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입차 '수리비 횡포' 가만 안둔다

석민수,박창영 2017. 4.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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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품·공임 부풀리기..포드·BMW딜러 압수수색
공정위선 환불·중도해지, 불공정한 약관 시정 지시
수리비 과다청구 '불법' 관행에 제동
# A씨(30)는 독일 베를린 유학 시절 타던 독일업체 중형 세단을 한국에 들여와 몰고 있다. 최근 자동차 바퀴에 들어가는 허브 베어링을 교체하러 수입차 정비센터에 갔다가 독일 현지에서보다 5배가량 비싼 견적(50만원대)을 받고 망연자실했다.

# B씨(43)는 지난달 미국 브랜드 준중형 세단의 앞 범퍼 교체 비용으로 144만원을 청구받았다. 기존에 타던 쏘나타LF에 대해 같은 수리를 받았을 때 냈던 비용(44만원)의 3배 이상이었다.

도 넘은 수입차 업계 횡포에 정부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이 부품 수리비를 과다하게 청구한 곳에 대한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약관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대구 강북경찰서와 서울 금천경찰서는 이달 중순 포드코리아 딜러의 위탁 수리업체 J사와 BMW코리아 딜러 S사를 잇달아 압수수색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보험사와 고객을 상대로 차량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경찰은 두 서비스센터에서 2012년 7월부터 최근까지의 수리비 청구내역 등 관련 문서와 디지털 자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MW코리아 공식 딜러인 S사는 차량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부품까지 교체해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를 통해 부품 판매율을 높이고 재고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S사는 이를 통해 건당 10만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거뒀다. 경찰은 이에 따라 총 수억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사기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J사는 2015년 말까지 포드코리아 딜러의 지정 공장이었던 업체로 손상 정도를 과장해 수리 범위를 확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주로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 부품은 차량 바퀴의 조향·충격을 제어하는 '스티어링 기어박스'다. 바퀴 부위에 조그마한 손상만 발견돼도 해당 부품 전체를 갈도록 함으로써 4년여간 수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한 혐의다.

수입차 딜러의 수리비 과다 청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폭스바겐 딜러 지오하우스는 보험사에 자동차 수리비를 수백 차례에 걸쳐 허위 청구해 보험금 23억원을 타낸 혐의(사기)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전주지검은 BMW의 딜러사 내셔널모터스를 재판에 넘기기 위해 공소장을 작성 중이다.

중도 해지나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수입차 애프터서비스(AS) 약관에 대해서도 정부가 손질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FCA코리아(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한국닛산, 한불모터스(푸조·시트로엥), 혼다코리아 등 7개 수입차 판매업자의 유지보수서비스 이용약관을 점검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5가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신차 시장 점유율의 약 15%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하고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딜러 다수는 소비자의 정보가 부족한 수리비 영역에서 불법적인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에 BMW코리아 딜러사 S모터스를 수사하며 고객 사은품을 보험 수리비로 청구한 사례까지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품질 등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게는 액세서리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 후 이를 보험 수리비로 재청구해 부당 이득을 청구한 혐의다. 경찰은 국내 대부분 수입차 딜러를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본사 차원의 딜러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딜러의 과다 청구가 고질적인 문제였음에도 수입차 본사는 손을 놓고 있었다"며 "소비자가 딜러가 아닌 브랜드를 보고 자동차를 구매하는 만큼 수입사 본사 차원의 강력한 자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건국 KB손해보험 조사실장은 "소비자는 어차피 보험으로 처리된다는 이유로 과다 청구에 무감각한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과도한 수리비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국가적으로도 불필요한 부품을 수입하게 하는 나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7개 수입차 판매업자의 약관을 시정하도록 한 것도 수리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싼 가격으로 보증기간 연장과 소모품 패키지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뒤 이에 대한 환불과 중도 해지 등을 못하게 한 수입차 업계의 '갑질'을 막겠다는 것이다.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유지관리비용이 비싸 고객들이 보증기간 연장과 소모품 패키지를 구입하는 일이 많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만 3만건의 서비스가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상품의 중도 해지와 환불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약관이 법률에서 보장된 고객의 계약해지권과 원상회복청구권을 제한한다고 보고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약관을 고치도록 했다.

이로써 앞으로 수입차 AS 유상 패키지 이용 고객은 폐차나 소유권 이전 등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고 실제 서비스 비용과 위약금을 제한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품질보증 연장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도 보증 연장 개시 전에는 위약금을 제외한 구매금액을, 개시 후에는 소요기간만큼의 이용료 또는 수리비용과 위약금을 제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유상 패키지 유효기간(2~4년)이 경과했더라도 5년 이내에는 환불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공정위는 상법상 상사채권소멸시효(5년) 내에는 언제든지 환불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해 업체가 잔여 서비스 비용에서 위약금을 공제한 잔액은 환불하도록 했다. 서비스 이용 쿠폰을 타인이나 타 차량에 양도·양수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 역시 사라진다. 판매업체들은 차량 소유주 변경 시에만 서비스를 함께 넘길 수 있다는 기존의 약관을 고쳐 차량 모델과 배기량, 연식이 같으면 쿠폰만 따로 판매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석민수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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