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패션 세계에 알리는 '新보부상'

신수현 2017. 4.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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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가서 스무 살에 첫 사업..연 거래액 1조원 규모의 온라인 B2B 업체 만들어
동대문 도매상 5천곳이 고객

서경미 '에이프릴' 대표

잔 다르크가 되살아난다면 이런 모습일까. 서경미 에이프릴 대표(35)에게는 여걸의 인상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긴 생머리에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서 대표는 스무 살 때부터 미국에서 크고 작은 창업으로 여러 사업체를 운영했고, 동대문시장 개척을 위해 2008년부터 5년간 동대문시장에서 직접 옷을 팔았을 정도로 억척스러운 사업가다.

2012년 설립된 에이프릴은 동대문시장 의류 도매업자들과 국내외 의류 소매업자를 온라인(사이트명 링크샵스)으로 연결해주는 업체다. 링크샵스를 이용하는 동대문 의류업체는 5000여 곳으로, 링크샵스에 매일 올라오는 상품만도 평균 3000여 개에 달한다. 에이프릴의 월평균 거래액은 60억원으로 국내 온라인 기반 의류업계에서 가장 큰 B2B 회사로 성장했다.

"원하던 대학에 불합격한 데다 당시 인기 드라마 '호텔리어'를 보고 막연하게 호텔리어를 꿈꾸며 스무 살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네바다주립대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입학금을 내고 얼마 안 돼서 교통사고가 나서 휴학했는데, 환불받은 등록금을 가지고 라스베이거스 쇼핑몰에서 장사를 시작했죠. 손톱에 도장 찍듯이 문양을 새기는 '스탬프식' 네일아트 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팔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사업체를 넘기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1년도 안 돼 사업체를 70만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이때부터 돈을 벌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었네요."

그는 처음부터 사업가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생 때까지 살았던 서 대표는 어린 시절 큰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유학온 지 1년도 안 돼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학비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서 대표는 스탬프식 네일 사업체 매각 대금을 밑천 삼아 한국에서 주얼리·잡화 등 다양한 제품을 수입해서 팔거나 중국에서 물건을 직접 제작해 팔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행운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넘쳐요. 도박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여기에 착안해 네잎클로버가 들어간 휴대폰 줄 등 네잎클로버 기념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팔았습니다. '굿럭(Good luck)'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습니다. 호텔, 쇼핑몰, 공항, 지역 상가 등 다양한 유통업체에서 '굿럭' 제품을 공급해 달라는 주문이 쇄도했고 '굿럭' 전문 판매장이 7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여러 사업 경험으로 장사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서 대표는 의류도매업체와 소매상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사업에 눈을 돌렸다. 미국 LA 도매상을 기반으로 한 의류전문 온라인 B2B 업체 'LA쇼룸'은 2005년 이렇게 탄생했다. LA쇼룸은 연간 평균 거래액만 1조원에 달한다.

LA쇼룸을 통해 거래하는 도매업체를 동대문까지 확장하고 싶었던 서 대표는 무작정 한국으로 와서 동대문 의류도매업자들에게 국내외 소매상을 연결해주겠다며 온라인 B2B 거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도매상인들이 온라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시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동대문 도매업자들에게 물건을 공급받기 위해 동대문시장까지 직접 찾아오는 소매업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한국시장 개척에 실패한 후 LA쇼룸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동대문시장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 2008년 동대문에서 여성의류 도매업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점은 4곳으로 늘어났고, 이들 중 2곳은 하루 평균 매출액이 2000만원에 달할 만큼 번창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B2B 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2012년 에이프릴을 설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사이트 개발자가 회사 도메인 주소와 서버, 기반 기술까지 모두 훔쳐 달아났다. 미국 등 해외 고객에게 미리 사용 대금을 받은 상태였기에 서 대표는 이 돈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했고 사금융까지 썼다. 사채업자가 그에게 압류를 걸어 신용불량자까지 될 만큼 힘들었지만, 그는 출산 이틀 후부터 일할 정도로 회사 정비에 전력투구해 에이프릴을 국내 대표 의류 전문 B2B 회사로 만들었다.

서 대표의 꿈은 에이프릴을 글로벌 B2B 업체로 키우는 것이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국내 의류 B2B 시장이 반드시 커질 것으로 믿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갔습니다.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무엇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수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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