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아동수당 차별 철폐, 보건교사 배치하라!"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 2017. 4. 25. 17: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  ·  유아 키우는 엄마들 "이런 보육 공약 있었으면.."

[주간동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한목소리로 “아이 우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동아일보 김재명]

"가정양육수당을 유치원 종일반에 지원해주는 것만큼 똑같이 지원해달라." "어린이집 시설을 확충해달라." "어린이집 다니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서야 어디 아이를 키우겠나."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영·유아 보육과 관련해 엄마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정부는 저출산 현상 극복을 위해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부와 가족에게는 육아전쟁이 시작된다.

특히'워킹맘'은 매일 아침 종종걸음을 치며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길 때마다 왠지 불안하고 찜찜하다. 게다가 아동학대, 부실한 급식 같은 문제가 터지면 가슴이 철렁하고 아이에게 미안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대로 불만이다.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으면 연령에 따라 10만~20만 원의 가정양육수당(표 참조)을 받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엄마들로부터 보육정책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양육수당 차등 지급으로 손해 보는 느낌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과 미얀마를 오가며 화장품 수출 사업을 시작한 박모 (32)대표는 24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대구에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려고 주중에 서울로 올라왔다 주말에 내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다. 박 대표는 "친정어머니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를 하루 종일 집에 데리고 있기 때문에 가정양육수당 10만 원을 받는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정부에서 30만 원가량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안다. 정부의 양육수당 지원체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왜 차등을 두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금액을 지원해주면 부모가 필요한 경우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테고,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 강모(31)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16개월 된 아들을 집에서 돌보는 강씨는 "가정양육수당으로 15만 원을 받는데, 엄마가 키우는 아이는 차별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 하거나 잠깐 일을 보려고 외출해야 할 때 몇 시간만 아이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이다.

수당도 좋지만 어린이집 부족 해결이 먼저

경기 분당시에서 16개월 된 딸을 키우는 윤모(35) 씨. 아침에 집에서 5분 거리인 시댁에 아이를 맡겼다 퇴근 후 데려온다. 윤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나마 시댁에서 아이를 돌봐줘 다행이라는 윤씨는 임신했을 때부터 근처 공립어린이집 한 곳, 사립어린이집 두 곳에 입학 대기를 걸어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들어오라는 통보를 듣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쳐 어린이집을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해봤지만, 어린이집 관계자는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라"는 말만 반복했다. 어린이집 들어가기가'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최근 임신한 친구들을 만나면 어린이집 대기 명단에 이름부터 올리라고 조언한다는 윤씨는 "양육수당 15만 원을 받는 것보다 어린이집 시설이 확충돼 마음 놓고 아이를 맡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하루빨리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기고 출근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 배치해주면 안 될까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김모(38) 씨는 요즘 같은 환절기가 가장 힘들다. 기관지가 약한 둘째아이가 바람이라도 조금 분다 싶으면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기 때문이다. 시댁과 친정 모두 지방이라 육아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김씨는 회사에 출근해야 해 어쩔 수 없이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그나마 감기는 약과다. 수족구병, 구내염, 전염성 장염 등 유행성 전염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낼 수밖에 없다.

김씨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픈 아이를 따로 보육해주는 보건교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픈 아이를 일부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고 출근하는 엄마는 없다. 전염병에 걸린 아이를 따로 모아 격리, 보육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돌봄 서비스 늘렸으면

경기 하남시에서 5세 딸과 7세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이모(36) 씨는 아이돌봄 서비스가 확충되는 것이 바람이다. 최근 정부 지원이 줄면서 사설기관 이용비와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비가 비슷해졌다. 이씨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충하면 50, 60대 여성에게는 일자리가 생겨서 좋고,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은 정부가 보증해주는 분을'돌보미'로 고용할 수 있어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육아는 오히려 쉬운 편이라고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오후 5~6시까지는 아이를 봐준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일찍 끝나서 오후 1, 2시만 돼도 갈 곳이 없다. 돌봄교실을 확충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  ·  유아 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이와 함께 이번 대선을 계기로 영·유아 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아교육·보육혁신연대(유보혁신연대)는 3월 22일과 30일 두 차례 토론회를 열고 영·유아 교육 혁신 과제를 제안했다. 유보혁신연대는 "유아 교육은 아이를 주인으로 해 아이를 살리는 교육이어야 한다"며 "교사들이 교실 중심, 수업 중심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은 "부모들은 돈을 조금 내면서 질 좋은 보육을 원한다. 부모가 보기에 제대로 된 시설이 별로 없다 보니 유치원은 많은데 맡길 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 확보는 물론, 교육 내용을 바꾸고 보육교사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처럼 유아도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립유치원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준공영 등으로 점차 바꿔나가야 한다. 또한 부모가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동수당도 점차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돈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나 아동수당 지급은 모두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세우지 않고 공약을 남발하기 때문에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다. 돈 걱정 없이 최저 비용으로 아이가 안전하게 최고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면 된다. 이번 대선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는 없을까.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 주간동아 최신호 보기/매거진D 공식 페이스북
▶ 시사잡지 기자들이 만드는 신개념 뉴스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