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채취용'으로 태어나 죽는 사육곰의 비극, 끝날 수 있을까

송윤경 기자 입력 2017. 4. 25. 16:59 수정 2017. 4. 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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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웅담 채취용 사육곰의 역사를 정리한 백서 표지 (녹색연합 제공)

‘웅담 채취용’으로 태어나 죽임을 당하는 ‘사육곰’의 비극은 끝날 수 있을까.

녹색연합은 웅담채취용 곰의 증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수술이 지난 3월까지 모두 완료됐다고 25일 밝혔다.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중성화수술은 정부가 곰사육농가과 협약을 맺고 2014년부터 실시했다. 모두 967마리가 수술을 받았고 이중 죽거나 도축당한 곰을 제외하고 660마리가 아직 살아있다. 수술받지 않은 92마리는 전시관람용 곰이 되었다. 중성화수술의 성과로 2016년 이후 새로 태어난 사육곰은 없다.

오직 쓸개채취를 위해 생명을 부여받았다가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는 한국의 ‘곰 사육’ 역사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농가 수익을 위해 재수출을 위한 곰사육을 장려했다. 이후 국제적으로 곰 등의 멸종위기종 보호 여론이 일었고 곰 수입은 1985년 중단됐다.

그러나 이미 수입된 웅담채취용 사육곰이 증식해 2000년대 중반까지 개체수가 1400여마리에 달했다. 정부는 1999년 사육곰의 웅담채취를 위한 도축을 ‘24년 이상’의 노화된 곰에 한해 합법화했고 2005년에는 ‘10살 이상’으로까지 완화하기까지 했다. 현재 웅담채취를 목적으로 곰 사육을 허용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밖에 없다.

낙후된 곰 사육장. 정부는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증식을 막기 위해 967마리의 중성화수술을 완료했다. 이 중 죽거나 도축한 곰을 제외하고 660마리의 사육곰이 아직 살아있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2003년부터 한국에서 웅담채취용 사육곰 폐지 활동에 앞장서 왔고 ‘곰의 날’ 캠페인, ‘미안해 곰아’ 콘서트, 버스정류장 광고 등을 통해 사육곰 문제 공론화에 기여해 왔다. 국제동물보호단체 WAP(World Animal Protection)도 재정적인 지원을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녹색연합과 환경부, 곰사육 농가(전국 곰사육협회)는 2010년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애초 민관협의체에서는 정부가 웅담채취용 사육곰을 농가로부터 모두 사들이는 안이 논의됐다. 농가들도 찬성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해 대신 증식금지(중성화수술) 안이 채택됐다. 웅담채취용 곰을 사육하던 농가들은 증식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일정한 보상을 받았다. 환경부는 예산 55억7000억원을 투입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곰 사육시설 전수조사 등을 요청하는 등 직·간접적 지원을 맡았다.

정부는 한국의 모든 사육곰 DNA DB구축도 완료했다. 이제 사육곰이 양도·양수, 전신관람용 전환 등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곰의 모근과 DB내의 DNA 대조를 통해 곰의 경로를 관리할 수 있다. 나이가 10살이 되지 않았거나 전시관람용 곰인데도 불법도축 당해 웅담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중성화수술로 웅담채취용 사육곰이 늘어나는 것은 막았지만 문제는 남은 곰들이다.

정부가 중성화수술을 마친 곰 967마리 가운데 죽거나 도축당한 곰을 제외하고 현재 660마리가 살아있다. 현행법상 ‘10년 이상’의 곰은 합법적 도축대상이기 때문에 이 곰들도 웅담채취 때문에 언젠가 죽을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마지막 태어난 사육곰이 10살이 되는 2024년 웅담채취용 곰 사육을 법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녹색연합의 윤상훈 사무처장은 “녹색연합과 WAP는 지난 14년간 한국의 곰사육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제 한국의 사육곰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36년 곰 사육 역사가 한단락 마무리 되었다”면서 “녹색연합과 WAP는 전세계 사육곰 정책을 완전히 폐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한국에서의 성과가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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