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공시오패스?①]의자 끌고 코 훌쩍여도 "욱!"..독서실 '포스트잇' 테러

2017. 4.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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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뒤 옆자리에 앉은 킁킁이는 습관인 듯 수시로 '킁킁' 하며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씨는 "조금만 조용히 해 주세요. 소리가 너무 큽니다"고 포스트잇에 적어 자리에 붙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이 씨 자리에 역시 포스트잇이 붙었다.

합격자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를 채운 이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포스트잇을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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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펜 자제’ ‘한숨도 전염’ 예민
-작은 소리에 버럭…대인 기피도
-“공시준비 기간 늘며 불안만 가중”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 공무원시험 준비생 이모(28) 씨는 ‘독서실 킁킁이’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다. 이 씨의 뒤 옆자리에 앉은 킁킁이는 습관인 듯 수시로 ‘킁킁’ 하며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 씨는 “조금만 조용히 해 주세요. 소리가 너무 큽니다”고 포스트잇에 적어 자리에 붙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이 씨 자리에 역시 포스트잇이 붙었다.

“집중력이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공부하시죠.” 생각지 못한 반격에 정신이 멍해진 이 씨는 자신이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예민해진 ‘공시오패스(공무원시험+소시오패스)’는 아닌지 돌이켜봤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시오패스는 원래 사법ㆍ행정ㆍ외무고시 준비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시오패스’로 부르며 시작했다. 수년에 걸쳐 고시를 준비하며 성격이 예민해진 것을 자조적으로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도 수년씩 걸리면서 스스로를 공시오패스 혹은 고시오패스로 진단하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교 졸업 이상 고학력층 실업자는 50만명이다. 학원을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 등을 포함한 대졸 비경제활동 인구는 350만명이다.

일부 합격자를 제외하면 수십만명 이상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합격자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를 채운 이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포스트잇을 꺼내든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같은데 매일 커피를 사들고 오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져서요. 자제 좀 부탁드려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화제가 됐던 포스트잇 글귀다.

이 외에도 “가방 지퍼는 문밖에서 열고 들어와 달라”, “멀티펜 사용은 자제해주세요. 스프링 튕기는 소리가 방해가 됩니다”, “전염되니 한숨을 쉬지 말아달라”는 포스트잇도 종종 붙는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수년째 준비하다 소방 공무원 시험으로 최근 바꾼 손모(29) 씨는 “원래는 무던한 성격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다”며 “얼굴 붉히면서 싸우는 데 감정을 소모하고 싶진 않아 포스트잇을 종종 붙이곤 하는데 너무 한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수험생들은 대인관계를 피한다. 7급 공무원 시험을 3년째 준비 중인 박모(30) 씨는 “중학교 때부터 우정이 변치 않을 거라고 믿었던 친구 모임 6명이 있었는데 거울을 보면 왜이리 나만 한심한지 모르겠다”며 “취직에 성공한 친구들이 술 사준다고 학원 앞으로 나오라고 하는데 (공무원 시험) 3년차에 들어가니 남들 잘 되는 모습 보기가 힘들다”고 자조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장기간 준비하면서 우울증이나 심리적인 불안을 겪게 된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들이 공무원시험 외에도 직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규직ㆍ비정규직 임금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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