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C 전현직 임원, 회삿돈 관광·골프접대에 감사 '어깃장' 의혹

김효실 입력 2017. 4. 25. 18:36 수정 2017. 4.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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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한 전 MBC 사장
MBC플러스 사장이던 2013년 10월
국외출장 나흘간 외유성 관광
출장비만 2천여만원

윤길용 MBCnet 사장
울산MBC 사장이던 2014~2015년
인사권자인 사장·방문진 임원 등에
광고영업비로 골프접대, 명품 선물

감사중인 직원들 인사이동
감사국, 정기감사때 의혹 조사하자
담당 감사인들을 다른 부서에 발령
방문진엔 아직 감사결과 보고 미뤄

[한겨레]

안광한 전 <문화방송> 사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안광한 전 <문화방송> 사장과 윤길용 <지역엠비시슈퍼스테이션>(엠비시넷) 사장이 각각 자회사와 지역사 사장으로 있을 때 회삿돈으로 관광을 하고 인사권자들에게 골프 접대와 고가의 선물 등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화방송은 내부감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조처를 취하기는커녕, 되레 감사를 한 직원들을 부서 밖으로 내보냈다. 두 사람은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박근혜 정권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포함된 이들이다. <한겨레>는 최근 문화방송·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관계자 13명을 상대로 대면·전화·서면 인터뷰를 하고, ‘스포텔’(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관련 콘텐츠·중계권 박람회) 누리집 등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이를 종합하면, 안광한 전 사장은 자회사 <엠비시플러스> 사장이던 2013년 10월13~19일 직원 2명과 함께 모나코로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목적은 나흘 동안(14~17일) 열린 ‘스포텔 모나코’를 참관하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외유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사장은 6박7일 일정 가운데 모나코에는 행사 시작 전날(13일)을 포함해 단 이틀만 머물렀으며, 나머지 3박4일엔 우크라이나, 체코 등을 방문했다. 안 전 사장의 출장비는 행사 등록비 140만원, 항공비 등을 포함해 2천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안 전 사장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시 스포츠마켓 출장과 더불어 한류 확산을 위한 케이팝(K-POP) 공연과 프로그램 교류 가능성을 파악하고 현지 사정을 알아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경유 일정을 잡았다. 출발 전 사전약속을 잡아 우크라이나 대사, 영사와 미팅을 가졌다. 현지 젊은층들의 분위기 파악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학을 비롯해 시내 몇 곳을 방문했으며, 체코는 귀국시 서울행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경유했다”고 해명했다.

윤길용 <지역엠비시슈퍼스테이션> 사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길용 엠비시넷 사장은 울산엠비시 사장으로 일하던 2014년부터 2년가량 회삿돈으로 본사 임원들과 방문진 이사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보내거나 골프 접대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상은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이상 당시 직함),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여권이 추천한 김광동·박천일·김원배 방문진 이사,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으로, 모두 윤 사장의 ‘인사권자’들이다. 문화방송 지역사·자회사 사장은 본사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협의를 거쳐 선임하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광고영업 활동 등에 써야 할 예산 2천만원가량을 전용해 이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고 고가 넥타이, 홍삼·소고기·돌미역 선물세트 등을 꾸준히 보냈다. 회삿돈으로 인사권자들에게 사실상 로비를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 덕분인지 공교롭게도 윤 사장은 2016년 3월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 4월에는 엠비시넷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윤 사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감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나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본사 감사국이 정기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조사하던 도중에 이례적으로 큰 인사가 나, 두 사람의 감사를 맡았던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는 점이다. 문화방송 감사국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감사인 교체는 명확한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더욱이 이번처럼 감사 중인 감사인을 전보하는 일은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이뤄진 정기감사 결과는 올해 1분기를 넘기고도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김상철 문화방송 감사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울산엠비시와 엠비시플러스 모두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국의 이례적인 인사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안 전 사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로 문화방송이 안팎에서 비판받을 때 회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2002년 ‘효순·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 비해, 이번 (세월호 관련)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자평해 논란을 불렀다. 지난 2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문화방송이 안 전 사장과 수억원짜리 자문위원 계약을 맺는 안건을 여권 추천 이사들이 밀어붙여 야권 추천 이사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2011년 시사교양국장직을 맡은 뒤 부당 인사, 아이템 검열 등으로 <피디수첩>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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