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유커 급감..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뚝↓

이성희 기자 2017. 4.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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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분기 평균 3% 줄어…합정역 일대는 3개월 새 12.5% ‘하락폭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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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2~3개월 안에 명동에서 매장을 빼는 화장품 브랜드가 생길 거예요. 명동은 월세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다시피 하면서 매출이 절반가량 빠진 곳들이 많거든요. 올 상반기 중 한두개 정도는 문 닫을 거라고들 말해요.”

24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한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명동 곳곳을 활보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여파로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에서 인기 있다는 한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직원은 “가끔 혼자 여행 온 중국인들이 있는 정도”라며 “한번 방문하면 쇼핑백 몇 개씩 채워 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아예 없어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권은 명동뿐만이 아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계속되는 데다, 중국인 관광객까지 감소하면서 서울 주요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 임대료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가 이날 발표한 ‘2017년 1분기 상권임대 동향’을 보면, 서울에 위치한 상가의 월평균 임대료는 1㎡당 3만27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3만3700원)보다 3.0% 떨어진 수치다. 서울의 상가 월평균 임대료가 내림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만이다.

서울에서 임대료 하락폭이 가장 큰 상권은 합정역(홍대 일대·3만2200원)으로, 전 분기보다 12.5%나 떨어졌다. 홍대 일대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급등하던 지역이다. 북촌 상권 임대료도 12.2% 하락했다. 관광객 감소로 인해 삼청동 일대 유동인구가 줄었기 때문으로 부동산114는 풀이했다.

‘무풍지대’ 같던 강남 상권도 사드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성형관광객이 몰려 북적거렸던 압구정 일대의 1㎡당 월평균 임대료는 4만3900원으로, 전 분기(4만9100원)보다 10.6% 줄었다. 강남역(-5.1%)과 신사역(-3.0%), 삼성역(-2.1%) 등도 모두 하락했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위치한 명품숍 가운데 문 닫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강남에서 4년째 상가 중개업을 하는 김모씨(58)는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지난해 초부터 임대료 하락 분위기가 감지됐다”며 “여기에 더해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다 보니 임대인들도 임대료를 내리고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임대료 조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임대료가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공실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명 ‘망리단길’로 불리며 최근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마포의 망원동 임대료는 8.6% 올랐다. 개성있는 소규모 점포들을 위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어서다. 인근 지역인 연남동과 상암동 임대료도 각각 8.5%, 3.3% 상승했다. 김민영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는 장기 불황과 정국혼란, 외교적 이슈에 따른 관광객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주요 상권이 위축됐다”며 “다만 망원동과 연남동 등 새로 뜨는 일부 상권에서는 임대료가 급상승해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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