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한 80대 남편..평범했던 노부부의 비극

2017. 4. 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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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남편이 60년 가까이 함께해온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치매를 앓는 아내였다.

아내의 치매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하지만 아내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서 평범한 일상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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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 간병하던 남편 ‘자신도 치매’
-재판부 “남은 가족과 상처 보듬고 살라” 선처

[헤럴드경제=박일한 이유정 기자] 80대 남편이 60년 가까이 함께해온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치매를 앓는 아내였다. 남편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단둘이 살던 집에서 남편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아내의 치매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졌다. 순식간이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부장 허준서)는 지난 20일 올 1월 인천 부평에서 85세 아내를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 A(84)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살인범에게 집행유예 선고는 흔치 않다. 

한 노인이 홀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노부부는 슬하에 9남매를 둔 금슬좋은 사이였다. 하지만 아내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서 평범한 일상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2012년 노부부의 생활을 돌보며 함께 살던 막내아들이 갑자기 사망하자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단둘이 생활하며 가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보는 것은 언제나 A 씨 몫이었다. 84세 고령으로 자신의 건강도 온전치 못했으나 힘든 내색은 거의 하지 않았다. 집 근처 마트에서 며칠에 한 번 소주를 사며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끔찍한 사건은 첫 손주의 결혼식 날 벌어졌다. A 씨는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를 돌봐야했고,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에게 언제 올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날 저녁 A 씨는 아내와 단둘이 식사를 한 후, 소주를 마시려 했다. 아내는 “소주는 무슨 소주냐. 먹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핀잔을 줬다. A 씨는 순간 격분했다.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참혹한 사건은 그렇게 벌어졌다.

A 씨는 범행 현장에서 죽은 아내에게 죽을 먹이려 하는 등 이상하게 행동했다. 그 역시 심각한 치매 상태였다.

어머니를 잃은 끔찍한 사건을 겪은 자녀들은 그럼에도 재판부에 아버지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 이들은 ’어머니를 끔찍한 사고로 잃었는데, 아버지마저 감옥에서 돌아가시게 하는 비극을 겪지 않게 해달라’며 이같은 범행을 막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치매로 인해 정상적인 사리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절망감, 홀로 피해자와 남겨졌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유족들이 피고인과 서로 상처를 보듬고, 어머니를 비명에 떠나보낸 슬픔과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으며 참회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선처와 관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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