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목포의 눈물' 부른 안철수, 호남 심금 울렸을까

박유미 2017. 4. 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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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50대 "문재인 인기없어 안철수 80% 나올 것"
광주 취업준비생 "문모닝 비난, 호남당 지역주의 싫어"
택시기사 "그동안 한쪽 몰표 이번은 투표장 가봐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4일 오후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 '목포의 눈물'을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언주 의원, 주승용 원내대표, 안 후보, 박지원 대표. 박종근 기자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24일 오후 전남 목포역 앞 광장에 ‘목포의 눈물’이 울려퍼졌다. 뜨거운 햇볕 아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천정배 공동선대위원장, 이언주ㆍ최경환 의원 등이 지지자들과 함께 열창했다. 부산 출신인 안 후보는 노래가 어색한듯 가사를 일부 놓치기는 했지만 상기된 얼굴에는 호남 민심을 얻어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지역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3당체제를 만들었다. 전체 호남 의석수 28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해 가장 많다. 당의 지지기반인셈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광주·전라지역에서 문 후보가 51.6%의 지지를 얻어 34.2%에 그친 안 후보와 17.4%포인트 격차가 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그러나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의 말은 다르다.

“이미 호남은 안 후보에게 넘어왔다. 호남 사람들은 전략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지금 너무 드러내놓고 지지하면 TK(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 표들이 모이지 않을까봐 막판에 표를 몰아줄거다.”

“내가 볼 때는 6대 4로 우리가 이기고 있다. 오늘도 500명 악수했는데 딱 3명만 악수 안하겠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지지층은 적극적인 사람들이라 여론조사 전화에 응하니까 원래보다 지지율이 높게 보이는거다.”

실제 호남에서 민심의 반응은 어땠을까. 안 후보의 24일 광주ㆍ목포ㆍ나주 일정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20~21일 광주ㆍ광양ㆍ여수 일정을 동행해봤다. ①"IT강국만든 DJ처럼 미래 일자리" 통할까=호남 유세의 핵심 키워드는 ‘제2의 DJ’였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지원 대표의 지역구인 목포에서 두드러졌다.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안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들어 20년 먹거리를 마련했듯 저도 우리나라를 혁신의 전쟁터,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며 “그것이 김대중 정신이고 호남 정신”이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도 “김 전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로 빚을 갚느라고 목포와 전남ㆍ북에 투자를 못해줘서 늘 죄송하게 생각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못한 것을 안철수 대통령이 해줄 것이다. 안 후보야말로 제2의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80, 90% 밀어줬지만 우리에게 해준 것 있느냐”며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환호는 뜨거웠다.

유세 장소에서 좀 벗어나 목포항 근처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박모(54)씨에게 물었다. 내심을 쉽게 밝히지 않아 여러차례 물어본 끝에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긍께 나는 저거…. 목포에서는 문재인이가 인기가 없어요. 혹시나 된다고 생각해보쇼. 전라도 쪽에 콧방귀도 안뀐단께요(안챙겨줄 것이다).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80% 이상 나올거예요. 서울이랑 다르당께요.”

목포역 인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김순이(57ㆍ여)씨는 고민 중이었다.

“저도 일단 문재인 후보가 별로니까 마음이 (안 후보에게) 더 기울긴 했는데 완전히 딱 정해지지 않았어요. 다들 말이 확정적이지 않아요. 방송 토론회가 많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4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 후문에서 유세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광주 전남대 유세현장에서 만난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제2의 DJ’, ‘호남당’ 발언이 더 반감을 불러일으키는듯 했다. 취업준비생 김다움(30)씨의 말이다.

“제 주변에 10명 중 7명은 문 후보를 지지합니다. 국민의당 창당 과정 보면서 민주당보다는 안 후보에 대한 실망이 더 컸어요. ‘문모닝(매일 아침 문재인 비판)’처럼 비난만 많이 하는게 별루예요. 지역주의 가지고 장난질하며 ‘국민의당 뒤에 광주 사람이 있다’는 표현도 싫어요. 뒤에는 국민이 있는데….”

젊은층 표심에 토론회는 영향을 미쳤을까. 김씨는 “유승민ㆍ심상정 후보가 잘했지만 그렇다고 그 후보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송왕근(30)씨도 “토론회는 상관없다. 문 후보의 이미지가 더 깨끗하고, 제일 준비된 후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세대 역시 특별한 공약이나 토론회 발언보다는 이미지에 기반한 표심이었다.

전남대 한 교수(사회과학대)는 “학생들 분위기를 보면 확실히 문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 더 많다”며 “젊으니까 진보 성향이기도 하지만 안 후보가 5년 간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②‘호남의 사위’ 통할까=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21일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인사를 하고 떠난 뒤엔 지지 후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진보적인 사람잉게 문재인 적극 지지자여. 평화통일 할라믄 문재인이 돼야제.”(염찬수ㆍ84) “이제 시대가 바뀌어부렀는디 새 시대엔 젊은 사람이 필요하제. 우리가 모르는 분야도 잘 하는 사람(안철수)이 돼야제.”(김영수ㆍ68) 이 자리에 있던 서모(67) 씨는 “광주는 반반이어라”라고 귀띔했다.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빛고을건강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김 교수의 고향인 여수 민심도 다르지 않았다. 여수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봉열(74)씨는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아무래도 마누라가 여수 사람잉게 안철수가 되는 게 우리한테는 좋을 것 같은디 확 쏠리지는 않더라고. 대구에서 인기가 많응게 저짝(자유한국당) 사람인가 싶어서….”

광양 5일장에서 만난 이순금(88ㆍ여)씨와 백금자(80ㆍ여)씨도 “누구 찍을지는 모르제~. 인자 투표장 가봐야제. 그날 운이 따르는 사람한티 내 표가 안 가겄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에서 만난 택시기사 송승훤(55)씨는 “그동안 인구도 적은 전라도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대접받은 것은 몰표를 줬기 때문인데 이번 기회로 전라도 사람들은 박살이 날 것이다(대접받기 어렵다). 이번엔 투표장에 가봐야 안다”고 했다.

광주ㆍ목포ㆍ나주·여수ㆍ광양=박유미ㆍ추인영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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