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민식 "5월 대선? 봉사하는 대통령 당선됐으면"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2017. 4.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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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서 現 서울시장이자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
"철저한 악인 변종구, 면죄부 주기 싫었다"
"극 중 연설문까지 직접 작성, 후회 남기기 싫었다"
"아직도 내 연기 부끄럽지만 '알파고' 아냐"
배우 최민식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쇼박스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저도 정치 세계의 내면을 전혀 모르잖아요. 직접 찾아가서 소주 한 잔 하면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최근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응한 '대배우' 최민식에게도 정치판은 낯설었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카멜레온 같은 정치인 변종구 역을 맡은 그는 욕망에 중독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추상적인 '정치'에 대한 이미지는 있었지만, '특별시민'을 통해 그들의 민낯을 드러내야 했기 때문에 깊숙한 곳이 궁금했어요. 5선·6선을 하고 있는 원로급 정치인들에게 찾아가서 취재를 하고 싶은 욕구까지 생기더라고요.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수십년간 지내온 진짜 모습이 궁금했죠."

결국 살면서 느꼈던 정치인들에 대한 잔상을 종합적으로 담기로 했다. 그들의 속성, 정치판의 특성, 언론에 노출됐던 스캔들, 또 그것에 대한 이면까지. 최민식은 "특정 정치인을 모티브로 삼지 않고 합쳐놨기 때문에 오히려 연출은 어렵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기본적으로 변종구는 '악인'이다. 선량한 미소로 시민을 위해 연설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쇼'라고 명명하는 권력에 눈 먼 정치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게도 인간적인 삶의 회한은 있다. 힘들 때면 배고팠던 어린 시절 부속 고기를 싸주던 가게를 찾아 과거를 조용히 회상한다.

"변종구도 분명 반성하고 돌아보는 순간이 있었을 거에요. 문제는 반성하고 돌아보면 나쁜 짓을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알면서 하니까 DNA까지 나쁜 놈이죠. 하하. 더이상 변종구의 인간적인 면은 드러나지 않아요. 그런 아픔을 부각하면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하는 느낌이었어요. 영화가 가지는 메시지 중 하나가 좋은 사람을 투표하자는 건데, 당위성을 부여하며 그런 건강한 메시지를 배제할 수 없었죠."

그의 말마따나 대선을 앞둔 현실에서 '건강한 메시지'가 가지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 그래서일까. '특별시민'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무방한 변종구의 연설신은 최민식이 가장 혼을 쏟았던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연설문을 직접 고치고 재촬영까지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유는 하나다. 이 장면만큼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단다.

"촬영을 했는데 이후 다시 촬영하자고 부탁했어요. 연설 장면의 경우 보조 연기자 분들까지 모두 일정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에 재촬영이 쉽지 만은 않지만 '후회가 남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죠. 촬영 당일은 옷의 목 부분이 다 젖을 정도로 더웠어요. 주위에서 배려를 해줬는데 그 기대에 못미치면 너무 미안하니까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죠. 재촬영을 하고 한동안 멍했어요. 물리적인 에너지 소비와는 달리, 짧은 시간 집중을 해야하는 작업이었거든요. 육체적인 피로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지만, 이건 정신적인 만족도를 충족치 못했을ㄸㅒ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배우 최민식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쇼박스

그렇게 2시간 남짓한 영화로 다듬어진 '특별시민'을 보고 든 생각은 개봉을 앞두고 설레면서도 부끄럽다는 것. 배우로서 역량에 대해서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최민식이기에 '부끄럽다'는 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곤 고개가 끄덕여졌다.

"보고나면 만감이 교차하고 욕심은 끝도 없어요. 내 연기의 디테일을 보고 '여기서 더 힘을 줘야 했는데'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래도 욕심이 많아서겠죠. 그 당시에는 베스트라고 생각해서 OK가 되는데 지나고 나서 완제품을 보면 저게 아니었구나 하는 거죠. 항상 되풀이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알파고가 아니잖아요. 하하."

이 때문에 최민식은 개봉 전 작품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마지막 작업으로 생각한다. "하나의 창작물을 가지고 천편일률적인 호평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객의 머릿수가 아닌, 이 영화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니터링과 리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지점에서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의외성도 발견할 수 도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 곱씹어보는게 제 일이니까요. 또 그럴 때 든 생각이 다음 작업에 도움이 되면 됐지 안되진 않으니까요."

인터뷰 당일 오후 5시께. 최민식과 기자들이 약속했던 시간은 종료됐다. 통상적으로 시간이 되면 마지막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를 끝내는 게 관례다. 최민식은 자리를 정리하던 기자들을 보곤 영화 관계자에게 "지금이 마지막 타임 아닌가요? 이야기 조금만 더 하죠. 밥은 나중에 먹으면 되지"라며 자리를 이어갔다. 그 또한 내내 진행된 인터뷰에 지칠 법도 했다. 그러?마지막 시간에 꺼낸 그의 말에 기자들도 더욱 기분 좋게 자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앞서 언급됐듯 5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의도된 건 아니지만 '특별시민'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교묘히 닮은 부분이 많다. 최민식이 바라는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유럽에서는 정치인이 따로 직업이 있으면서 입법도 겸하는 '봉사직'의 개념이라고 하더라고요. 정치는 공익을 위해 일하는 대표선수잖아요.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뛰는 사람이 아닌, 진짜 봉사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최민식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쇼박스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dyhero21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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