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괴물 테임즈, 3년 동안 무슨 일 있었나?

윤세호 입력 2017. 4. 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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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테임즈.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에릭 테임즈(31·밀워키)가 거침없이 빅리그를 정복하고 있다. 테임즈는 25일 신시내티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홈런(10개), 장타율(0.910), OPS(출루율+장타율, 1.392) 강타자를 상징하는 세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던 선수가 한국에서 보낸 3년을 통해 메이저리그 특급으로 진화했다.

시즌 전에는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지난해 홈런 41개를 때려낸 크리스 카터를 포기하고 무명선수 테임즈를 선택한 밀워키의 결정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현재 밀워키의 결정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ESPN, USA투데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폭스스포츠, 시카고트리뷴 등 미국 주요 언론에선 연일 테임즈의 활약을 집중 조명하고 있을 정도다. 테임즈가 한국에서 보낸 3년을 탐구하며 테임즈에게 어떤 마법이 일어났는지 분석 중이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변화는 선구안이다.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첫 해였던 2011시즌 스트라이크존 바깥에 형성된 투구에 36.8%의 확률로 스윙했다. 2012시즌에도 이 수치는 35.6%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볼에 배트가 자주 나오는,지나치게 공격적인 타자였다. 2년 동안 175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볼넷은 38개에 그쳤다. 물론 당시 테임즈는 만 25세 미완성 유망주였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나이였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테임즈는 2014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변화를 택했다. 열악한 마이너리거 생활, 콜업을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테임즈는 지난해 마이너리거 시절에 대한 질문에 “15시간 버스를 타고 잠도 못잔 상태로 경기에 나서는 생활을 지속할 자신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도 몇 경기 못하면 바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고 답하며 “한국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더 나은 야구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국무대 도전을 택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2014시즌 NC 유니폼을 입은 테임즈는 자신의 예상대로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섰고 꾸준히 대포를 쏘아 올렸다. 한국에서 뛴 3년 동안 390경기에 나서 124홈런 64도루 382타점 343득점 OPS 1.172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초토화시켰다. 293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235개의 볼넷을 골라 집중견제 속에서도 향상된 선구안을 뽐냈다. 2015시즌에는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40-40(40홈런·40도루 이상)을 달성하며 MVP를 수상했다.

테임즈는 지난 19일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뛴 3년 동안 타석에서 인내력을 키워야만 했다. 매 경기 스플리터를 비롯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변화구를 봤다. 빠르고, 느리고, 떨어지고, 빠져나가고 세상에 있는 변화구는 다 봤을 것이다”고 웃으며 “물론 한국에는 95, 96마일짜리 빠른 공은 거의 없다. 하지만 느린 변화구를 계속 접하면 91마일도 100마일처럼 느껴진다. 중요한 점은 내 몸이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하나는 것이다”고 밝혔다.

더불어 테임즈는 3년 동안 틈틈이 책을 읽으며 정신적 수양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테임즈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내적평화와 명상을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훈련에 임했다. 과정에 집중하되 결과에는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한국무대 맹활약은 정신과 육체의 조화가 바탕이 됐다고 주장했다.

테임즈는 25일 현재 삼진 18개를 당하며 13개의 볼넷을 골랐다. 24일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형성된 공에 스윙한 확률도 20.6% 밖에 안 된다. 한국에서 보낸 지난 3년 동안 길러진 침착함은 선구안 향상으로 이어졌다. 향상된 선구안을 통해 메이저리그서도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테임즈다.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4월 최다홈런에 도전장을 던졌다. 앞으로 5경기에서 홈런 4개를 더하면 2006시즌 알버트 푸홀스, 2007시즌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4월 최다홈런을 달성한다. 테임즈는 역사에 도전하는 자신을 향해 많은 이들이 놀라는 것에 대해 “내가 다시 헤맬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충격을 좀 받은 것 같다.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한국에서와 똑같이 야구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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