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한국 증시서 줄줄이 퇴출.. 개미들 '날벼락'

안준용 기자 2017. 4.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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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억 증발, 5만명 피해 예상]
중국원양자원 상장폐지 위기, 주가 1000원에서 거래 정지
낮은 진입 장벽과 관리 부실로 중국기업 한국 생존율 59%

국내 증시에 '중국 기업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중국원양자원이 '현금흐름' 등 주요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당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장화리 중국원양자원 대표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감사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재무 상태 등을 따져볼 때 상장폐지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원양자원이 퇴출당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원양자원의 개인 소액주주는 2만4000여명(99.7%)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70%를 넘는다. 2014년 12월 장중 1만415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후 급락해 1000원에서 거래 정지됐다. 상장폐지될 경우 곧바로 수백억원대 손해가 현실화하는 만큼 중국원양자원 주주 대표단은 감사의견에 관한 이의 신청, 장화리 대표에게 주식 공개 매수를 요구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는데, 이의 신청일로부터 20일 내 열리는 상장공시위원회에서 개선 기간을 부여하거나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한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 7곳… 소액주주 2만6000명 손해

2007년부터 10년간 22개의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이 중 7곳은 이미 상장폐지됐다.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신청한 기업은 정리매매 등으로 주주 손실을 줄였지만, 감사의견 거절 이후 상장폐지된 기업들은 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았다.

이 때문에 상장 요건이 깐깐하고 경쟁이 치열한 중국 내 상장을 피해 한국 증시로 넘어온 일부 중국 기업의 이른바 '먹튀'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9월 상장폐지된 성융광전투자의 경우, 상장폐지로 2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손해를 봤다. 같은 달 상장폐지된 연합과기와 이듬해 상장폐지된 중국고섬에서도 각각 1100여명, 5500여명의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세 기업이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한 2700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피해자는 총 2만6000명이 넘는다. 중국원양자원까지 상장폐지될 경우엔 피해를 보는 소액주주의 숫자는 총 5만명으로, 사라지는 공모액은 33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말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밝힌 웨이포트와 중국원양자원까지 떠나면 국내 증시에서 살아남는 중국 기업은 22곳 가운데 13곳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생존율(59%)이 떨어지는 것은 국내 증시의 낮은 진입 장벽과 상장 이후 관리 부실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2007년 이후 한국거래소가 해외 기업 상장을 독려하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기업 유치에 뛰어들었다. 이 와중에 일부 중국 기업의 회계 처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고 경영 실적이 나빠져도 투자자들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외국 기업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어도 우리나라 상법과 외부감사와 관련된 법률(외감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고섬은 국내 증시 입성 3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돼 상장폐지됐고,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두 건의 거짓 공시로 석 달 넘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투자 유의" 말뿐 보호 장치 전무

고섬 사태 이후 끊겼던 중국 기업 상장은 지난해 크리스탈신소재 등 6곳이 상장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4일 현재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총 15개사(중국원양자원·웨이포트 포함)로, 시가총액은 2조28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안에 국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중국 기업만 10여개이다.

문제는 중국 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는데, 투자자 보호 장치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상장을 주관하면서 수수료를 버는 증권사들은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제한적인 정보에 기대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한국거래소는 이를 토대로 상장 예비심사를 한다. 금융감독원은 거래소 심사 통과 후 증권신고서가 요건에 맞게 제대로 기재됐는지 정도만 확인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나 다른 외국 기업에만 엄격한 요건을 부과할 경우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알아서 투자에 조심하라는 얘기다.

이에 상장 주관사와 한국거래소의 책임을 강화해 상장 요건이 되는 실사 보고서를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멀쩡한 중국 기업들까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루빨리 상장 실사·평가 시스템을 꼼꼼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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