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D-14' 시민 열망에 눈 감은 대선..'민생·개혁 촛불'이 꺼진다

정제혁·박송이·허진무 기자 2017. 4. 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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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대 대통령 선거가 꼭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5·9 대선은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촛불민심’이 만들어낸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이다. 촛불 이전과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희망이 돼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선거가 종반을 향하는 지금 대선후보들과 각 정당이 선 자리는 민심과 동떨어져 보인다.

촛불을 든 시민은 광장에서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기득권 카르텔과 정실자본주의가 낳은 적나라한 폐단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열망한 것은 시스템의 개혁과 삶의 변화였다.

대선 판은 그러나 시민의 열망 대신 시대착오적 색깔론에 점령당했다. 절박한 청년들 삶에 대한 이야기도, 황폐해진 민주주의 치유도, 60년 묵은 폐단을 쓸어내고 한 시대를 정리하는 논쟁도 주변부로 밀렸다. 일부 후보들은 제대로 된 공약집조차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민심은 ‘미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데, 대선의 눈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

5·9 대선에 부여된 시대적 요구는 정치·경제·사회 개혁이다. 하지만 국정농단에 책임 있는 구여권 후보들은 반성도 없이 ‘전가의 보도’ 색깔론을 다시 꺼냈다.

십수년 된 ‘북한 주적론’이 또 출몰하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제가 ‘진실 공방’으로 비화했다.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건강한 안보 논쟁 대신 ‘친북 좌파’ 낙인찍기가 난무한다. 대선 이후 보수진영 주도권을 겨냥한 ‘안보보수 인증’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헬조선’ 사회를 바꾸길 바랐는데 색깔론 이야기밖에 없어 절망스럽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5년 전 ‘성폭력 시도 도움’ 논란 등 기행과 막말로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과정을 한 편의 소극으로 만들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23일 밤 대선후보 TV토론 후 상대 후보를 향해 “초딩”이라고 폄훼했으나, 정작 ‘코미디 대선’을 만드는 것은 홍 후보다.

정책선거도 겉돌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24일에야 대선공약집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번주 중반쯤 공약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바른정당도 아직 내놓지 못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철저한 후보 검증과 민주적 통제는 공약집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파편적 공약 제시는 대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치학자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촛불은 정치를 새로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면 촛불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개혁) 프로그램 대신 기존 정치성향, 호감, 구도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면,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강한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선 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 각 후보들은 캠프의 접근성을 높이고 개방성을 갖춰 시민들의 목소리가 보다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제혁·박송이·허진무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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