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스티커 붙이고 불법주차..장애인 울린 '얌체족'

박재영 2017. 4. 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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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단속 중이세요? 바로 차 빼겠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분명 차량 앞유리 오른쪽 하단에는 '장애인 자동차'를 표시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 자동차' 스티커가 부착된 자동차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한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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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조회 못하도록 액세서리로 살짝 가려놔
단속반 보자 황급히 도주

장애인주차구역 단속 따라가보니

"어머, 단속 중이세요? 바로 차 빼겠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한 중년 남성이 황급히 검은색 그랜저 차량으로 뛰어와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차량이 후진하자 주차구역 한가운데 파란색 휠체어 표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분명 차량 앞유리 오른쪽 하단에는 '장애인 자동차'를 표시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 전용구역 불법주차를 점검하는 단속반 모습을 발견하자 황급히 '도주'를 시도했다. 단속반 저지로 탈출에 실패한 남성은 "아, 오늘 재수없네"라며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서 발을 뗐다.

스티커와 차량번호가 달랐다. 가짜 장애인 스티커를 붙여놓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얌체족'이었던 것.

관공서나 백화점, 공용주차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장애인 운전자 편의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 멀쩡한 운전자들이 몰래 주차하는 비양심적 불법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봉구청 청사 인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매일경제 취재진이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민관 합동 점검' 현장에 동행한 결과, 점검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위반 사례 3건이 적발됐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 자동차' 스티커가 부착된 자동차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한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차량은 주차를 해서는 안 되며,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차량에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타지 않은 경우에는 주차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차량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주차를 하더라도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운전자들 사이에 만연한 데다 실제 단속 빈도도 높지 않은 편이라 법규 위반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등 적발건수는 2011년 1만2191건에서 지난해 26만3326건으로 급증해 5년 만에 21.6배가 됐다. 부과된 과태료도 지난해에만 254억여 원에 이른다.

이날 취재진이 단속반과 동행한 결과 혀를 내두를 만한 '꼼수' 사례가 줄을 이었다. 도봉구청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에 주차된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앞유리에 장애인 자동차 스티커를 부착해놓고, 그 위에 운전자의 휴대전화 표지판을 덧붙여 장애인 등록번호를 확인할 수 없도록 교묘하게 가려놓았다. 단속반 직원은 "이런 경우 십중팔구 위반 차량"이라며 가려진 번호를 확인했다. 이 차량 역시 스티커와 번호판의 번호가 달랐다. 스티커에 표시된 번호와 차량번호가 일치하지 않거나 위·변조된 스티커를 부착할 경우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스티커 위·변조는 형사고발 조치도 따른다.

구청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 전용구역 불법주차를 단속할 때 특히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하소연한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장애인 전용구역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게 법 위반 행위라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애인 구역에 주차한 차량을 신고하면 '뭐가 문제냐'고 따지기 일쑤였지만 요즘은 잘못은 인정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현장에서 단속할 때 멱살잡이 당하는 건 흔하다"고 털어놨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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