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핫컴백] '모두 아는 밴드'가 된 혁오의 '젊은우리'를 위한 송가

입력 2017. 4.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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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 사진=CJ E&M

[MBN스타 백융희 기자] 혁오의 리더 오혁은 1993년 10월 5일생, 올해로 스물 넷이다. 아홉 살에 2002 한일 월드컵을 경험했고, 그 기억은 혁오의 새 앨범 ’23’의 수록곡 ‘2002Worldcup’에서 ‘뜨거운 일기 위에 쏟았던 그 밤’이자 ‘아무튼 그래서 나는 좋다’라고 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에게 다시 그 아홉 살 때와 같은 경험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래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했던 그런 밤. 대신 그들의 10대와 20대에 찾아온 것은 세상이 서바이벌 오디션이나 다름 없는 학창시절과,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었다. 혁오의 노래 ‘위잉위잉’의 가사는 혁오와 그들 또래의 현실이기도 했다. ‘집에서 뒹굴 뒹굴 할일 없어 빈둥대는 내 모습 너무 초라해서 정말 죄송하죠’ 혁오의 가사에 공감하는 청춘들은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하던 그들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알음알음 홍보했다. 그래서 생긴 별명, ’나만 아는 밴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지 않던 인디 밴드가 그들을 ‘나만 아는 밴드’라 생각하는 팬들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려갔다.

그런데 이 노래와 함께 혁오는 ‘모두 아는 밴드’가 됐다.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위잉위잉’이 거리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과거보다 훨씬 큰 공연장을 매진시켰다. 보기 드물게 청춘의 목소리가 별다른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전달된 순간. 혁오의 멤버들은 여전히 작은 공연장에서 입던 대로 옷을 입고 공연했고, 오혁은 TV 카메라 앞에서만 서면 쭈뼛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위상은 ‘무한도전’ 방송 직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인생의 극단적인 변화 속에서, 혁오가 24일 발표한 새 앨범 ’23’은 허세도 자학도 없이 20대인 그들의 할 말을 토해낸다. 그들이 여전히 ‘위잉위잉’ 시절처럼 자신들을 ‘하루살이’에 비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허세를 떨 이유도 되지 않는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23’의 첫 곡 ‘Burning youth’처럼 그들, 그리고 그들의 또래에 대해 다짐하고 선언하는 것이다. ‘We’re not so wrong’

‘젊은 우리’. ’23’의 타이틀 곡 ‘Tomboy’의 하이라이트를 여는 이 네 글자는 혁오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집약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조와 ‘정신승리’만 하며 살 수 없는 현실을 담았던 그들은 이제 자신의 또래를 ‘우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책 없는 희망이나 응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젊은 우리’에 이어 곧바로 나오는 가사는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다. 인생의 나이테가 생길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거나 성장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하필 걸터앉은 곳은 가시덤불’이고 ‘피가 철철 나도 아무도 봐주질 않네’(‘가죽자켓’)라 말하고 싶은 곳이고,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난 그냥 숨을래 / 난 원래 숨어서 / 몰래 싸웠다’(Tokyo Inn’) 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같은 승리와 영광의 기억은 많지 않고, 세상살이는 늘 어렵다. 그 결과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채 눈치만 본다. 성공한 20대라는 희귀한 존재가 된 혁오도 ‘풀린 신발 끈은 꽉 매야 해 / 혹시나 달리다가 밟아 넘어질 지 몰라’(‘가죽 자켓’)라는 불안을 안고 산다.

그러나 ’23’은 이런 현실을 에둘러 피해가지 않는다. 대신 고민들을 풀어놓고, 정면으로 부딪친다. 그래서 ‘Die alone’처럼 제목부터 청춘의 비관이 담겨 있는 곡이 있는 한편, ‘지정석’처럼 아직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 비행기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기도 한다. 딱 한 살 더 먹는 시간 동안 갑자기 큰 인기를 얻게 된 밴드가, 그 위치에서 스타로서의 압박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젊은 우리’의 입장을 내놓게 됐다. 그리고 이 고민과 좌절에 대한 솔직함으로부터 혁오의 음악적 발전이 가능했다. 로큰롤, 하드록, 서프 록 등 여러 록의 장르들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을 장르의 전형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소화한다. 앨범의 첫 곡 ‘Burning youth’는 컨트리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시작해 어느 순간 분노마저 느껴지는 파워풀한 전개로 바뀌고, 로큰롤로 시작한 ‘가죽자켓’은 어느새 세상에 휩쓸려버린 ‘절반 오십’의 분노로 바뀐다.

스스로의 청춘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가 깊어진 만큼 작곡과 편곡은 더욱 세밀해졌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혁오의 연주와 믹싱은 더욱 정교해졌다. 노래의 핵심인 ‘젊은 우리’가 나오는 순간 곡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는 ‘TOMBOY’, 택시를 타던 사람이 비행기로 바꾸는 순간 마치 기타가 비행기 이륙과 같은 소리를 내는 ‘지정석’은 정교한 사운드로 청춘의 좌절과 분노까지 담아내는 혁오의 역량을 보여준다. 혁오는 곡마다 원하는 분위기를 가장 정확하게 내기 위해 독일을 여러 차례 오가며 믹싱을 반복했다. 그 결과 ‘가죽자켓’처럼 공연장에서 직접 그 소리를 듣는 것 같은 곡과 ‘지정석’처럼 마치 우울한 영화의 OST와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모두 표현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청춘에 대한 절망과 회한, 희미한 희망을 ‘젊은 우리’에 집약시킨 타이틀 곡 ‘Tomboy’는 차분하며 세밀한 변화로부터 누구나 공연장에서 후렴구를 되뇌일수 밖에 없을 만큼 벅찬 순간을 제시한다. ‘나만 아는 밴드’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한 밴드가 된 팀이, 그들의 위치에서 새로운 메시지와 예상하기 어려웠던 음악을 내밀었다. 그들의 노래에 ‘젊은 우리’, 더 나아가 어른들이 응답하게 될까.

백융희 기자 byh@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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