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PD 사망사건 대책위 "CJ E&M은 책임을 인정하라"
[경향신문]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청년유니온, 언론노조, 참여연대 등 28개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이날 “사건 당사자인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는 형식적인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을 뿐 대책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CJ E&M은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위와의 논의에 정식으로 참여하라”고 말했다. 이한빛씨는 CJ E&M 소속 케이블방송 tvN의 신입 PD였다.
이씨의 모친 김혜영씨는 “사과라는 건 진실되게 해야 하고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까지 포함해야 한다. 비인간적이고 야비하게 죽음으로 몰았던 이들은 반성은커녕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말 괴물이었다.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이한빛씨 친구 박모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박씨는 편지에서 “지난해 8월 어느 날 새벽에 친구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윗선에서 지금까지 촬영된 드라마를 보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을 해고했다는 내용이었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은 계약금까지 토해내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연출부인데 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스탭들이 희생양이 돼야하냐고 아파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친구는 힘없는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못 견뎌했다”며 “‘여긴 미친 세상이다’, ‘너무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썼다.
지난해 10월 26일 이한빛씨(당시 27세)가 실종 5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죽음이 과도한 업무와 인격 모독, 권위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오는 28일 상암동에서 ‘고 이한빛 PD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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