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하루하루 삶을 옥죄는 현실의 벽..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2017. 4.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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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뭔가 해보려고 애썼지 아침마다 지옥같은 전철을 타고 나가서 윗사람 눈치나 보면서 하루종일 뼈빠지게 일하고 다음 날 또 끌려 나가. 겨우 보름 남짓되는 휴가를 위해 일 년 내내 죽어라 고생하는 거지. 네가 말하는 미래가 이런 거냐?"(비프 로먼)아서 밀러가 70여년 전 했던 디스토피아적 예언은 이 시대에 성취되었다.

지난해 한태숙 연출의 버전으로 초연을 했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번 재연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에 좀더 포커스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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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나도 뭔가 해보려고 애썼지… 아침마다 지옥같은 전철을 타고 나가서 윗사람 눈치나 보면서 하루종일 뼈빠지게 일하고 다음 날 또 끌려 나가. 겨우 보름 남짓되는 휴가를 위해 일 년 내내 죽어라 고생하는 거지. 네가 말하는 미래가 이런 거냐?"(비프 로먼)

아서 밀러가 70여년 전 했던 디스토피아적 예언은 이 시대에 성취되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서 말이다. 솔직히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해왔던 세일즈맨 아버지 월리 로먼, 그리고 그를 믿고 내조해온 아내 린다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일하며 늘그막에야 겨우 살고있는 집의 대출을 갚는다.

한때는 스포츠 스타 유망주로 주위의 관심과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35세가 되어서도 변변한 직업 하나 없는 폐인 같은 큰아들 비프. 그리고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둘째아들 해피는 여자를 꼬셔 하룻밤 자는 일에만 관심이 많다. 70년 전 아서 밀러가 그린 이 작품 속 핵심인물인 이 가족의 모습은 너무 공공연해서 지금으로선 식상한 설정이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아서 밀러가 이 작품을 썼던 1940년대 후반, 미국은 세계2차대전의 수혜국으로 유래 없는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이 설정은 순전한 그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 방식이 달라서 결국 쌓여가는 오해. 아버지는 자신의 젊음과 인생을 일에 몰두하는 방식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지만 그 마음이 온전히 통할리 없다. 집안일에 분주한 아내는 고맙지만 매력적이지 않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하느라 고단한 마음을 지나는 여인에게 기대려 하지만 오히려 그를 찾아온 어린 큰아들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스스로에게 외치는 "괜찮아, 잘될거야"라는 주문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마약과 같아서 오히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은퇴할 시점이 되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부채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 때문에 감옥과 같은 직장생활을 계속해야하는 그는 결국 시대에 뒤쳐져 이제는 소용이 없는 기계처럼 버려진다. 행복했던 과거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은 결국 치매와 같은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는 큰아들과 아버지는 충돌한다.

지난해 한태숙 연출의 버전으로 초연을 했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번 재연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에 좀더 포커스를 뒀다. 뼈대만 남아있는 것 같은 주인공의 집은 '홈 스위트 홈'에 대한 앙상한 바람을 나타내는 듯하다. 무대의 좌우에 세워진 회색 벽은 하루하루 삶을 옥죄는 현실의 벽과 같다. 모두가 거짓과 허상 속에서 안개와 같은 꿈을 잡으려고 애쓰지만 아무 것도 없고 결국 파국이다.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jhpark@fnnews.com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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