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vs '파괴'.. 佛대선 이단아 2人 대결

노석철 기자 2017. 4. 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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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2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분노와 좌절, 공포로 요약된다.

프랑스의 몰락을 방치한 좌·우 정치권은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으로 낙인찍혔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좌·우 정치권을 갈아엎는 '파괴적인 변화'를 원했다.

당시 프랑스는 '상위 1% 부자에 대한 75% 세금' 정책을 추진하다 실패하는 등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염증이 극심한 때여서 마크롱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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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이단아 2人 대결
프랑스에서 23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파리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북부 에냉보몽에서 지지자들에게 키스를 날려보내는 모습. AP신화뉴시스

프랑스의 2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분노와 좌절, 공포로 요약된다. 프랑스의 몰락을 방치한 좌·우 정치권은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으로 낙인찍혔다. 여기엔 유럽과 세계에서 ‘이류’로 전락한 프랑스의 정체성 위기와 상처난 프랑스인의 자존심이 깔려 있다. 만성적인 대량실업과 붕괴되는 산업에 대한 공포에 과거에 없던 세대갈등, 테러 등 분열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좌·우 정치권을 갈아엎는 ‘파괴적인 변화’를 원했다.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 후보는 이런 민심을 파고들었다. 르펜은 각종 문제를 유럽연합(EU) 탓으로 돌리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들) 탈퇴와 프랑화 재사용, 이민 규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39)이라는 대항마가 없었다면 르펜의 독주가 됐을지도 모른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득표율 약 23.86%를 기록해 2위 르펜(21.43%)과 다음달 7일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마크롱은 ‘파괴’를 내건 르펜과 달리 상처 입은 프랑스인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그는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독특하고 신선한 이력으로 어필했다.

의사 부모를 둔 그는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ENA)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졸업 후 4년간 경제부처에서 관료로 일하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그룹으로 옮겼다. 당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스위스 네슬레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능력을 인정받고 돈도 꽤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2년 35세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경제수석으로 엘리제궁에 들어갔다가 2014년 37세에 경제장관에 기용됐다.

마크롱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바로 프랑스가 돈을 버는 것”이라며 친기업적 정책을 설파했다. 언론 인터뷰에선 “끊임없이 권리 확대만을 주장하는 전통적 좌파는 죽은 별과 같다”고 비판했다. 마크롱은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금지해오던 상점의 일요일 영업도 허용했다. 또 ‘주35시간 근로제’도 뜯어고쳐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는 “오래전 좌파는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다고 했으나 이는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당시 프랑스는 ‘상위 1% 부자에 대한 75% 세금’ 정책을 추진하다 실패하는 등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염증이 극심한 때여서 마크롱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반면 이 때문에 집권 사회당으로부터 ‘좌파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계란에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지난해 좌·우를 아우르는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를 창당하고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마크롱은 자신의 고교 시절 불어 교사였던 25세 연상의 여성과 결혼한 러브스토리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런 독특한 이력에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 소신, 현실감각, 유려한 말솜씨로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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