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좌담회]친핵·반핵 떠나 고준위 방폐물 해결해야

조정형 2017. 4. 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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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법이 국회에서 답보 상태다. 새정부에서는 원전 정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준위방폐물 안전관리 및 국민수용성 확보 좌담회가 21일 서울 명동 기금관리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성경 명지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 교수, 전형준 단국대 교수, 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이 원장, 이진호 전자신문 부국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전자신문은 지난 21일 서울 본사에서 학계와 원전 주변지역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고준위관리법 처리 지연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는 원전 내부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의 포화상태가 임박했고,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멈춰도 지난 40년간 발생한 핵연료 처분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논란을 반복하기 보다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하고 빠른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정 교수는 “지난 40년 동안 원전을 운영하면서 고준위 방폐물이 1만4000여톤이 쌓였다”면서 “기술적 문제보다는 그동안의 인식과 안전·환경에 대한 불안이 커져 난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수많은 시도가 좌초된 만큼 법·제도 틀 마련과 핵연료 처분 기술개발에 빨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문제를 원전 정책과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과 이를 관리할 저장시설을 마련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첫 단계인 고준위관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계속 위험한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일단 시작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 원장은 고준위관리법을 또다른 논쟁의 소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공론화를 통해 로드맵을 만든 상황에서 정치권과 사회단체가 신규원전 반대 등과 묶어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된다는 시각이다.

이 원장은 “또 다시 새로운 공론화 얘기가 나오지만, 이는 지금의 문제를 1~2년 늦추는 것 뿐”이라면서 “계속되는 공론화에 따른 지연은 지역주민만 힘들게 하는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소통을 강조하지만, 친핵·반핵 모두 다른 이의 얘기는 듣지 않고 본인 생각만 얘기한다”면서 “이는 문제해결 보단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처분장 선정과 관련해서 시민 참여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형준 단국대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은 △기능적 가능성 여부 △사회적 합의 프로세스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야 하는 과제라고 정의했다. 정부가 그동안 했던 것처럼 기능적 적합지만 보고 선정하는 방법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 교수는 갈등 해결책으로 상황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국민이 선택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국민 혹은 국회가 처분장을 짓지 않을 경우와 원전을 중단할 경우 등 상황 시나리오를 결정하고, 사회적 공감대 속에 문제를 해결하자는 구상이다. 전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면서 “다음 문제는 절차가 사회적으로 공정했느냐인 만큼 정부가 투명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 선정지역 보상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원전 주변지역 주민 사이에도 보상금 집행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고준위 방폐장 시설이 들어서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분명 고준위 방폐장은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보다 더 큰 규모 지역지원금이 집행될 것”이라며 “중저준위 방폐장 지원금 사용을 놓고도 마을 주민간 고성이 오가는 지금, 고준위 방폐장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돈이 너무 많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 지를 제대로 모르고, 비용 집행에 대해 주민이 서로 의구심을 품는 일도 발생한다”며 “차라리 n분의 1로 비용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전 교수 역시 다른 원전 지역도 유사한 문제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마을 체육시설을 건설 할 때 누구의 땅을 사느냐가 문제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누구 땅을 사도 불만이 제기된다. 이러다 보니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지인 간 고소 고발도 많다.

전 교수는 “지원금 집행을 위해 별도 비용을 들여 용역을 해도 그대로 사업을 벌이지 못한다”면서 “지원금 지급도 좋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원전 주변지역 고령화 인구에 대해 의료 로봇을 지원하는 등 4차 산업과 지원 사업 융합 테스트베드 같은 획기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새정부의 고준위 방폐물 정책에 대해서는 조속한 관련법 통과와 핵심기술 조기 확보, 투명성 확보와 지역갈등 해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새정부 출범 후 대통령 첫 보고에 고준위관리법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살면서 음식메뉴 하나 정하는 것도 합의되지 않는 일이 많다”며 “100% 완벽한 합의보단 공감대가 중요하며, 정책은 앞으로 가야지 뒤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술개발에 기대를 걸었다. 고준위방폐물의 반감기와 부피를 줄이는 기술, 장수명 핵종을 따로 뽑아내 저장하는 기술을 언급했다. 긴박한 수송·저장·지중시설 연구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집단지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준위처분장 부지가 결정되면 해당 지역주민은 정보결핍 상태에서 문제를 직면하는 만큼 많은 이들이 참여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우리가 병원에 갈 때 이웃의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듯, 원전 주변 주민 인식이 좋아지는데 각고의 노력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좌담회 참석자> (가나다 순)

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 원장

전형준 단국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 교수

조성경 명지대 교수

사회 이진호 전자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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