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STORY] "막을 수 있다!" 선방의 주문 된 고승범의 필사적 외침

입력 2017. 4. 24. 16:28 수정 2017. 4.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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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서호정 기자 = 주말 열린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의 최대 화제는 ‘라스트미닛 골’이 아닌 ‘라스트미닛 세이브’였다. 페널티킥 선방의 달인 신화용은 경기 종료 수초를 남기고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며 팀을 구했다. 소속팀 수원 삼성에게 간절했던 리그 첫 승을 선사하고, ‘세오 타임’을 종식시켰으며, 오심으로 여겨지는 판정으로 벌어질 수 있었던 최악의 상황까지 막은 일석삼조 방어였다.

극적인 장면에서 또 다른 수원 선수 한 명이 눈에 띄었다. 프로 2년차 미드필더 고승범이었다. 그는 신화용이 운명의 선 위에 서고. 킥 스팟을 향해 움직이는 디에고의 어깨 너머에서 뭔가를 주문처럼 외우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필사적인 그의 표정과 제스쳐는 짧은 시간 지나갔지만 눈길을 끌었다. 고승범의 간절했던 외침은 마치 마법의 주문이 된 것처럼 신화용의 선방으로 이어졌다. 입모양만 봐서는 추리가 쉽지 않았다. 고승범에게 직접 뭐라도 외쳤는지를 물어봤다. 

“막아보자! 막을 수 있다~!라고 계속 외쳤어요. 사실 그 사이에 감정이 너무 이입돼 짧은 비속어도 들어갔어요. 당시 여러 상황으로 제 감정이 고조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그렇게 표현됐던 것 같아요.”

고승범의 감정을 고조시킨 이유 중 하나는 판정이었다. 추가시간 4분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 김경중의 크로스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 조원희의 수비 장면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오심 논란이 일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공이 맞은 조원희의 신체가 어깨 부근이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바로 뒤에서 본 고승범은 “돌파 장면을 보면서 큰일 났다 싶었죠. 크로스가 원희 형을 맞고 나올 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봤는데 휘슬이 울리길래 이건 진짜 큰일 났다는 직감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판정에 대한 호오의 감정을 떠나 프로 데뷔 시즌인 지난해부터 반복된 경기 막판의 허무한 무승부나 패배가 재현될 거라는 불운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면 정말 팀이 무너질 거 같았어요”라며 당시 감정을 되새긴 고승범이었다.

그때부터 고승범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그 외침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했다.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빌고 또 빌었어요. 모두가 사력을 다해 이길 수 있는 조건을 99%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 간절하게 소리 질렀어요. 화용이 형이 제발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첫번째였어요. 그리고 골대를 맞든 힘 없이 굴러가든 무슨 기적이 일어나서라도 막혔으면 좋겠다가 두번째였어요. 디에고 선수 신경을 조금이라도 분산시켜볼까 하는 의도가 마지막이었어요. 한국어를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혹시나 제 외침에 신경이라도 쓸까 싶어서요.”

첫번째 바람이 현실이 됐다. 신화용은 디에고의 킥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완벽하게 막아냈다. 고승범은 가장 먼저 달려가 안겼다. 그는 신화용에게 “형이 우리를 살렸어요. 모든 걸 바로 만들었어요. 고마워요. 감사해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승범은 수원에게 반전의 희망이 되어 준 선수다. 프로 데뷔 시즌에 고전했던 그는 올 시즌을 내다보며 측면 미드필더, 윙백으로 변신했다. 서울과의 슈퍼매치로 치른 개막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는 이스턴SC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5-0 대승을 주도했다. AFC는 해당 라운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고승범을 뽑았다. 

“경기 때는 제가 해낸 것에 대해 큰 느낌이 없었어요. 감독님이 주신 기회에 잘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평가를 받으니 얼떨떨했어요. 정말 내가 해낸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작년부터 기회를 받았는데 만족스러운 것을 보여드리지 못했죠. 그래도 짧은 출전 시간에도 감사하며 멀리 보고 올해를 준비했어요. 그게 결실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25일 고승범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또 한번의 활약을 목표로 한다.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상대로 조별리그 5차전을 치르는 수원은 무승부만 거둬도 16강행을 결정짓는다. 3위 가와사키에 승점 4점 차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승범은 “무승부라는 시나리오를 신경 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경기력에 집중하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봐요. 우리의 힘으로 올라간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라며 승리가 만드는 효과로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로 2년차에 경기 내외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는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 대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최근 팬들의 질책이 최고조에 달해 있지만 고승범은 그것은 선수단의 탓이며 자신들이 극복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2년차로서 겪기 쉽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작년에도 힘들었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표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아쉬움을 갖는 건 팬들이라는 걸 압니다. 그걸 감수하고 우리가 지금 위치보다 훨씬 더 높이 올라서야 프로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잘하면 팬들의 표현도 정상으로 돌아가 겁니다. 꼭 그러고 싶어요.”

사진=프로축구연맹, SPOTV 중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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