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집먼지 속 독성물질..실내가 더 위험할 수도

원호섭 입력 2017. 4. 26. 0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등 유발 TBBPA, 한국 가정집서 많이 검출
전자기기·온돌문화 영향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실내공기 오염에 따른 연간 사망자 수는 약 430만명. 실외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인원(약 370만명)보다 많다. 미세먼지, 황사 등을 피하기 위해 문을 꼭 닫고 실내 환기조차 하지 않는 가정이 많다.

그러나 실내 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포름알데히드, 곰팡이 등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파트나 원룸 등에 있는 집먼지에는 발달장애나 내분비계 교란 등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아파트 등 실내에서 흔히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는 독성이 매우 강하며 공기 중 농도가 높으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건물을 지을 때 흔히 사용되는 단열재와 바닥재, 이를 시공하는 데 쓰이는 접착제, 가구 도색제와 접착제 등에서 방출되는 경우가 많다. 농도 0.1PPM 이하의 포름알데히드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이나 코, 목 등에 자극이 오며, 농도가 0.25∼0.5PPM 수준이면 호흡기장애 환자나 천식 환자는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곰팡이도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호흡기 면역 체계가 약한 영유아나 임산부 등이 집에 있으면 실내공기 질 관리와 환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2015년 10월 국제학술지인 '환경연구' 10월호에 게재된 한양대와 미국 뉴욕주립대, 일본 구마모토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원룸에 있는 집먼지에서 상당한 양의 독성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 일본 인도 미국 등 12개 국가의 집먼지 속에 포함된 독성물질 '테트라브롬비스페놀A(TBBPA)'와 '비스페놀계 화학물질'의 농도를 조사했다.

TBBPA는 무색의 결정성 분말로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불에 잘 타지 않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다. TV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제품 코팅제로도 활용된다. 비스페놀계 화학물질도 플라스틱 제조 시 사용되는데 모두 내분비계 호르몬 분비에 교란을 일으키거나 정자 운동저하, 불임, 발달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콜롬비아 쿠웨이트 등 전 세계 12개 국가 주요 도시의 일반 가정집에서 수집한 집먼지 샘플을 분석했다. 각 나라의 수도와 인근 지역 아파트, 단독주택, 원룸 등에서 채취한 집먼지로 한국은 서울 안산 안양 등에 위치한 일반 가정집이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한국의 집먼지 1g에는 TBBPA가 84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이 포함돼 조사 지역 중 일본(140ng)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농도를 차지했다. 중국(23ng)과 미국(20ng)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과 한국, 중국의 집먼지에 포함된 TBBPA는 나머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최소 10배, 최대 100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집먼지 1g에서는 1600ng의 비스페놀계 화합물이 포함돼 그리스 일본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집먼지 속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은 이유를 전자기기 사용량이 많고 온돌문화가 발달한 주거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문효방 한양대 교수는 "전자기기가 작동될 때 제품에 코팅돼 있던 독성물질이 공기 중으로 떨어져 나온 뒤 집먼지와 결합한다"며 "집먼지의 특성상 도시와 시골의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한국인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독성물질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인은 집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집먼지는 성인보다 두 살 이하의 영유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 평균 20㎎의 집먼지에 노출된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영유아의 경우 하루 평균 50㎎, 최대 200㎎의 집먼지를 흡입한다. 어렸을 때 TBBPA와 비스페놀계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발달장애, 성조숙증과 같은 질병을 앓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수치가 낮고 대기 순환이 잘되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사이에 맞바람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내 습도는 40~60% 가 적당하다. 문효방 교수는 "실내 먼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청소와 환기를 자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어린아이는 손을 수시로 닦아줘 먼지가 체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스페놀계 화학물질과 같이 독성을 띠는 물질에 대한 규제는 물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물질에 대한 연구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