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왜 있는지' 알려주는 대디스쿨 떴다

이정연 2017. 4.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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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있어서 좋다.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중략)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나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은 한 어린이의 시 한 편을 소개했다.

롯데인재개발원이 준비한 대디스쿨에서는 육아·가사의 참여가 왜 장기적 투자가 되는지부터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방법, 육아·가사에 지친 배우자와 대화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강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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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위미노믹스

롯데, 남성 육아휴직자 대상 교육 시행
가사·육아도 알아야 함께 할 수 있다 여겨
여성의 가사 분담률 낮추기 계기될 것

[한겨레]

남성 육아휴직자 대상 ‘대디스쿨’ 중 ‘놀이의 달인’ 강의에 참가한 수강생의 모습. 사진제공 롯데인재개발원

“엄마가 있어서 좋다.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중략)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나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은 한 어린이의 시 한 편을 소개했다. 수강생들 사이에 탄식과 헛웃음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은 수강생들이 ‘왜 있는지 모르는 아빠가 되기 전’에 육아·가사 참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날 열린 ‘대디스쿨’ 덕분이다. 롯데그룹은 올 들어 의무적으로 1개월 유급 남성 휴직을 도입한데 이어 휴직자 교육에도 나섰다. 모두 국내 기업 최초다.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대디스쿨에는 육아 휴직에 참여했던 직원과 곧 휴직에 들어가는 직원 43명이 참가했다. 롯데인재개발원이 준비한 대디스쿨에서는 육아·가사의 참여가 왜 장기적 투자가 되는지부터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방법, 육아·가사에 지친 배우자와 대화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강의가 이어졌다. 기업이 ‘아빠 교육’까지 왜 나서는 걸까?

“아이를 키우는 일에 부닥치는 것은 일종의 ‘충격’이다.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남성이 돕기 싫다기보다는 몰라서 육아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대디스쿨’을 도입했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 부원장의 설명이다. “태어난 지 2달 된 아이가 너무 예쁘지만 키우는 게 많이 힘들기도 하다. 아이 안는 것도 서툴러 무리가 가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조금이나마 육아에 도움되는 것을 배울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휴직이 의무화돼서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대디스쿨에 참가한 이들은 육아 휴직과 강의를 행운처럼 여긴다. 5월 육아 휴직을 앞둔 롯데물산 홍보팀 서규하 책임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스쳤다.

이미 1~3월 육아 휴직을 경험한 롯데그룹 남성 직원은 120명이다. 한 달에 40명이 육아 휴직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는 180명, 한 달에 15명 꼴이었다. 의무화 이후 남성 육아휴직자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롯데그룹은 1개월 유급 의무 남성 육아휴직제를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육아 휴직을 했거나 앞둔 대디스쿨 43명의 수강생들. 사진제공 롯데인재개발원

가족친화경영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유한킴벌리는 ‘아빠 교육’에도 한발 앞서 있다. 2012년부터 ‘아버지 칭찬 학교’라는 이름의 남성 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육아·가족에 대한 돌봄뿐 아니라 남성 스스로에 대한 돌봄까지 함께 생각해 교육을 펼쳤다”며 “대부분의 남성 직원이 교육을 수료해, 좀 더 발전적인 차원의 가족친화경영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이나 유한킴벌리의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남성 직원들의 돌봄 노동을 지원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은 육아·가사 분담률→여성의 독박 육아·가사→여성의 직장 경력 포기→경력 단절 여성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남성의 육아·가사 노동 분담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월 ‘분담하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회원국 부부의 가사·육아 노동을 비롯한 무급 노동 시간을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 여성의 무급 노동 분담률은 88%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세번째로 높았다. 이 보고서는 “불균등한 양육 부담은 여성이 일터로 다시 돌아가는 생각을 단념하도록 하고, 사용자가 이들을 채용하는 것을 꺼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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