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친절한판례氏] 성인들에게 술 팔았는데 합석한 사람이 미성년자?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 4.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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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처음부터 미성년자가 합석할 술자리인 것을 몰랐던 업주를 처벌할 순 없어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the L] 처음부터 미성년자가 합석할 술자리인 것을 몰랐던 업주를 처벌할 순 없어]


음식점에서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에게 술을 판매할 수 없음은 누구나 알만한 공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음식점 운영자가 개개의 술자리들을 계속 감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보니, 영업주의 책임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 규정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어른들의 술자리에 주류를 주문한 이후 합석한 미성년자의 음주를 막지 못한 업주를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한 대법원 판례(2001도6032)가 있어 소개한다.

20대인 A씨와 B씨는 C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어가 생맥주 4000cc와 과일안주 등을 주문해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A씨는 자신의 어린 여동생인 D양에게 전화해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고 했고, 오빠에게 핸드폰을 가져다주기 위해 D양은 자신의 친구 E양과 함께 A씨가 있는 식당으로 오게 됐다.

B씨는 아직 미성년자인 D양과 E양이 합석한 뒤 식당 종업원이 이들을 위해 추가로 가져다 준 맥주잔에 맥주를 따라 놓았다. 이들은 한 동안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두 소녀가 합석한 이후 식당에서 술을 추가로 주문해 나눠 마시지는 않았다.

검찰은 식당 주인 C씨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청소년 보호법 제28조 제1항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59조 제6호에서는 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대한 벌칙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C씨는 "A씨 등이 처음 식당에 와서 술을 주문할 당시에는 미성년자가 동행한 상태가 아니었고, 미성년자가 합석한 이후에 추가로 술을 주문 받아 내어준 사실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대법원은 C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C씨에게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례에서 재판부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 음식점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술을 내어 놓을 당시에는 성년자들만이 있었고 그들끼리만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 청소년이 들어와서 합석하게 된 경우에 청소년 보호법 제28조 제1항 위반으로 인정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음식점 운영자로서는 처음부터 나중에 이들의 술자리에 청소년이 합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만한 사정이 있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청소년이 합석한 이후 음식점 운영자가 그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추가로 술을 내어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중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 한, 설령 성년자들의 술자리에 나중에 합석한 청소년들이 남아 있던 술을 일부 마셨다고 하더라도 음식점 운영자는 청소년 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한편, 재판부는 C씨의 음식점 종업원이 나중에 온 D양과 E양을 위한 추가 맥주잔을 제공했다는 점 역시 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음식점 운영자가 나중에 합석한 청소년에게 술을 따라 마실 술잔을 내주었다 하여 청소년보호법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위 법원의 법리에 달리 변동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법리에 따라 음식점 운영자 C씨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 판례 팁 =현행 청소년 보호법 제28조 1항은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약물'이라는 표현 때문에 이 규정에서 금지하는 판매 대상에 '주류'가 포함되는지를 곧바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법에서 등장하는 용어들의 정의를 설명하는 제2조의 4호에서는 '청소년유해약물등'에 '주세법에 따른 주류'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서 등장하는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애매할 때에는 대개 해당 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의 규정을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유용하다.

◇ 관련 조항
-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정의)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4. "청소년유해약물등"이란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다음 가목의 약물(이하 "청소년유해약물"이라 한다)과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다음 나목의 물건(이하 "청소년유해물건"이라 한다)을 말한다.
가. 청소년유해약물 1) 「주세법」에 따른 주류 2) 「담배사업법」에 따른 담배 3)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4)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환각물질 5) 그 밖에 중추신경에 작용하여 습관성, 중독성, 내성 등을 유발하여 인체에 유해하게 작용할 수 있는 약물 등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약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들어 제36조에 따른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소년보호위원회"라 한다)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한 것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등의 판매ㆍ대여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ㆍ대여ㆍ배포(자동기계장치ㆍ무인판매장치ㆍ통신장치를 통하여 판매ㆍ대여ㆍ배포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ㆍ실험 또는 치료를 위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제59조(벌칙)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6. 제28조제1항을 위반하여 청소년에게 제2조제4호가목1)ㆍ2)의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ㆍ대여ㆍ배포(자동기계장치ㆍ무인판매장치ㆍ통신장치를 통하여 판매ㆍ대여ㆍ배포한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무상 제공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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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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