평가했다.
언론에 공정한 보도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부 신선숙씨(55)는 "사람들이 요즘 기사들에 대해 얼마나 큰 신뢰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자와 언론 등이 정직하게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준비생 윤선우씨는 "언론이 나서서 이런 가짜뉴스 퇴치에 적극 힘써야 유권자들이 역선택을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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