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클라시코를 승리로 이끈 메시와 부스케츠

봉예근 2017. 4.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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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봉예근 기자]

 24일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6-2017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33라운드 레알 마드리드 CF와의 대결에서 FC 바르셀로나가 리오넬 메시의 종료 직전 극장골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이겼다.
ⓒ EPA/ 연합뉴스
의외의 결과였다. 죽음의 4월 일정을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돌파하고 있던 레알이 바르셀로나라는 암초에 막혔다. 최근 경기력과 흐름에서부터 전술, 체력 등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서 있었던 레알의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메시의 두 골과 슈테켄 골키퍼의 선방에 힙입어 바르셀로나가 레알을 꺾었다.

24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각)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엘 클라시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있었다. 전반 28분 레알의 카세미루가 선제 득점에 성공했지만, 바르셀로나는 전반 33분 리오넬 메시의 동점골로 응수했다. 후반 28분 이반 라키티치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바르셀로나가 승기를 잡았지만, 후반 41분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벼락같은 동점골이 나왔다. 무승부로 끝날 것만 같았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메시의 골이 터지면서 바르셀로나가 승점 3점을 챙겨갔다.

이날 경기에선 바르셀로나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이 모두 맹활약 했다. 이 선수들이 사실상 실패한 시즌으로 귀결되어 가고 있던 바르셀로나의 올 시즌 흐름을 다시 한번 바꿔났다.

돌아온 '엘 클라시코의 왕' 메시

드디어 돌아왔다. 레알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메시가 엘 클라시코 7경기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2014년 이후 약 3년 만의 득점이었다. 메시답지 않은 긴 무득점 기간이었다. 메시가 그간 엘 클라시코에서 21골을 집어 넣으며 엘 클라시코 '통산 득점 1위'에 랭크되어 있고, 레알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길었던 무득점 기간이었다.

이날 경기에는 메시의 무득점 기간 사이 레알을 상대로 날카로운 드리블을 뽐내며 에이스 역할을 한 네이마르가 결장했고 중요한 순간에 득점에 성공했던 루이스 수아레즈도 부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바르셀로나였지만 그 순간 메시가 다시 등장했다.

이날 공격 전 지역에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뛴 메시는 자유롭고 치명적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엔리케 감독은 레알의 빠른 역습 공격에 맞서 점유율을 극대화 하는 축구를 들고 나왔다. 레알의 내려 앉은 수비에 균열을 가하기 위해서는 드리블 돌파가 필수적이었는데 메시가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본인을 향한 거친 압박에도 공을 지키고 전진해 나아가면서 레알 수비를 흔들었다.

결정적으로 전반 초반 중원에서의 드리블 돌파로 레알의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의 옐로 카드를 이끌어 냈다. 경고를 받은 이후 카세미루는 메시를 수비하는 데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고, 메시는 더욱 자유롭게 경기장을 누볐다. 메시는 후반전 카세미루 대신 메시를 막기 위해 투입된 코바시치에게도 경고를 이끌어냈다. 후반 32분에는 레알의 주장 라모스의 퇴장도 만들어냈다. 이날 메시는 7번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하면서 레알의 수비를 90분 내내 절망에 빠뜨렸다.

드리블과 패스로 공격을 이끌던 메시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본인의 득점 능력을 유감 없이 뽐냈다. 레알에게 리드를 내준 전반 33분 라키티치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메시는 루카 모드리치와 카르바할을 간결한 터치로 무력화 시키고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드리블을 성공시키기엔 쉽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사용해 완전히 상대를 무너뜨리고 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호르디 알바의 크로스를 지체 없이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왼발 스핀킥으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지키는 레알의 골문을 열었다.

2골을 기록한 메시는 레알을 상대로 리그에서만 18골을 터뜨리며 디 스테파노가 보유하고 있던 엘 클라시코 '리그 경기 최다 득점자' 타이틀을 가져왔다. 더불어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 통산 500호골에도 성공했다. 레알은 경기에서 오랜만에 메시에게 완전하게 당했고, 메시 개인에게 기록 경신의 기회까지 주며 더욱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티키타카의 엔진' 부스케츠

공격에 메시가 있었다면 경기 전체적인 부분에서는 부스케츠의 활약이 돋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부스케츠는 흔들리는 수비와 패스의 중심축을 잘 잡아내며 바르셀로나 승리에 일조했다.

올 시즌은 부스케츠에게 최악의 시즌이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일취월장했던 수비력은 올 시즌에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부스케츠의 최대 장점인 패스에서도 이전과 같은 정확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근 몇 년간 90%를 상회하던 패스 성공률이 80% 후반으로 떨어졌다. 아주 미세한 하락이지만 부스케츠의 패스가 바르셀로나 패스 축구의 시작점이기에 부스케츠의 다소 늘어난 실수는 바르셀로나 전체를 어렵게 했다. 특히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특유의 탈압박 장면에서도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흔들렸던 부스케츠다.

하지만 레알과의 경기에서는 달랐다. '점유율 확보'라는 콘셉트에 부합하게 부스케츠는 경기 내내 안정적인 패스로 바르셀로나 공격의 출발점에 서 있었다. 부스케츠가 이날 경기장에서 시도한 82개의 패스 중 77개가 정확하게 동료에게 전달됐다.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던 메시에게 빠른 타이밍에 지속적으로 패스를 넣어주어 메시가 좀 더 빠른 타이밍에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전반 33분에는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적인 위치 선정으로 라키티치에게 패스를 전달해 메시의 득점을 만들어 낸 라키티치의 크로스 장면을 이끌어 냈다.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바르셀로나만의 '티키타카' 축구가 구현됐다.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부스케츠를 방해하기 위해 레알의 최전방 공격수 카림 벤제마 혹은 미드필더 모드리치 등이 강하게 압박을 시도했지만 부스케츠는 유연한 움직임으로 빠져나왔다. 파울만이 공을 소유한 부스케츠를 막을 수 있었다.

패스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부스케츠의 활약은 돋보였다. 포백 라인의 앞을 항상 지키면서 레알의 중앙 미드필더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의 전진을 제어했다. 양 쪽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나설 때는 미리 측면 수비 지역으로 내려와 레알의 빠른 역습의 시작을 방해했다.

또한 부스케츠는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정신력도 보여줬다. 후반 21분 레알의 역습 상황에서 본인의 마크맨인 아센시오를 놓친 수비수 움티티는 걸어 내려왔지만, 부스케츠는 전속력으로 아센시오의 뒤를 쫓았다. 후반 41분 실점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고 하메스의 움직임을 놓친 피케와 알바를 대신해 끝까지 하메스를 견제한 선수가 부스케츠였다. 두 장면에서 모두 레알의 슈팅이 나왔지만 부스케츠의 집중력과 끈기는 빛났던 장면이었다.

이 날 승리로 바르셀로나는 승점 75점을 기록해 레알을 끌어내리고 순위표 최상단에 위치하게 됐다. 승점은 75점으로 동률이지만 라리가의 '승자승 원칙'에 따라 1승 1무로 앞선 바르셀로나가 1위에 등극했다. 레알은 바르셀로나보다 리그에서 한 경기 덜 치른 상태지만, 남은 리그 일정이 만만치 않고 UEFA 챔피언스리그도 병행하고 있어 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으로 실패로 끝날 공산이 컸던 올 시즌을 다시 한번 성공한 시즌으로 만들 기회를 잡았다. 리그 우승과 이미 결승전에 올라간 스페인 국왕컵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루이스 엔리케(바르셀로나의 감독)의 시대의 종말을 아직 두고 볼 수 없었던 두 선수의 활약으로 바르셀로나가 구사일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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