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청와대도 국정원 여론조작 민간조직 지원했다

2017. 4. 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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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국정원 비선 알파팀, 청와대 행정관 작성 문서 전달받고
용산 참사 관련 여론 조작한 정황 단독 확인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김석기 청장)은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 점거농성 해산에 들어갔다. 이날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알파팀’이라고 불린 우익 청년들의 모임을 활용한 여론 조작에 국가정보원뿐 아니라 청와대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증거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 연루설’을 주장하는 첫 근거는 <한겨레21>이 제1158호(4월24일 발행)표지이야기를 통해 폭로한 알파팀 내부 자료와 옛 알파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를 한데 모아 보면, 우파 인사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초기 이명박 정권의 정국 운영에 큰 타격을 준 2008년 봄~여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끝난 뒤 20~30대 우익 청년들을 모아 민간 여론조작 조직인 알파팀을 결성했다. 이들은 당시 한국 시민사회의 대표적 토론마당인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 등에 정권을 칭찬하고 반대 세력을 공격하는 ‘조작글’을 게시하는 등 여론조작 활동을 펼친 뒤 그 성과물을 ‘윗선’에 보고했다.

흥미로운 것은, 알파팀의 윗선에 ‘학교’라는 암호명으로 불렀던 국정원뿐 아니라 청와대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들의 보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2009년 1월 발생한 ‘서울 용산 참사’ 등 당시 핵심 현안에 알파팀원이 활용할 수 있는 참고 자료까지 생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라인 ○○○은 청와대”

가장 먼저 검토할 자료는 알파팀 결성 직후인 2008년 12월30일 김성욱 대표가 알파팀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이다. 이를 보면 김 대표는 “30일 오후 학교 측 면담 결과를 공지합니다. 학교 측은 지난 며칠간 실적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알파팀 활동은 실무자 A씨가 교장에게 직보하며 ○○○ ○○○과 ○○○ ○○들에게 보고됩니다. 모두 만족하고 있답니다”라는 사실을 팀원들에게 전했다. 이 전자우편에 담긴 실무자 A씨는 <한겨레21>의 취재 결과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전자우편에서 ‘학교’는 국정원, ‘교장’은 국정원장을 뜻한다. ○○○에 들어가는 내용과 관련해 김 대표는 직접 전자우편에 적시하는 대신, 문서 각주를 활용해 “괄호 안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은 마스터에게 직접 문의하시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무렵 알파팀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한겨레21>과 만나 “당시 활동했던 알파팀원들은 ○○○이 청와대라고 인식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실장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를 청와대로 인식한 것은 김성욱 대표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그는 “한번은 김 대표가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고 와서 ‘(청와대가) 알파팀에서 기획하는 좌파단체에 대한 여론전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청와대의 미온적인 자세를)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만 해도 정부는 온라인 포털 게시판이 진보 성향을 띤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김 대표는 늘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알파팀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고리는 또 있다. 김 대표가 2009년 1월20일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에 담긴 한글파일이다. 1월20일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용산 철거민을 강제 진압해 경찰과 철거민 등 6명이 사망한, 이른바 ‘용산 참사’가 벌어진 날이었다. 김 대표는 당일 밤 10시에 ‘FW:참고바랍니다’라는 전자우편을 알파팀에 전달했다. ‘FW’(포워딩)란 글자가 달린 것으로 봐, 김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전자우편을 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자우편에는 김 대표의 지시 사항 등 다른 언급 없이 ‘용산 관련’이라는 이름의 한글파일, 이 문제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이트 링크를 걸어놓은 ‘사진참고’라는 한글파일, ‘관련’이라는 제목의 사진파일 등 3개의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이 가운데 ‘용산 관련’이라는 한글파일의 문서정보를 보면 지은이가 lth****, 작성 날짜는 1월20일 오후 2시29분으로 확인된다. <한겨레21>의 추적 결과 이 문서를 작성한 인물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lth****)의 주인은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행정관 이아무개씨였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직후 청와대 일부 직원이 알파팀 등 민간 여론조작 조직을 활용해 여론 공작에 나섰다고 추정할 만한 대목이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날,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에 첨부된 문건. 철거민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참고 자료의 ‘지은이’ 아이디는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것으로 확인됐다. 한글 문서 갈무리

문서에는 용산 참사를 일으킨 철거민들의 농성을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해 “철거지구가 생기면 일부 과격파들을 규합해서 온건파를 축출하고 지난 수십 년간 익혀온 망루 쌓기, 화염병 제조 기술 등을 전수하고 시위를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이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들이 힘없는 서민이라고? 1년에 저런 식으로 2억 이상 버는 놈도 봤고, 집에 가면 에쿠스, 체어맨 끌고 댕기다… 뭘 알고나 떠들어라. 수류탄보다 더한 화력과 폭발력을 가졌는데… 아무리 명분이 있는 시위라도… 그렇지 시너 70통이나 쌓아두고 있었다니… 이건 뭐 미친 것들.”

