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사라던 정부, 서민만 '시름'
[경향신문] ㆍ2년 새 중산층 자가점유율 급등, 저소득층은 1.3%P 하락
ㆍ임차가구 월세 비중 60.5%로…주거비 부담 갈수록 가중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 본격화한 후 저소득층 주거여건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 있는 중산층 이상은 내집 마련에 적극 나선 반면, 저소득층은 주거비가 더 드는 월세로 대폭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25일 내놓은 ‘2016년 일반가구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이래 소득계층별 주거 안정성과 주거비 부담 변화가 잘 드러난다. 주거실태조사는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2014년 8월 당시 최경환 부총리팀의 대출규제 완화 후 중소득층(월 201만~400만원)·고소득층(월 401만원 이상) 가구의 자가 거주·보유 비중이 뛴 반면 저소득층(월 200만원 이하) 가구의 자가 비중은 더 떨어졌다.
자기 집에 사는 ‘자가점유율’은 2014년 53.6%에서 지난해 56.8%로 상승했다. 국내 약 1900만가구 중 자가 거주가 60여만가구 늘었다는 의미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 자가점유율은 47.5%에서 46.2%로 떨어지며 지속적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자가에 사는 중소득층 비율은 52.2%에서 59.4%로 7%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고소득층도 69.5%에서 73.6%로 뛰었다. 전셋값이 뛰는 가운데 대출규제 완화와 저금리 정책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줄자, 중산층 이상은 빚을 내서 자기 집을 새로 사거나 2채 이상으로 주택 소유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저소득층은 자가점유율이 2008년 금융위기 때 51.9%를 기록한 뒤 떨어지다 2012년 50.4%로 잠시 반등한 뒤 4년째 50%를 밑돌고 있다.
전·월세 비중을 보면, 임차가구 중 월세비중은 2014년 55.0%에서 2016년 60.5%로 5.5%포인트나 늘었다. 전세가구는 같은 기간 45.0%에서 39.5%로 5.5%포인트 줄었다.
이는 자기 집을 산 경우가 늘어서다. 또 저금리 등으로 전세 임대수익이 줄고 정부의 월세 전환 유도에 따라 전세에서 주거비 부담이 더 큰 월세로 대거 갈아탔다는 뜻이다.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2014년 4.7배에서 지난해 5.6배로 높아졌다. 집을 가진 사람은 이득은 커졌으나 내집 마련 비용도 늘어났다는 뜻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PIR은 2010년 6.1배에서 지난해 9.8배로 급증, 약 4년의 연봉을 더 모아야 자기 집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저소득층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비율(RIR)은 같은 기간 29%에서 23.1%로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월 100만원을 벌면 23만1000원을 임대료로 내야 해 부담이 컸다.
국민 66.5%는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월세(82.3%), 전세(74.3%), 자가(50.6%) 순으로 부담이 크다고 했다. ‘최저주거 기준 미달가구’는 2년 전 99만가구에서 2016년 103만가구로 소폭 늘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같았다. 1인당 평균 거주면적은 33.5㎡에서 33.2㎡로 2년 사이에 소폭 줄었다.
강미나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셋값 상승에 자가도 늘었지만 저소득층 다수는 월세로 갈아탔고, 자가를 가진 저소득층 상당수는 지방의 낡은 집을 가진 노인들”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은 “공공임대 공급을 꾸준히 늘리되, 저소득층 특성에 맞춰 집 수리를 지원하는 등 차별화된 주택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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