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란성 쌍둥이?

허승 입력 2017. 4. 24. 17:56 수정 2017. 4. 2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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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선 이슈 떠오른 '규제프리존법'
안철수 후보 "통과를" 발언에 논쟁
문재인 후보쪽 '대기업 특혜' 반대
박근혜때 '창조혁신센터' 대기업과
'규제프리존' 지역산업 상당수 일치
시민단체 "정경유착 재현 우려"

[한겨레]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지난 10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일명 ‘규제프리존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찬성 의지를 밝힌 후 이 법안의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대기업만을 위한 무분별한 규제완화 조처”라며 비판 공세를 펴고 있는데 비해, 국민의당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규제프리존을 설치하고 2개씩(세종시는 1개) 총 27개 지역전략산업을 선정해, 관련 규제를 포괄적으로 풀어줄 수 있게 한 법안이다.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67개 법령의 76개 조항에 대해 특례가 적용될 뿐 아니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하거나 신기술 기반사업으로 인정되면, 관련 규정이 없거나 충족하지 않더라도 사업 승인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광범위한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

앞서 2015년 12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는 27개 지역전략사업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고, 규제프리존법은 여기에 맞춰서 규제 특례 내용을 담았다. 그렇다면 지역전략산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일까? 공교롭게도 선정된 지역전략산업을 보면 해당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담당하는 대기업들이 핵심적으로 밀고 있는 전략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 센터는 2014년부터 대기업이 17개 시·도 중 한 곳을 맡아 창업기업 육성, 특화산업 투자 등에 지원하도록 한 기관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맡고 있는 지역에서는 각각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기반 웰니스산업(대구)과 스마트기기(경북) 등이 전략산업으로, 현대차그룹이 맡고 있는 광주에서는 친환경자동차·에너지신산업, 엘지(LG)생활건강 공장이 있는 충북에서는 바이오의약과 화장품이 전략산업으로 선정됐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규제프리존법안 93조는 전략산업육성계획의 수립, 규제프리존의 운영, 신규 규제 특례 제안 등 규제프리존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추진단을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역추진단의 운영에 ‘과학기술기본법 16조의4 제3항에 따른 전담기관’을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은 전담기관을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정하고 있다. 즉, 이 법안은 대기업이 하나씩 맡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콕 집어서 규제프리존 지역 추진단의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아래서 정경유착의 핵심 창구로 이용됐다고 비판받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규제프리존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비판한다. 자동차 관련 전략산업은 4개 지역(대구·광주·울산·제주), 사물인터넷 기반 산업은 3개 지역(대구·부산·세종)에 중복돼 선정되는 등 지역전략산업이 지역 환경과 산업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계적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지자체간 나눠먹기 식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규제프리존법 검토보고서도 “지역전략산업으로 선정되면 규제 특례 등 많은 혜택을 적용받게 되는데도, 행정행위인 지역발전위원회의 의결로 주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대체하는 것은 절차적 민주성 등의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 간의 입장은 확연히 엇갈린다.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 규제프리존법안은 재벌 대기업이 형식적으로 지자체를 거쳐 일방적 규제완화를 추진할 수 있게 설계돼 있는데, 규제 완화의 특혜가 다양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아닌 일부 대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현호 국민의당 정책실장은 “규제프리존법의 취지는 비수도권 지역이 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지역마다 제한적으로 규제가 완화되기 때문에 의료 공공성 훼손이 우려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면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시·도지사와 지자체 공무원이 실질적으로 추진단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배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프리존이 대기업 위주로 운영될 것이란 지적은 과도한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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