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박지원 "노무현 존경하지만 '노무현 시대' 회귀는 안돼"

2017. 4.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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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 만들기' 최일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후보는 최근까지 급상승했던 만큼 지금은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며 “반등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남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영희 기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소통령’ ‘남북정상회담 주역’ ‘명대변인’ ‘정치 9단’….

그에게 붙어 있는 수식어는 25년의 정치 관록만큼이나 다양하고 화려하다. 청와대 공보수석, 청와대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에 이어 세 번의 비대위원장에다 세 번의 원내대표, 그리고 당대표까지. ‘DJ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던 그가 이젠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의 최일선에 서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과거 집착, 안철수=미래 지향’이라는 공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박지원은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남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이뤄졌으며, 추후 전화통화 등을 통해 내용을 첨가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는데.

“조정기라고 본다. 지난 5일 후보가 확정됐을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35%, 안 후보 18% 또는 20%를 넘겨 15% 포인트 안으로만 접근하면 우리가 이긴다고 봤다. 왜냐하면 문 후보 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당내 후보 경선과 TV토론 등을 통해 안 후보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예상을 뛰어넘어 급상승했다. 그래서 반드시 조정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게 지금이다. 물론 그 사이 안 후보가 몇 가지 실수를 한 것도 인정한다. 반등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안 후보의 실수를 언급했는데, 장점과 단점을 평가한다면.

“안 후보는 현재 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깨끗하고 겸손한 후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에 대한 미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후보다. 우리 현실 정치인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끌려고 하는데, 안 후보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장점이다. 좀 미흡하다고 보는 점은 현실 정치에 대한 즉각 대응이 조금 부족하다. 바로 그 점을 내가 10개월간 보완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문 후보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좋은 점은 집권욕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사람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영입하려고 노력을 한다. 단점은 그렇게 모아온 사람들도 친문 패권 속에서 힘을 못 쓰게 차단시켜 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거짓말과 변명을 한다. 일단 부인하고 변명부터 한다.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과거에 얽매여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전혀 없다.”

-문 후보 측에 비해 인재 영입이 미흡해 보이는데.

“인재들은 아주 많다. 안 후보 스스로가 우리 당은 40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내 인재 보다 문재인 캠프건 누구 캠프건 좋은 사람은 다 쓰겠다 했다. 구여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현역의원들도 많이 오려고 하는데 우리가 아직 받지 않고 있을 뿐이다.”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카드는 소멸한 것인가.

“자기들이 무엇을 말하건 자유이지만 우리는 하지 않는다. 지난 10개월 동안 당내에서 자강론을 계속 얘기한 사람은 안 후보와 나뿐이다. 우린 어떠한 경우에도 그런 세력들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 후보가 우리에게 적폐세력과 함께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나에게 지역감정을 조장한다고 하는 문 후보 자신은 대구에 가선 보수 세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광주에 가선 적폐 세력 청산을 말한다. 이게 뭔가. 발언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은 동지고, 남을 지지하면 모두 적폐 세력이라고 모는 것이 맞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이제는 통합과 협치를 원하고 있다. 정치 좀 잘하라고 한다. 문 후보는 이를 다시 이분법적으로 국민을 분열시켜 패권 정치를 하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문 후보 측은 ‘39석 정당은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설파하는데.

“과반을 훨씬 넘긴 의석을 가졌던 이명박·박근혜정권이 성공했나. 김 전 대통령은 79석을 가지고 당선됐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하고 IT 강국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34석을 가지고,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80석을 차지해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한국으로 치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제1당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리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 체제다. 119석을 가진 문 후보도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180석이 되지 않으면 170석을 가져도 힘들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누가 협치를 잘할 수 있는 것일까. 차라리 어차피 협치를 할 수밖에 없는 39석을 가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친문으로 둘러싸인 문 후보 캠프를 보라. 문 후보와 추미애 대표의 알력이 보이지 않는가.”

-엉뚱하지만 취임 초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은 어떤가.

“왜 실패를 전제하나. 그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노무현식 사고다. 자신을 당선시켜준 당을 자신이 분열시켜 열린우리당을 만들지 않았나. 그런 패권 정치로 가선 안 된다. 국민의당 후보로 당의 정강정책을 내세워 당선됐는데 어떻게 당을 버린단 말인가. 그게 바로 문재인식 이분법적 사고다.”

-문 후보는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래서 문 후보의 안보관이 굉장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아닌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물론 대북정책의 ABCD도 모르는 발언이다. 우리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 주민을 제외하고 김정은 정권과 군을 총체적으로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왜 그것을 모르는가. 정말 답답하다.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것이다.”

-김대중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문제는 어떤가.

“문 후보가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간의 대북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 평가를 한다. 그러나 문 후보는 대북송금 특검에 관여한 장본인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밝히지 않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

-‘안찍박’ ‘상왕’ 등이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먼저 SNS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으면 문 후보가 된다고 하니 순발력 좋은 홍 후보가 ‘안 후보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이조 시대가 아니다. 안 후보를 찍으면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남기를 바란다. 내 나이 일흔 다섯이다. 역할만 놓고 보면 소통령, 부통령, 대통령(?) 할 것 다 했다. 큰 대(大)자 말고 대신할 대(代)통령 말이다.”

-대북 문제 전문가로서 한반도 위기 해법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도랑에 든 소다.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다 먹어야 한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철저히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로 망나니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반도 전쟁 위기가 있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내용을 보면 미국은 중국에 무역 보복을 하지 않는 대신 북한 핵 폐기에 나서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철저한 사업가다. 손익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 후보는 ‘한반도서 참화 벌어지면 나부터 총 들고 나가겠다’고 했다. 정말 이런 식견으론 대통령 되기 어렵다.”

-안 후보가 사드 찬성이라고 했는데 당론 결정 빨리 해야 하지 않나.

“대선 국면에서 후보의 발언은 곧 당론이다. 그리고 상황도 바뀌었다. 나는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드는 미국과 일본 방어에도 필요하다. 미국의 안보가 곧 우리의 안보다.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총이냐 밥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총은 맞으면 금방 죽지만 밥은 덜 먹어도 그리고 좀 굶어도 살 수 있다. 사드 배치의 최적지는 국회다. 우리나라 영토에 예산이 들어가면 국회 비준동의는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국회에 갖다 놓고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라고 말해왔다. 그렇게 시간을 벌어 보라고 했는데 김정은이 더 망나니짓을 하고 있으니 상황이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치인 박지원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무수한 비난을 받지만 최일선에 서서 제 격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다. 안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나는 김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애국이라 생각했었다. 이후에는 김 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애국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불살랐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고, 안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갈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 마지막 노력을 다하려 한다. 나의 소망이 있다면 김 전 대통령이 꿈꾸던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북한과의 수교를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그럼 대북 특사 카드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내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다. 나는 내 분수를 잘 안다.”

-왜 이렇게 SNS를 열심히 하나.

“나는 뭐든 열심히 한다. 우리 당의 누구보다도 새벽부터 밤중까지 열심히 다닌다.”

-건강관리 비법은.

“걷는다. 국민일보에서 한밤중에 여의도공원을 내려다보면 어떤 사람이 걷고 있을 것이다. 나다.”

-끝으로 안 후보가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안철수가 이긴다. 국민이 이긴다.”

만난 사람=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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