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과 유창식, 1년만에 팬들 앞에 선 날

2017. 4. 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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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목동, 최익래 기자] 각기 다른 이유로 KBO리그에서 자취를 감춘 뒤 독립리그에서 재기를 꿈꾸는 김상현(37)과 유창식(25·이상 저니맨 외인구단). 이들이 간만의 공식 경기에서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김상현과 유창식은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서 열린 '2017 스트라이크존 한국독립야구리그' 연천 미라클과 개막전에 나란히 선발출장했다. 김상현은 4번타자 겸 3루수, 유창식은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장했다. 프로 내내 투수로 뛰던 유창식의 깜짝 야수 변신이었다.

김상현의 공식 경기는 지난해 7월 12일 넥센과 홈경기가 마지막이다. 당시 김상현은 7번타자 겸 1루수로 나섰지만 4회 교체됐다. 이후 그는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임의탈퇴 처리됐다.

유창식은 한화 소속이던 2014년 브로커와 결탁해 두 차례 고의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KBO가 고지한 자진신고 기간에 유일하게 죄를 시인하며 영구 제명을 피했다. KBO는 올해 초 유창식에게 3년간 실격 처분을 내렸다.

유창식의 마지막 공식 경기는 지난해 5월 28일. 당시 KIA 소속이던 그는 NC전에 등판, 1.1이닝 2피안타 6볼넷 3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3월, 저니맨 외인구단의 경주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했다. 당초 함께 몸을 만드는 목적이었지만 함께 몸을 부대끼며 욕심이 생겼고, 팀 합류를 결정했다. 최익성 저니맨 외인구단 감독은 "한 달 동안 같이 합숙하면서 서로 친해졌다. 훈련하면서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지적하고,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게 팀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경기 전 김상현과 유창식은 모두 "죄송하지만 인터뷰는 힘들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기자의 취재 요청을 고사했다. 저니맨 외인구단 관계자는 "두 선수 모두 아직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려한다.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생각에 그런 자리를 어려워한다"라고 설명했다.

최익성 감독이 이들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최 감독은 "흔히 '야구가 절실하다'라고 표현하지 않나. 절실함도 종류가 있다. 팀을 여섯 번 옮긴 나에게는 이들의 절실함이 '진짜'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감독은 "(김)상현이와 (유)창식이 모두 야구장 밖에서 큰 실수를 했다. 팬들의 실망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였다. 경기장 안에서는 정말 다르다. 독립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들의 합류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창식은 저니맨 외인구단 입단 후 야수로 전향했다. 최익성 감독은 "창식이가 프로시절 투수에 대한 부담이 컸다. 마음 속에는 타자 욕심이 있던 모양이다. 아직 몸을 제대로 만든 상황이 아니다. 우선 타자로 나서면서 경기 감각을 익힌 뒤 투수 복귀를 생각하자고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야구는 진짜 잘하는 놈이 잘한다. 창식이 방망이 돌리는 게 예사롭지 않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두 선수 모두 팬들 앞에 서는 건 약 1년 전이 마지막. 이날 목동구장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300여 명의 팬들이 찾았다. 팀이 0-2로 뒤진 1회, 유창식이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 곳곳에서 "유창식 파이팅"이라는 외침이 나왔다. 유창식은 상대 선발 김광을 상대로 내야 땅볼에 그치는 등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러나 6회, 담장 근처를 향하는 큼지막한 안타로 주자를 불러들이며 '타자 유창식'의 면모도 뽐냈다.

김상현은 2회 선두타자로 나서 김광의 4구를 밀어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김상현은 1사 후 2루 도루에 성공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상현은 후속 한석우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1-2로 뒤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담장을 원바운드로 때리는 날카로운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김상현의 이날 경기 성적은 5타수 4안타 1타점 4득점 1도루. 저니맨 외인구단은 김상현의 활약을 앞세워 개막전을 11-4로 승리했다.

김상현은 저니맨 외인구단 선발투수 전경환이 흔들리자 마운드 근처로 가 그를 다독이는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최익성 감독은 "상현이와 창식이를 용서하는 것은 팬들의 몫이다. 나는 그저 이들이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상현의 KIA 시절 유니폼을 들고 목동구장을 찾은 김민석(33) 씨는 "정말 응원하던 선수다. 잘못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독립리그에서도 야구를 이어가는 모습이 대단하다"라고 그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야구선수니 내 잘못을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분명한 모순이다. 야구장 밖에서 저지른 잘못을 야구로 속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야구를 강제로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도 없다.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성을 보여 팬들의 마음이 풀린다면, 그때 이들이 다시 KBO리그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ng@osen.co.kr

[사진] 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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