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우리가 잡자"..팔 걷어붙인 대학생들

김현섭 2017. 4. 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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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스토리 오브 서울', 서울대 'SNU펙트체크' 눈길
구분 기준 체계적이고 명확…일반 유권자들 참고할 만
"가짜뉴스 검증, 기존 언론사들 전유물 돼선 안 돼"

【서울=뉴시스】이화여대 '스토리 오브 서울' 제공. 2017.4.25 afer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 지난달 14일 친박단체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네이버 밴드에 '트럼프의 호통-문재인 넌 절대 안돼'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이 등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누군가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에 "문재인, 이재명 넌 안돼. 너희 당은 믿을 수가 없어"라는 자막이 달린 것이다. 화면 상단 왼쪽에는 'OOO NEWS'라는 그럴듯한 '상호'까지 찍혔다.

# 6일 후인 20일 이화여대 저널리즘 스쿨이 운영하는 매체 '스토리 오브 서울'은 이 동영상에 대해 "트럼프가 지난 1월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를 향해 '당신들은 가짜뉴스'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며 "한국의 정치 상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검증 결과를 내놨다.

최근 '가짜뉴스'(Fake News)를 잡아내기 위한 대학가의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시킬 수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대학생들이 '저격수'로 나선 것이다.

스토리 오브 서울은 지난달 6일 "가짜뉴스는 시민을 오도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도 더 커진다"며 '가짜뉴스 큐레이션'(curation·모아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대생인 김지숙(26)씨, 문예슬(27)씨, 이윤수(23)씨, 전진영(24)씨로 이뤄진 취재팀이 약 한달 반 동안 찾아내 바로 잡아준 가짜뉴스는 '트럼프 호통 동영상'을 포함해 6건, '거짓정보'는 37건이다.

가짜뉴스 큐레이션에 올라오는 글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이 허위 글들은 가짜뉴스와 거짓정보로 나뉜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지만 구분 기준은 결코 주먹구구식이 아니다. 일반 독자들이 숙지해 참고해도 될 정도로 체계적이고 명확하다.

허위 글은 ▲기사의 형식을 갖췄는가 ▲출고 기관 또는 회사를 밝혔는가 ▲기사 작성자나 기자의 이름을 밝혔는가 ▲취재원을 밝혔고 그들은 실존하는 인물인가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확인 작업을 통해 사실로 검증되는가 등의 5개 기준 중 3개 이상을 충족하면 '가짜뉴스', 3개 이하라면 '거짓정보'가 된다.

즉, 네티즌이 언론사 보도로 착각할만한 가능성 여부에 따라 가짜뉴스와 단순 거짓정보로 나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호통 동영상의 경우 ▲방송뉴스를 짜깁기했고(기사의 형식 ○) ▲연합뉴스TV, MBN 등을 활용했고(출고 기관 또는 회사 ○) ▲실제 보도를 자의적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연합뉴스TV 등의 기자 이름이 노출됐고(기사작성자나 기자의 이름 ○) ▲트럼프, 문재인 등이 거론됐는데(취재원을 밝혔고 그들이 실존하는 인물 ○), 확인 작업을 통해 사실로 검증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가짜뉴스에 해당한다.

가장 최근에 게재한 4월 3주차 가짜뉴스 큐레이션 거짓정보 중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카카오톡 사건도 있다.

대부분 언론은 신 구청장이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놈현 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이라는 글을 단순히 가짜뉴스라고 보도했지만 스토리 오브 서울은 거짓정보로 규정했다.

【서울=뉴시스】(출처=여선웅 서울 강남구의회 의원 페이스북) 2017.4.25 afero@newsis.com

분석 결과 '취재원을 밝혔고 그들은 실존하는 인물인가(△)' 외에 나머지 항목이 모두 'X'였기 때문이다.

김지숙씨는 "가짜뉴스라고 판별하는 것과 팩트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의심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팩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을 도와주는 이재경 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가짜뉴스 판별이나 팩트 체크가 기존 언론사만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경우 지난달 말 'SNU팩트체크'를 출범했다.

여기에서는 기존 미디어를 통해 단순 전달된 대선 후보자들의 발언이나 정당의 주장을 확인해 ▲거짓 ▲대체로 거짓 ▲거짓 반 사실 반 ▲대체로 사실 ▲사실 등 5단계로 평가한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 19일 KBS TV토론에서 "(북한에 준) 금액은 오히려 (노무현 정부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SNU펙트체크는 이틀 만인 21일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SNU펙트체크는 "통일부에 따르면 '대북 송금액'은 김영삼 정부 시절 9억3619만 달러, 김대중 정부 시절 17억455만 달러, 노무현 정부 시절 22억938만 달러, 이명박 정부 시절 16억7942만 달러, 박근혜 정부 시절 2억5494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은 "각 언론사들이 팩트체크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언론사가 팩트체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별도로 학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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