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PM 6:29] 이형종, 헛되지 않았던 '18개월의 골프 외도'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7. 4.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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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 이석우 기자

미친듯이 무언가를 휘두른 적이 있다. 그때 그의 손에 들려있는 건 방망이가 아닌 드라이버였다. 또 아이언이었다.

2008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3년도 지나지 않은 2010년 말, 부상과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야구를 놔버렸다. 오래지 않아 새 길을 찾았다. 매커니즘이 비슷해 금방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골프였다. 보상도 받고 싶었다. 프로를 목표로 하루 15시간씩 훈련을 했다.

골프를 위해 태국으로 전지훈련도 떠났다. 쇼트게임부터 롱게임 그리고 실전까지,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골프만 쳤다.

LG 이형종(28)은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것을 지금에서야 다시 느끼고 있다. 2013년 야구선수로 돌아온 것은 야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골퍼로 성장은 무척 빨랐다.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아 2언더파를 치면서 세미프로 테스트에 도전했다. 두 차례 예선 중 첫 무대를 통과한 뒤 두 번째 무대에서 그만 떨어졌다. 실망하기도 전에 칭찬부터 받았다. 짧은 시간에 이만큼 스코어를 줄이는 경우는 또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골프를 치면 칠수록 따라오는 생각이 있었다. “야구를 너무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만한 열정으로 야구를 한다면 또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온 이형종은 다른 선수가 돼있었다. 육성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서용빈 코치였다. 골퍼의 연장선상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로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훈련을 했다. 이형종은 “돌아온 뒤로는 하루 17시간씩 훈련을 했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코치님한테 훈련 좀 더 하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형종은 올시즌 초 LG 타자 중 가장 뜨거운 선수가 돼있다 . 24일 현재 시즌 타율 0.391(69타수 27안타) 3홈런 12타점. 박용택을 제외하고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형종은 ‘슈퍼스타’로 커갈 잠재력이 가장 큰 선수로 지목받고 있다.

서 코치는 지난해에서야 1군 타자로 첫 선을 보인 이형종이 이토록 빠르게 커나갈 수 배경 중 하나로 ‘골프’를 꼽는다. “공백 기간을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죽어라고 골프를 쳤다. 어쨌든 중심이동은 같은 운동이다. 분명 도움이 됐다”고 했다.

야구 스윙과 골프 스윙의 차이는 분명 있다. 야구에서는 어깨 높이의 파워포지션에서 바로 임팩트 지점까지 방망이를 내는 것과 달리 골프에서는 그립을 옆구리쪽으로 끌고와 때려야한다. 골프 스윙이 사이드암 투수의 투구 동작과 닮았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형종은 방망이를 들어 두 종목의 스윙 차이를 직접 설명했다, 그러나 그 차이를 줄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타고난 운동 능력 때문일지 모른다. 이형종의 주루를 지도한 유지현 LG 코치는 “야수 중 운동신경은 이형종이 으뜸”이라고 했다. 실제 이형종은 골프뿐 아니라 탁구와 볼링, 당구 등에서 만능이라고 한다.

이형종은 야구선수로 복귀한 뒤 골프채를 다시 잡은 적이 있을까. 망설이더니 살짝 입을 연다.

“사실은요, 딱 한번 쳐본 적이 있어요. 못쳐도 70대 중반은 쳤는데 이게 아닌게 거예요. 너무 안맞더라고요.” 이형종은 그 대목에서 웃었다. 이제 본인의 스윙이 야구에 최적화돼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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