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가른 도·농 격차..브렉시트·미 대선 등 '분열의 세계화'
[경향신문] ㆍ프랑스 대선서도 도시는 마크롱, 농촌은 르펜 극명히 갈려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두 개의 프랑스’가 나타났다. 지난해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지난달 네덜란드 총선과 다르지 않은 결과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교수인 지리학자 자크 레비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24 방송 인터뷰에서 전날의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파리 유권자 34.8%가 1차 투표에서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을 선택했다. 전국 득표율 24.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민족전선(FN)의 극우 후보 마린 르펜(48)은 파리에서 4.99%를 얻는 데 그쳤고 다른 대도시 리옹과 보르도에서도 각각 8.9%, 7.4%로 참패했다. 그럼에도 르펜은 전국에서 21.3%의 지지를 얻었다. 대도시 바깥 중소도시와 농촌을 석권한 결과다.
영국과 미국, 네덜란드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대도시와 촌락 지역을 가르는 사회 균열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런던 등 영국 대도시는 유럽연합(EU) 잔류를 택했지만 중소도시와 촌락들은 탈퇴에 몰표를 던졌다. 영국은 유럽에서 지역 간 소득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잊힌 사람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서 중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표를 쓸어담았다. 남부 농업지대 표심도 트럼프에게로 향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동부와 서부 해안 대도시들에서 큰 표차로 이겼지만 끝내 패했다.
도시와 농촌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런 투표들에서 극명히 갈렸다. 세계의 대도시들이 성장을 거듭하자 학자들은 한 국가의 동질성보다 이런 ‘글로벌 대도시’ 주민들 간의 동질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민자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개방적이며 다문화에 익숙하고 고학력·젊은층이 많은 도시 주민들과, 도시에 노동력과 자원을 흡수당하고 좌절감과 패배감이 누적돼온 촌락 주민들의 사회적·경제적 격차는 커져만 간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이제 지구적인 분열이 돼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불과 5년 새 사회의 균열이 몹시 심화됐다. 201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르펜은 전국 득표율 17.9%였고 15개 대도시에서는 11.1%를 얻었다. 이번 대선에서 르펜은 대도시 지지율이 떨어졌는데도 전국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수입 농산물과 싸워야 하는 농민들은 “세계화는 야만”이라고 말하는 르펜의 편에 섰다. 도시의 엘리트들은 세계화를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저소득 노동자들이나 농민들에게는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내건 르펜은 프랑스의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북부 엔도(道)에서는 35.7%의 득표율로 마크롱을 2배 차이로 이겼다. 득표율 지도만 놓고 보면 대도시에서 표를 얻은 마크롱이 르펜 지지 지역들에 둘러싸여 고립된 모양새다.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커져가는 반세계화 정서 앞에 프랑스를 반으로 가른 균열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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