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벽'여전한 한계

2017. 4. 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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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반대심문] 세 번째 대권 도전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최대 약점 ‘확장성’…
10년간 지지율 제자리, ‘분열정치’ 역사 비판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월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그는 여전히 ‘지지율 3%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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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58) 정의당 대선 후보는 최근 “정의당이 선명함과 급진성을 내세우는 당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심 후보의 최대 강점이 ‘선명함’에 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20살에 서울 구로공단 미싱사로 위장 취업한 뒤 20년 넘게 현장 노동자로 일했고,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입해 ‘진보 진영의 적통 대선 후보’라고 불리는 자리까지 왔다. 이번에 그가 내세우는 정책도 비정규직 없는 사회, 재벌 3세 세습 금지, 2022년부터 주 35시간 근로제 실시, 2040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국가보안법 폐지, 기업 징벌배상법 도입, 아빠·엄마 육아휴직 의무할당제(슈퍼우먼방지법)처럼 다른 후보들이 선뜻 앞세우기 주저하는 것들이다. ‘진보적 재료’로 만들었지만 현장에 뿌리를 잘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공약들이다. 육아 관련 ‘맘카페’를 가보면 “공약만 보면 심상정인데…”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치 고수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 받지만…

최근에는 대중적 인지도까지 껑충 높아졌다. 지난 3월9일 심 후보가 출연한 JTBC 토론 프로그램 <썰전> 시청률이 7.447%(닐슨코리아 기준)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편(8.174%)보다는 낮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221%), 이재명 성남시장(7.195%), 안희정 충남도지사(6.670%) 등을 뛰어넘었다. 4월21일 현재까지 두 차례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함께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정치 고수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남경필 바른정당 대선 경선 후보는 3월7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김미화의 꼬치꼬치’)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좋아해요. ‘명품 좌파’라고 부르지 않나. 그런 분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도 “개인적으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나 노회찬 원내대표가 노동부 장관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4월12일치 <한겨레> 인터뷰). 국회의원 출신 보수 성향 논객인 전여옥씨마저 “심 후보의 공약 가운데 정말 제 가슴에 꽂힌 공약(청년 1천만원 사회상속제)이 있었다. (…) 심 후보는 무산계급의 논리로 무장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약자를 보호하는 세상’에 관심이 있었다”며 칭찬했다.

심 후보가 진보정당 대선 후보로는 드물게 정치권 안팎과 유권자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중적 기반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재까지 드러난 그의 최대 약점은 ‘유권자 지지율’에서 확장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4월5일 이후 각 언론사가 내놓은 30차례 여론조사 결과(네이버 대선 섹션 취합 기준)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이 3%대 벽을 넘어선 것은 두 차례(4월10일 이데일리·리얼미터/4월16일 매일경제·리얼미터 조사)에 불과했다. 4월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 후보 호감도에선 안철수 후보(58%), 문재인 후보(48%) 등에 이어 33%를 얻었지만 지지율은 3%밖에 되지 않았다. 주요 대선 후보 5명 가운데 꼴찌다. 진보정당이 역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2002년 대선(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3.89%)에서 15년간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심 후보는 최근 “과거 민주노동당 때도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진보 시민은 15% 이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촛불시민 혁명을 거친 2017년 대한민국의 진보적 개혁을 원하는 시민은 훨씬 더 많을 것”(<파이낸셜뉴스> 4월6일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10%포인트 넘는 ‘진보 우호 세력’이 여전히 정의당과 심 후보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생각하지 않는 셈이다.