이같은 지시 내용이 담긴 전자우편이 전해지자 알파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알파팀원 ㅇ씨는 ‘참고 자료’에 따라 김 대표가 첨부한 사진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화염병 수류탄으로 무장한 철거민(?)’이라는 글을 2시간여 만에 다음 아고라에 게재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이후 2012년 말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국정원 및 군사이버사령부가 각종 포털 게시판이나 댓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야권과 야권 후보에 대한 여론전을 펼 때 썼던 방법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이나 군사이버사령부의 콘텐츠 생산 부서에서 한글문서, 영상 및 사진 등을 만들어 실무팀 책임자에게 전달하면 이를 각 팀원이 온라인상에 전파하는 방식이다. 2013년 국정원·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이 확인됐을 때도 청와대 개입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실제 군사이버사령부는 트위터나 댓글 작업을 한 뒤 그 결과를 국방부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보고했고 사령관이 수시로 청와대에 불려갔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아무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관련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그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2009년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있었고 해당 아이디를 쓴 것도 맞다. 그러나 그런 문건을 쓴 적도 없고, 쓸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공식적인 보고나 회의를 위한 문서 작성을 해본 공무원이 나 혼자였고, 나머지 직원들은 캠프나 민간 쪽이어서 내가 한글문서 양식을 만들어 각 직원들에게 뿌린 기억은 난다”고 말했다.

‘문서 작성’ 행정관 “문서 양식만 직원들에게 뿌린 것”

2009년 2월 김유정 민주당 의원(화면 오른쪽)이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이 ‘용산 참사로 집중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홍보에 활용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경찰청에 보낸 이른바 ‘청와대 이메일 홍보 지침’과 관련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이명박 정부를 보위하려는 여론전에 청와대가 적극 뛰어들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는 문건에 등장하는 행정관이 소속된 국민소통비서관실이다. 이 조직은 같은 시기 ‘용산 참사’와 관련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으로 용산 참사를 덮으라”는 이른바 ‘청와대 이메일 지침’을 보낸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여 만인 2009년 2월 국회 대정부 대정부질문에서 김유정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민소통비서관실이 경찰에 내려보낸 청와대 전자우편 지침을 공개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 청와대는 이 지침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자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전자우편 원본이 공개되자 이를 시인하고 지침을 내려보낸 이성호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지침을 윗선의 지시 없이 한 명의 행정관 개인이 저지른 일탈 행위라는 해명을 끝까지 고수했다.

알파팀 문건에 등장하는 아이디의 주인 이씨는 이에 대해서도 “이성호 행정관과 같이 근무했고 내가 선임 격으로 있었던 것은 맞다. 그때 이 행정관이 찾아와서 전자우편 지침을 얘기하면서 ‘큰일 났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대외적 업무는 당시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급과 (해당 행정관이) 직접 논의했고, 나처럼 실무를 관장하는 행정관은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며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런 해명에도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실이 2008년 5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직후 SNS 등 뉴미디어 대응을 위해 전격 설치됐고, 온라인 여론 동향과 관련해 적극 대응에 나섰던 주무부서임을 감안하면 당시 청와대가 알파팀에 건네진 용산 참사 참고 자료 문건을 작성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다.

알파팀을 이끌던 김 대표의 활동 영역은 국정원과 청와대는 물론 여권 유력 의원들까지 망라했다. 김 대표가 2009년 3월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학교(국정원)에서 게시물 독려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여권 최고 실세 한 사람을 만나서 좌파 척결 역설했더니 사회 통합하자고 화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알파팀 관계자는 “이때 만난 실세라는 사람은 다선 의원인 ㅎ씨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김 대표와 여권 관계자들의 만남에서 여권은 김 대표를 통해 당시 우파단체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김 대표는 자신의 단체 활동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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