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게 목적인 알파고 넘어 희열 주는 '오메가고' 나올 것"

이효상 기자 2017. 4. 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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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017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AI가 주도할 게임산업의 미래

머지않은 미래. 여가시간이 길어진 인류는 한 바둑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의 이름은 ‘오메가고’. 수년 전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목적이 상대를 이기는 것이었다면, 오메가고는 상대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오메가고는 바둑 기보와 함께 대국 상대의 몰입도를 수치화한 기록들을 학습한다. 바둑을 두는 인간의 심박·호흡·표정 등을 바탕으로 몰입도를 측정한 기록들이다. 오메가고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패배의 경험과 가까스로 이기는 기쁨을 번갈아가며 선사한다. 매 수마다 희열을 선사하는 이 게임을 접한 사람들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 땅: 듀랑고’ 등을 만든 넥슨의 스타 개발자 이은석 총괄디렉터가 그리는 게임산업의 미래다. 게임도 AI가 만드는 시대. AI가 단순히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취향이 다른 이용자들 개개인에게 극도의 희열을 선사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넥슨 스타 개발자 이은석 디렉터

그 이면에 게임업계의 독점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전망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게임지식 공유 콘퍼런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가 25일 넥슨 판교 사옥 일대에서 막을 올렸다. 매년 ‘패스파인더’ ‘다양성’ 등을 주제로 화두를 던졌지만 올해는 주제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기술의 혁신 속도만큼 빠르게 급증하는 업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은석 디렉터는 기조연설을 통해 “게임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이라 (인공지능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미 기술력에서 앞선 플랫폼 사업자는 앞으로도 선두를 달리며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은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보다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자들의 미래는 암울하게 그려졌다. 이 디렉터는 “개발팀은 작아지리라 예상되고 가혹한 경쟁 환경은 무인화를 앞당길 것”이라며 “일 많아서 힘들다고 호소했는데 일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AI는 간단한 고전 게임의 배경 그래픽을 학습한 후 비슷한 배경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정도의 작업은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게임 개발이 자동화되면 소수의 관리자와 특출난 능력을 가진 개발자를 제외한 인력은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콘텐츠는 질적 향상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는 “(AI가 만든 게임은) 유저가 오랜 시간 (게임 속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학습된 것들일 것”이라며 “공짜에 가깝게 공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처법으로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의 극대화”를 꼽았다. 이 디렉터는 “(이용자 등) 상대의 요구사항과 의도를 파악하고 협상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팀 동료와 존중, 재미, 성장을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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