‘주홍글씨’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는 ‘진보의 적통’이자 ‘노동자 후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 후보에게 비판적인 일부 진보와 노동계 인사들은 그가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 내린 결정들에 대해 ‘탈당정치’ ‘분열정치’ 등 비판의 날을 세운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심 후보가 속한 정의당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신뢰가 높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정의당 지지율은 4%대에 머물러 있다. 진보정당에 낙인처럼 찍힌 ‘불법성, 급진성, 폭력성, 종북’ 등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탓이다. 실제 심 후보가 2012년까지 몸담은 통합진보당(통진당)에서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이 터졌다. 당시 당 중앙위원회가 비례대표 총사퇴를 의결했지만, 당권파가 이에 저항하면서 폭력 사태까지 빚어졌다. 곧바로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당시 의원의 내란음모죄 혐의를 수사했고, 2014년에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직도 박탈됐다. “법의 칼을 빌린 정치 탄압” “이석기 그룹의 활동이 잘못이더라도 10만 명의 당원을 지닌 통진당 전체의 행동과 곧바로 같이 볼 수 없다”(<한겨레> 2014년 12월30일치 사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일반 유권자의 기억 속에 새긴 진보정당의 ‘주홍글씨’가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진보정당 일부가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를 집단 거부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을 비판하는 모습도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에 대한 한국 사회의 선입견을 두텁게 했다.

심 후보 자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빛도 있다. 그가 한국 진보정치의 결정적인 여러 순간에서 탈당하거나 당원들에게 위임받은 직책 등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분열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2008년 이후 ‘정치적 둥지’를 두 차례 박차고 뛰어나온 적이 있다.

심 후보는 통진당이 경선 부정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12년, 노회찬 의원 등 이른바 ‘신당권파’와 함께 “당내 낡은 질서와 패권에 야합할 수 없다.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에 힘쓰겠다”며 통진당을 탈당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심 후보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통진당은 논평을 통해 “심 의원이 당원들에게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주고 떠난 두 차례 분열의 역사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심 후보는) 진보세력에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지은 장본인이며 철새 정치인의 표상이다. 진보세력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없음은 물론 대통령 후보의 자격조차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2008년에도 노회찬 당시 의원과 함께 “친북주의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노동당(민노당)을 탈당했다. 당시 이들의 선택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진보세력 정치화의 중심이 됐던 민노당은 분당 사태를 맞았다. 심 후보는 2004년 자신이 분당 위기로 몰아넣은 민노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 성향 인사들은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이른바 (심 후보가 속한) ‘평등파’(PD) 인사들이 민노당을 탈당해 만든 진보신당은 탈당정치, 분열정치의 대표적인 예”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세력에 중요한 선거 국면마다 심 후보가 맡은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사퇴’했던 이력도 논란거리다. 심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가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그는 문 후보와의 공동선언문에서 “더 확실한 나쁜 길은 박근혜 후보에게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가능성은 문재인 후보에게 있다. 방관이 아니라 참여로 결단해야 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진보 진영 한쪽에선 심 후보의 ‘가벼운 선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는 2010년에도 진보신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당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이때도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을 막는 등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심 후보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종 인터뷰와 토론에서 “절대 사퇴는 없다. 나의 퇴장은 촛불시민의 퇴장이다.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해명을 끊임없이 내놓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심 후보는 2007년 이후 세 차례나 대권에 도전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떨어졌고, 2012년 대선에선 진보정당 최종 후보로 나섰다가 자진 사퇴했다. 지난 10여 년간 진보 진영은 심 후보에게 정치적 역량을 집중 투입해왔다. 심 후보가 ‘좋은 후보’라는 평가를 얻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정책들도 개인의 것이 아니라, 당내 정책 스태프가 역량을 총결집해 만든 것이다. 심 후보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가 그동안 진보 진영 내부에서 얻어온 ‘기회’에 견줘 실제적 성과를 통해 진보세력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꼬집는다.

지난 10년간 진보 진영의 대표 역할을 해온 이가 심 후보보다 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진보정치에 밝은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대선에서 진보정당 득표율이 3%만 넘으면 역대 최다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대선 후보로 나섰던 심상정은 여전히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한국 진보세력이 쌓아온 역량과 자원이 심상정에게 엄청나게 투입됐는데도 그렇다. 그가 당내 정치에는 강하지만 일반 유권자를 끌어올 만한 자기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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