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사람 막 죽이는데, 두테르테는 왜 인기 있을까?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2017. 4.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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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거야"- SCMP 사진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범죄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처형해 논란을 빚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급기야 국제 재판소에 고발됐다.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에서도 두테르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국내에서는 여전히 인기 상한가다.

지난 5일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 두테르테의 지지율은 80%에 육박한다. 여론조사 기관 펄스 아시아 리서치에 따르면 지지율은 78%로 나타났다. 앞선 조사에서 83%였던 것에 비하면 5%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두테르테는 취임 후 마약사범과의 전면전을 벌여 수천 명을 즉결처분하는 등 마약사범 척결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독재자 내지는 살인자라고 불리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두테르테의 마약사범 소탕을 인권침해로 보고 있다.

상반된 인식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양은 성이 먼저고 이름이 나중이다. 서양은 반대다. 강조하는 것이 앞에 나가는 것은 세계 모든 언어의 공통문법이다. 예컨대, 문재인이라면 문씨 집안의 재인이라는 말이다. 재인이라는 개인보다는 문씨라는 가문이 우선이다.

이에 비해 도널드 트럼프는 트럼프 가문의 도널드라는 뜻이다. 가문이 아니라 개인이 먼저다. 서양은 공동선보다 개인의 인권 또는 행복이 우선이다. 그러나 동양은 공동체를 우선시 한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동양적 사고에서는 공동선을 위해서 일부를 희생시키는 것을 부도덕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인권유린 등으로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전두환이 유일하게 잘한 것은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깡패들을 다 처넣은 것"이라는 국내 일각의 인식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필리핀 내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반두테르테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필리핀 야당 의원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 8000명에 이르는 마약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사살했다는 이유에서다. 두테르테는 이에 대해 코웃음을 쳤다. 필리핀 하원의 90% 정도가 친두테르테 진영이어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필리핀 변호사인 주드 사비오는 지난 24일 두테르테 대통령과 11명의 고위 공직자를 대량 살상 혐의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C)에 고발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강력한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그의 고향 민다나오 주민들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 교포들이다. 그는 남부의 가장 큰 섬인 민다나오 출신이다. 민다나오는 30년 만에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는 고향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즉 지역 기반이 확실하다.

그리고 해외 동포들도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인력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영어 덕분이다. 필리핀 주요 수출 품목이 ‘내니(Nanny, 가정부)’라는 농반진반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들은 언젠가는 고국에 돌아가야 한다. 그들은 자식들이 마약이 만연한 사회에서 교육받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SNS가 발달한 지금, 해외 교포 사회도 필리핀 국내정치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다.

필리핀에선 마닐라 출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언론이 민다나오 출신인 두테르테를 ‘왕따’시키기 위해 마약 사범 소탕을 과장보도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 시민들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이래 필리핀 정부는 너무도 무능했고, 너무도 부패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국민들에게 정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시민은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난 두테르테가 좋습니다. 왜냐면 이전보다 필리핀 사회가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니까요”라고 대답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좋다는데, 아무리 지구촌이라지만, 아무리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중요하다지만, 외국인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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