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송민순 vs고발한 문재인..잦아들지 않는 논란 '왜?'

김재은 2017. 4.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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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고집에 참여정부 레임덕 더해져
송 "11월 20일까지도 기권방침 안 정해져"
문 후보 말바꾸기?.."잘못된 질문에 잘못된 답"
색깔론·거짓말 프레임 역풍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과 쪽지에서 시작된 북한 인권결의안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어느때보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 선거의 단골메뉴인 색깔론이 부각된 탓이다.

첫 진실공방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07년 11월 16일에 기권결정을 하고, 이후 북에 이를 통보해줬다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말바꾸기 거짓말 프레임으로 문 후보를 몰아가고 있고, 이가운데 송민순 전 장관은 24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제가 지금 하늘에 있는 태양보고 태양이라고 해도 저건 태양이 아니고 낮에 뜬 달이라고 넘어간다”면서 “제가 책을 쓴 건 정치적 의미가 아니었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핵문제나 대북정책은 여기서 나오는 교훈을 새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셈이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이날 송민순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외부로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 총장은 이날 오전 총장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 송민순 ‘고집’에 참여정부 레임덕 더해져

사실 한국이 UN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은 2007년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자 그해 인권결의안에 ‘찬성’했을 뿐 3차례 모두 기권을 결정했다. DJ정부에 이은 참여정부 시절 남북 화해무드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송민순 전 장관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등을 들어 ‘찬성’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고, UN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담은 훈령을 보낼 주체도 송 전 장관이었다.

이에 따라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 결정 방침을 정했지만, 송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내며 반발하자 북한의 입장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손학규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송 전 장관은 자주적 외교관이 강해서 미국 사람들이 제일 상대하기 힘들어했다”며 “유엔결의안 찬성을 안 했을 때 우리 정부(외교부)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을 송 장관이 너무 잘 알아 끝까지 우겼던 것”이라고 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적인 방식과 레임덕도 논란을 키운 요인중 하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은 큰 힘을 쓰지 못한 반면 참여정부 시절엔 대통령과 함께 논쟁하며 부처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기권 방침을 담은 훈령을 보낼 주체인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강력히 반발하자 설득하기 위해 북한의 동향을 살피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것(송민순 장관의 반발은)은 사실 항명이다. 실제로 정상적인 정부라면 해임해야 맞다”면서 “2007년 11월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으로 일종의 레임덕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송민순 “11월 20일까지도 방침 안 정해져”

송민순 전 장관은 자신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등이 기권 방침을 고수하자 편지를 보내는 등 조치에 나선다.

송 전 장관은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금번 우리의 기권으로 국제사회에서 노력을 함께 한 기초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 방침이 ‘기권’으로 세워진 가운데 이를 돌리기 위해 편지를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송민순 장관이 이미 11월15일 북한 인권결의안 작성 당사국인 일본에서 ‘찬성’입장을 일방적으로 표하고 와 청와대 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며 “16일 대통령이 기권방침을 결정했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 입장을 정하는 논의가 표결(한국시간 11월 21일 새벽) 직전인 11월 20일까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11월 20일 당시 청와대에서 유엔주재 대표부에서 온 보고서대로 찬성하자고 했더니 문(재인) 실장은 남북채널의 반응이 중요하니 함께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며 “그런 의논이 있은 뒤 약 1시간후 북한 메시지가 서울을 통해 싱가포르로 전달돼 그때 기권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연철 교수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북한에 물어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미 우리가 2004~2005년에 기권했고, 기권 자체가 반대가 아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엔 결의안의 내용과 방법론의 차이가 있어 기권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면서 “기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에 물어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후보 말바꾸기?…색깔론 역풍 가능성도

송민순 논란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일제히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처음엔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며 색깔론 안보론을 문제삼더니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들이대자 말바꾸기,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일정부분 문재인 후보가 오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송민순 회고록이 발간됐을 때 문 후보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기권방침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이 당시 기권을 표했는지, 찬성을 표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고발했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의 문건 유출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4일 오전 법무법인 동안의 직원이 고발장을 들고 서울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토론회에서 문 후보에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국정원 등을 통해 북한에 물어봤다 하다가 물어본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며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시 남북 대화가 많았고, 외교부, 국방부 등 다 접촉이 있어 정보를 취합했다”며 “자꾸 질문을 물어봤냐 안 물어봤냐로 하니 잘못된 질문에 잘못된 답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북한 동향을 알아보기 위한 국정원 등의 정보수집은 수시로 했던 일이고, 직접 북에 전통문을 보낸 것은 16일 기권결정이 내려진 이후인 19일로 사전에 북한 의사를 묻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10년전일로 문재인 비서실장은 남북관계의 중요 역할을 하는 담당자가 아니었던 만큼 기억이 모호할 수 있다”며 “그것을 말바꾸기했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되레 “송 전 장관이 문 후보측 자료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색깔론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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