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살아있는 역사 나달과 맞붙을까

김창엽 2017. 4. 24. 18: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테니스] 24일 막오른 바르셀로나 오픈 같은 그룹 편성

[오마이뉴스김창엽 기자]

 정현 선수가 흙코트에서 포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
정현과 나달의 매치가 성사될까? 한국의 테니스 팬들이라면, 저녁 시간 대선 토론방송을 제쳐두고 두 사람의 경기를 시청할지도 모른다.

정현 선수가 24일(한국시각) 바르셀로나 오픈 예선을 통과,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25일 본선에서 맞불게 될 첫 상대는 공교롭게도 지난 번 데이비스 컵 국가대항전의 상대였던 우즈베키스탄의 데니스 이스토민 선수다.

정현이 이스토민을 꺾고 2차례 더 이긴다면 8강전에서 나달과 맞붙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시드 배정자로서 첫 라운드를 부전승으로 건너뛰고 두 번째 라운드부터 치르는 나달은 이변이 없는 한 8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달은 페더러와 함께 살아있는 테니스의 역사다. 인기나 수입 그리고 승패 전적에서 페더러에 약간 못 미치기는 하지만, 나달은 최소한 흙(클레이) 코트에서만큼 페더러도 넘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테니스의 전설로 남을 선수다.

정현이 그것도 최근 부활한 나달과 흙 코트에서 시합을 할 수 있다면, 한국 테니스 팬에게는 생애에 보기 드문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승패를 떠나 한국 테니스의 한 페이지를 작성할 만한 사건인 것이다.

올해 테니스 판도를 쥐락펴락 하는 선수는 두 사람, 즉 페더러와 나달이다. 페더러는 23일 끝난 몬테 카를로 대회 이전까지 가장 큰 올해 3개 대회 우승을 모조리 차지했다. 나달은 유럽의 흙 코트 시즌 첫 대회인 몬테 카를로 마스터스에서 10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나달은 동시에 이날 클레이 코트 대회 통산 50회 우승을 달성함으로써 그간 최다였던 49회 기록을 갈아치웠다. 49회 우승은 나달 이전에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역시 살아있는 테니스 전설인 길예모 빌라스(Guillermo Vilas, 아르헨티나, 64)가 1983년 작성한 것이다. 나달의 이번 몬테 카를로 대회 우승은 그러니 거의 35년만의 새 기록인 셈이다.

정현은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세계 남자테니스협회(ATP) 기준으로 차세대 주자(NEXGEN)군에 끼어있다. 미래 테니스를 짊어질 유망주로 '공식' 지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 정현의 올 대회 흙 코트 성적은 1승 1패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최근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정현은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헌데 흙 코트는 에이스가 잘 나오지 않는 등 서비스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경기를 풀어가는 감각, 시의적절한 전략 변화 등이 보다 중요하다.

흙 코트가 하드 코트에 비해 더 많은 이변이 만들어내는 건, 그만큼 변수가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현의 테니스 감각은 차세대 주자 군에서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 흙 코트 대회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조건이라는 뜻이다. 다만 상대적인 경험 부족과 하드 코트보다 랠리가 긴 탓에 체력소모가 많은 점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흙 코트 대회는 묘기 샷이 속출하는 데다, 선수로서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면이 있다. 변수가 많은 대통령 선거전이 보다 흥미진진하듯, 흙 코트 대회는 서브 몇 방으로 종종 판세가 결정되는 하드코트 대회와 달리 지켜보는 재미가 큰 편이다.

정현이 나달과 붙는 '역사적 기회'를 갖으려면, 25일 치르게 될 첫 경기에서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유명 선수들도 인정하듯, 흙 코트 대회는 이른바 모멘텀이 경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우리 말로는 일종의 '흐름' 혹은 '전기'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모멘텀은 경기에서 리듬과 직결된다. 나달이 흙 코트에서 강한 건 인내심과 함께 상대의 리듬을 깨뜨리는 데 천부적인 재질을 가진 탓이기도 하다.

나달은 최근 막을 내린 몬테 카를로 대회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 시즌 흙 코트의 제왕으로의 복귀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그 자신의 기량이 전성기 시절로 회복됐을 뿐만 아니라, 흙코트에서 가장 강력한 나달의 라이벌인 노박 조코비치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페더러는 유럽 클레이 시즌의 피날레이기도 한 프렌치 오픈 한 대회에만 출전하기로 공언한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랭킹 1위인 앤디 머레이는 "올해 흙 코트에서만큼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했으나, 몬테 카를로 대회에서 랭킹이 한 참 아래인 선수에게 패하는 등 아직 이렇다 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4일 첫 경기가 시작된 바르셀로나 오픈은 우승자에게 500포인트가 주어지는 마스터스대회 다음으로 급이 높은 대회다. 나달은 물론이고 세계랭킹 1위 머레이를 비롯해 10위권 강자도 여럿 출전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마이공주닷컴(mygongju.com)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